[IS 기자석] 히어로즈 사태 교훈, '야구 사랑' 내세운 사업가를 경계하라

    [IS 기자석] 히어로즈 사태 교훈, '야구 사랑' 내세운 사업가를 경계하라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08 06:00 수정 2019.11.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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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과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IS포토·연합뉴스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과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IS포토·연합뉴스


    야구계와 팬을 향한 기만. 히어로즈 사태가 한 야구단의 내전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중심에 있는 인물들은 그동안 야구를 향한 애정을 자주 노출시켰다. 그저 사업 수완이었다.  
     
    이장석(53) 전 히어로즈 대표는 '개척자'로 통했다. 다른 일곱 구단은 대기업의 지원 속에, 이익 창출보다는 기업 홍보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저 유망 사업가였던 그가 야구판에 뛰어 들었고 야구단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창했다. 그리고 다방면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출범 여섯 번째 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화제성도 잡았다. 가입비 미납, 현금 트레이드 등 논란 거리는 이 전 대표의 성공 스토리를 위한 장치처럼 여겨졌다.  
     
    여느 야구단 사장과 달리 현장 운영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정확히는 지시하고 주도했다.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과 비견되자 겸손한 뉘앙스로 부인하면서도 자신만의 야구관을 전하려고 했다. 스카우트, 트레이드 등 선수를 영입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쓰던 시절에는 경기마다 직원들과 함께 3루측 계단 앞에 도열해 팬들을 맞이했다. 이 시점까지는 야구를 사랑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려는 공명심이 있는 사업가로 보여졌다.
     
    그러나 비위가 드러났다. 투자자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과의 지분 분쟁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받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 공판에서는 홍 회장에 대한 사기 혐의를 벗었다. 재판부는 "사전에 모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량이 6개월 줄었다.  
     
    처음부터 사업가 사이에 경영권 분쟁보다 이 전 대표의 구단 운영 행태가 중요했다. 야구단 돈을 제 돈인 것처럼 썼다. 지인에게 유흥 주점 인수 자금으로 2억 원을 빌려줬다. 상품권 환전 방식을 이용해 자금을 편취하려고 하기도 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옥중에서도 지분 확보를 위해 꼼수를 쓰고, KBO의 제재를 무시하고 야구단 운영에 관여했다. 히어로즈의 헝그리 정신에 매료된 야구팬은 이 전 대표와 추종자들을 향한 배신감과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가 야구를 좋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는 현재 제 것을 지키려는 생각뿐이다. 사실 항상 찬사받던 시절에도 그는 '내가 주인', '내 선수' 같은 표현을 썼다. 구단을 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문구다. 야구 사랑은 그저 수단이었다.  
     
    허민(43) 현 히어로즈 이사회의장도 이장석 전 대표와 흡사한 의구심을 주고 있다. 현재 그는 히어로즈 구단의 실세이자 장정석 전 감독 사퇴 관련 논란에 중심에 있다. 내부 사정과 인물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건 아니지만 점령군으로 보이고 있다.  
     
    야구팬에 배신감을 줬다는 공통점도 있다. 허 의장은 지난 2011년,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하고 사재(私財)로 운영했다. 꿈을 놓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스승'이 필요하다며 야신으로 불리던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처음부터 사업을 전제로 KBO 리그에 뛰어든 이 전 대표와 달리 그는 주류에서 밀려난 야구 선수의 꿈을 지원하는 조력자로 여겨졌다. 핀조명을 포기하고, 보이지 않은 위치에서 한국 야구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인물로 평가됐다.  
     
    여기에 허 의장이 미국 독립리그 야구팀에서 투수로 마운드에 선 일화까지 알려지면서 '괴짜' 이미지까지 생겼다. 그가 던지는 너클볼이 실제로 회전이 없는 마구인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야구팬에 '허민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업가구나'라는 인식은 자리 잡았다. 
     
    그런 허 의장도 히어로즈와 연관되면서 그동안 쌓은 이미지와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지난 2월 열린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에 직접 투수로 나서 박병호를 상대로 공을 던지거나, 훈련을 마친 2군 타자들에게 자신의 공을 쳐보라며 타석에 세웠다. '월권' 논란을 떠나 상식과 개념 그리고 프로야구에 대한 존중 자체가 없는 행동이다. 
     
    감독 선임·퇴출 건도 마찬가지다. 장정석 전 감독이 이장석의 사람이든 아니든, 팀 전력을 탄탄하게 만든 공적을 모든 야구팬에 인정받는 지도자다. 내부 권력 다툼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면 안 되는 사안이었다. 심지어 감독의 오른팔 격인 수석 코치 자리에 자신과 친한 야구인을 앉히려던 시도는 현장에 자신의 입김을 불어 넣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5년 1월, 허 의장이 CEO로 있던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입사한 한 신입사원이 과거에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은 경험에 대해 분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일이 있다. 당해 신입 지역영업기획자(MD) 11명을 모두 해고한 일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글을 게재한 인물은 허 의장을 경영 방식을 직접 꼬집기도 했다. 
     
    직접 겪은 일에 사견을 더한 글이다. 히어로즈 구단과는 상관없다. 일련의 사태에서 나온 모든 설(說)이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허 의장이 스포츠 업계와 팬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그저 사업가의 사고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탓에 논란은 거듭되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히어로즈 사태를 통해 그저 흥미와 관심만 있고 본질을 모르는 사업가가 권력을 휘두르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다. 다른 9개 구단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