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도쿄돋보기] 지바는 잊어라…'약속의 땅' 도쿄돔에 돌아온 한국 야구

    [IS 도쿄돋보기] 지바는 잊어라…'약속의 땅' 도쿄돔에 돌아온 한국 야구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13 10:00 수정 2019.11.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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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이정후가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이정후가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단 하루 찾은 지바는 한국 야구에 아픈 기억만 남겼다. 도쿄돔은 다르다. 역사가 증명하는 '약속의 땅'이다.  

    한국은 지난 12일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대만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0-7로 패해 역대 대만전 최다 점수차 패배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슈퍼라운드 풀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놓친 한국 선수단은 패배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지바를 떠났다.  

    이제 남은 경기는 모두 도쿄돔에서 치른다. 15일 멕시코, 16일 일본을 차례로 만난다. 두 경기 결과에 따라 17일 결승전과 3·4위전 진출 혹은 탈락 여부가 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구장이다. 1988년 3월 개장해 올해로 30년째를 맞는다. 일본 프로야구 최초의 돔구장이다. 최고 명문구단으로 꼽히는 요미우리가 홈으로 쓰고 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한때 요미우리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도쿄돔 천장을 직격하는 타구를 날린 적도 있다. 열린 구장에서라면 홈런이 되고도 남을 타구였지만, 돔 천장에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져 2루타로 인정됐다.  

    가압 공기를 사용해 돔 지붕을 부풀리는 에어돔 방식. 돔 내부 기압을 야구장 밖보다 0.3% 높게 유지해 압력차로 돔 형태를 유지한다. 천연잔디가 자랄 수 없는 돔구장의 특성상 필드 터프 인공잔디를 쓰고 있다.  

    돔을 짓는 데 투입된 돈은 약 350억 엔(약 3525억 원). 야구 경기를 할 때는 입석 4000명을 포함해 총 4만600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센트럴리그 라이벌팀인 한신의 고시엔구장(4만7800명)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에서 두 번째로 수용 인원이 많은 야구장이다. 한국에는 3만 석을 넘는 규모의 야구장이 아예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크기다.  

    일본에는 돔구장이 유독 많다. 도쿄돔 외에도 삿포로돔(니혼햄), 나고야돔(주니치), 오사카 교세라돔(오릭스),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소프트뱅크), 세이부돔(세이부)까지 양대 리그 12개 팀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6개 구단이 돔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2006년 첫 대회부터 2017년 4회 대회까지 매년 도쿄돔을 대회 장소로 선택했다. 그만큼 상징적인 장소다.  

    특히 한국 야구는 도쿄돔에 얽힌 추억이 많다. WBC와 프리미어12를 비롯한 숱한 한일전에서 영욕의 역사를 아로새겼다.  

    첫 도쿄돔 경기는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게임. 김응용 감독이 선동열, 송진우, 이순철, 김기태 등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참가했다. 그러나 도쿄돔에서 열린 첫 판에서 요미우리 에이스였던 구와타 마스미를 공략하지 못했고, 아키야마 코지와 오치아이 히로미쓰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아 3-8로 졌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도쿄돔 맞대결도 각각 1995년과 1999년에 다시 열린 한일 슈퍼게임 경기였지만, 두 차례 모두 0-0과 8-8로 비겨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지난 2006년 WBC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초 한국 이승엽이 역전 투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IS포토

    지난 2006년 WBC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초 한국 이승엽이 역전 투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IS포토


    한국은 2006년 초대 WBC에서 마침내 설욕 기회를 잡았다.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예선 경기에서 1-2로 뒤지던 8회 이승엽이 승부를 뒤집는 역전 2점 홈런을 작렬했다. 이승엽이 만든 1점차 리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단단하게 지켰다. 마지막 타자가 일본 대표팀 주장 스즈키 이치로라 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3-2 승리.  

    2009년 2회 WBC는 더 극적이었다. 1라운드 첫 경기에선 '일본 킬러'로 유명했던 김광현을 내보내고도 2-14로 7회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그러나 한동안 상처로 남을 듯했던 굴욕적 패배의 여운은 단 이틀 만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1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봉중근의 5⅓이닝 무실점 선발 역투와 김태균의 천금 같은 결승타를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가장 짜릿하고 드라마틱한 설욕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9회초 무사 만루 때 대한민국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뒤 주먹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9회초 무사 만루 때 대한민국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뒤 주먹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년 뒤 열린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도 그랬다. 또 한 번 한일전 역사에 명장면을 아로새겼다. 개최국 일본의 도가 지나친 방해공작에 지쳐 있던 때였다. 바로 도쿄돔에서 일본을 만나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해냈다.  

    당시 한국은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괴력투에 제압당해 8회까지 0-3으로 뒤진 상태였다. 그러나 패색이 짙던 9회초 연속 안타 행진으로 한꺼번에 4점을 뽑아내면서 단숨에 경기의 결말을 4-3 승리로 바꿔버렸다. 결국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결승에 올라 대회 초대 우승국으로 이름을 남겼다. 다시 돌아온 도쿄돔이 한국 야구 대표팀에게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도쿄=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