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S 포커스] ”경영진 횡령·배임시 계약 해지·벌금 50억”…키움이 진실을 숨긴 이유

    [단독][IS 포커스] ”경영진 횡령·배임시 계약 해지·벌금 50억”…키움이 진실을 숨긴 이유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11 06:00 수정 2019.11.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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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앞뒤 안 맞는 해명으로 지난 2주간 버틴 걸까. 거짓이 폭로되면 그제야 뒤늦게 변명을 내놓지만, 이마저도 계속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그 해답의 단초가 하나 밝혀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야구단과 5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키움증권이 계약서에 '구단 경영진이 횡령, 배임으로 기소될 경우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귀책 사유가 구단에 있기 때문에 ▶계약금 20억원과 위약금 30억원을 포함해 총 50억원을 키움증권에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내용은 하송(43) 키움 신임 대표이사가 감사위원장을 맡았던 시기에 당시 구단 법률자문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책정 문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구단 관계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키움증권과 서울 히어로즈는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당시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준상 전 대표가 나섰고, 키움증권은 이현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간 서울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서 네이밍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총 500억원, 연간 1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었다. 키움증권과 히어로즈는 지난 1월 대대적인 계약식 및 CI 선포식을 열어 새로운 파트너십을 자축했다. 그러나 넥센 타이어 시절부터 불거진 야구단 경영진의 배임·횡령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키움증권은 계약서에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위험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스폰서사인 키움 증권에서 야구단 업무를 맡고 있는 A 이사는 10일 이와 관련해 "본사에서 사태의 심각성과 위중함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상금 및 위약금 조항이 스폰서 계약서에 적시돼 있는지, 횡령 및 배임 등의 문제로 KBO 조사 결과가 확정될 경우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배상금 등 금액 규모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 향후 조치 역시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전해왔다. 

    감사위원회 신고는 소용 없었다

    현재 직무정지 상태인 임은주 키움 부사장은 지난 10월 '구단이 고문 변호사 임 모 씨가 소속된 법무법인에 지나치게 많은 자문료를 내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감사위원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부사장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워낙 구단에 사건, 사고가 많고 법률 자문도 많이 필요해 수임료도 많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결재 과정에서 자세히 살펴 보니 정작 큰 사건들은 몇몇 다른 법무법인과 계약해 일하고 있었다"며 "혼자 구단 일을 다 하는 것도 아닌데 수임료도 자신이 직접 정산을 하고, 요청하지도 않았던 내용이 자문료 명목으로 올라와 있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전 변호사에게 한 달 평균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를 줬는데, 계약 해지 후 다른 법무법인과 일하니 자문료가 한 달 평균 200만원 정도로 줄더라"며 "박준상 전 대표이사와 임 모 변호사가 1년 동안 가져가거나 쓴 돈이 무려 20억원에 가깝다. 횡령 및 배임이 의심되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감사위원회에 알렸다"고 했다. 

    임은주 부사장의 신고에 구단 감사위원회가 답변을 했다. 감사위원장인 하송 현 대표는 지난달 25일 오후 임 부사장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 "배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자문 리스트가 부당하게 작성되었거나 과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재 당사자가 묵인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배임으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송 대상자는 박준상 대표이사와 임은주 부사장이 되고, 해당 법무법인은 배임행위에 대한 공범이 된다"고 적었다. 이어 "추가 이슈가 있다"며 앞서 언급한 키움증권과의 계약 내용을 기술한 뒤 "형사 사건이기 때문에 한 번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을 취하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임 부사장은 "이 메일을 받고 4일 뒤 감사위원장이 새 대표에 올라 경영진으로 둔갑했다"며 "협박을 받은 느낌이었다. 배임 정황이 드러나면 나와 박 대표가 배임으로 기소되고, 구단은 메인 스폰서 계약 해지와 벌금 50억원도 감당해야 하니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다는 은폐 시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송 현 키움 히어로즈 대표이사

    하송 현 키움 히어로즈 대표이사


    허민 의장과 하송 대표의 역할은? 

    허민 이사회 의장과 하송 당시 감사위원장은 키움 구단이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널리 보여주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키움이 KBO 리그에서 영구실격된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게 그들의 진짜 역할이다. 키움증권과의 계약 내용을 걱정하는 것은 구단 내부인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 안에 담긴 내용은 사뭇 결이 다르다. 

    여러 정황상 허민 의장과 하송 감사위원장이 키움의 '감시자'라기 보다는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는 게 임 부사장의 주장이다. 상황을 개선하려는 임 부사장의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은 일간스포츠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한 자료로 확인됐다. 임 부사장은 지난 9월 29일 이미 허민 의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여러 문제점을 적어 보내면서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고 한다. 허 의장은 "상세히 조사하라고 지시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답변을 했으나 이후 조치는 계속 늦어지고 달라지는 상황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임 부사장은 또 KBO에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증거를 직접 신고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하 대표가 적극 만류하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임 부사장은 "공증 받은 속기록과 녹취록을 처음에는 KBO에 곧바로 제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 위원장이 '구단 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내게 맡겨달라'고 하더라"며 "'고양 원더스 시절 KBO로부터 2군에서 경기하는 문제와 관련해 받은 약속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 임 부사장도 괜히 피해를 볼 수 있으니 KBO를 믿지 말라'고 나를 말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감사위원장이 "이 정도 증거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회의실을 나간 뒤에도 감사 결과 발표는 계속 미뤄졌다. 결국 구단의 신고나 발표가 아닌, 언론을 통해 구단 내부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바로 그날 밤 임 부사장은 직무정지를 당했다. 임 부사장은 "KBO와 키움증권, 허민 의장을 처음 만났을 때 '옥중 경영만은 절대 안 된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단 내부 사람들과의 대립을 감수하고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기만 했다. 감사 대상자가 오히려 보호를 받고 내가 옥중 경영에 연루됐다고 직무 정지를 당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털어 놓았다. 

    홍보·마케팅을 총괄하는 강태화 상무 역시 감사위원회가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일간스포츠가 입수한 자료를 통해 확인 됐다. 하 대표와 인연으로 올 시즌 초 다른 구단에서 이적한 강 상무는 임 부사장이 "내 방식대로 처음부터 KBO에 자료를 주고 결판을 내야 했는데, 너무 구단을 생각하다 보니 일이 산으로 가는 듯하다"고 아쉬워하자 "걱정이 많이 된다.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올바르지 않게 나올 수 있다는 가정도 고려하셔야 할 것 같다"는 답장을 보냈다. 강 상무는 옥중 경영 발각과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 불발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연이은 키움의 거짓 해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 부사장은 이런 이유로 박 대표이사의 사임과 임 변호사의 계약 해지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여기고 있다. "내가 옥중 경영 증거를 직접 들려주고 보여준 사람은 구단 내에서 하송 대표가 유일하다. 허 의장에게는 하 대표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한 부분만 얘기했다"며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임 변호사가 내용을 다 알고 있더라. 키움증권 측도 내가 녹취로 그들을 협박해 둘이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고 감사를 요청했는데 '당장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도리어 구단 내부가 시끄러워지기만 했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자료도 확실한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게 이상했다"며 "어떻게든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표가 물러난 뒤 하 감사위원장이 나조차 몰랐던 긴급 이사회를 통해 새 대표가 되는 것을 보고 '어쩌면 제2의 옥중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싶어 석연치 않았다"고 했다. 

     


    의혹투성이 해명과 '보여주기식' 자정활동

    야구계 역시 키움 구단이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의 눈을 가리기 위해 녹취록 속 장본인인 박 전 대표와 임 변호사를 부랴부랴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와의 연결고리는 허 의장과 하 대표를 통해 구단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KBO 리그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외이사로 초빙한 인물(허민)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리그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허 의장의 최측근으로 바꿨는데, 대표이사는 회사 집행권이 있다"며 "실제로 매매는 없었지만, 이 전 대표와 허 의장 사이에 지분을 매매하기로 한 약정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일종의 '밀약 관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임 부사장이 갖고 있는 확실한 녹취 증거가 없었거나 언론을 통해 히어로즈의 옥중 경영 정황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과연 키움이 KBO에 이 전 대표의 원격 경영 개입을 신고하고 자정했을 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2주에 걸친 키움 구단의 옥중 경영 관련 소동은 스폰서사 키움 증권이 책임을 묻기 전에 구단 내 자정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서둘러 증명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임 부사장은 "하송 대표에게 묻고 싶다. 정말 올 시즌 내내 구단의 옥중 경영과 그보다 더한 여러 문제점을 몰랐는가.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키움증권과의 계약을 깨지 않으려면 이 구단에서는 임원이 아무리 구단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더라도 모두 덮어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과연 옳은 길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방송사 보도로 그간 의혹만 쌓여왔던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옥중 경영이 사실로 드러난 뒤, 키움 구단이 선택한 대응 방식은 더욱 더 의문투성이다. 키움이 지난 주말 KBO에 제출했다고 밝힌 자료들 안에 현재 이 사건에 얽힌 경영진 대다수와 주고 받은 공문 및 이메일, 개인 SNS 대화 자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지도 불분명하다. 자료 제출 시작부터 '선택적'일 수 있고,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구단의 행보를 보면 더 그렇다.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과 설명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판명됐고, 맞는 해명 또한 절반에 그쳤다. 향후 KBO 조사위원회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함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료를 제출했으니 KBO의 처분만 기다리겠다"는 키움은 이제 태세를 바꿔 '침묵 모드'로 돌입했다. 여러 차례 중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랬듯,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잡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이번만은 KBO가 키움 사태의 관련자와 그 배경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중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키움은 다시 제2, 제3의 옥중 경영 굴레에 갇히게 될 뿐이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