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도쿄리포트] 라이벌 견제? 운영 미숙? 한국 선수단의 이유 있는 볼멘소리

    [IS 도쿄리포트] 라이벌 견제? 운영 미숙? 한국 선수단의 이유 있는 볼멘소리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13 12:49 수정 2019.11.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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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제공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제공


    "이 대회가 좀 더 많은 인기를 얻으려면, 이렇게 믿음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평소 신중하게 말을 아끼는 김경문(61)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마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2일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대만전을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은 하루 전인 11일 미국전에서 5-1로 승리했다. 그러나 3-0이던 3회 일본인 주심의 오심으로 김하성(키움)의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벤치에서 즉각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상대 포수가 주자를 태그하지 못하는 장면이 명백히 화면에 드러났음에도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3회 말 1아웃 상황 이정후 안타때 1루 주자 김하성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원심과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판정됐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3회 말 1아웃 상황 이정후 안타때 1루 주자 김하성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원심과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판정됐다. 연합뉴스 제공


    심지어 다음날 이 경기의 비디오 판독관은 바로 한국의 상대팀이었던 미국 국적의 심판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WBSC는 비디오 판독관의 국적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KBO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이 방침을 통보받지 못한 SBS스포츠 캐스터가 방송 중계진에게만 제공된 심판 관련 자료를 자신의 SNS로 공개해 알려지게 됐다.  
     
    김 감독은 "오심은 어쩔 수 없다. 결과가 아쉽지만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대회에 지금 관중도 썩 많지 않은데, 이렇게 판정 논란까지 불거지면 흥행에도 더 안 좋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특히 심판 배정 문제에 가장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일본이 지난 대회에서 한국에 역전패해 우승을 못한 데다, 두 나라가 국제대회에서 오랜 라이벌 관계인 만큼 서로 민감해질 수 있는 상황은 사전에 차단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감독은 "괜한 오해를 살 만한 일은 애초에 안 만드는 게 좋지 않나. 반대로 우리 한국 심판이 일본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다가 행여 잘못된 판정이라도 하면 일본 선수들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라며 "우리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적 심판이 누심을 맡는 것은 상관없지만, 주심은 맡지 않도록 주최 측이 앞으로 신경 써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인 시마타 데츠야 주심이 포수 뒤에 섰던 미국전이 끝난 뒤, 한국의 일부 투수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들쑥날쑥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강속구 불펜 투수 조상우(키움)는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간 공을 볼로 판정하자 순간적으로 마운드에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볼 판정에 다른 의도가 개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심판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조상우는 "스트라이크 같은데 자꾸 볼을 주니까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을 못하겠더라"며 "심판의 국적을 떠나 그냥 일관적으로만 봐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불만을 표현한 상황과 관련해서는 "정말 너무 한가운데로 들어갔는데 안 잡아줘서 순간적으로 자제를 못했다"며 "볼 같은데 스트라이크라고 하고, 스트라이크 같은데 볼이라고 해서 헷갈렸다"고 했다.  
     
    조상우의 공을 받은 포수 박세혁(두산)도 마찬가지다. "상우의 공은 좋았다. 제구가 문제가 아니라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잘 안 잡아줬다"며 "초구 같은 경우는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볼을 줘서 뭔가 싶었다. 그런데 또 주심을 자극하면 팀이 손해이기 때문에 그냥 '볼이냐'고 묻는 선에서 그쳤다"고 귀띔했다.  

     
    지난 12일 일본 지바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 대만과 한국의 경기. 0대7로 진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2일 일본 지바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 대만과 한국의 경기. 0대7로 진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이 완패한 이튿날 대만전에서도 아쉬운 상황은 계속됐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LG)가 8회말 공수 교대 시점에 주심에게 다가가 뭔가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현수는 경기 후 "투수 문경찬(KIA)이 로진을 바꿔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심판이 안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며 "투수가 로진을 바꾸고 싶다고 하고, 바꿔야 던질 수 있다고 하는데도 그냥 빨리 수비를 나가라고만 했다"고 혀를 찼다.  
     
    김현수는 "경기는 우리가 못해서 진 게 맞다. 하지만 심판이 임의로 투수가 요청하는 걸 안 된다고 바로 거절해 버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관련 룰이 있다기보다 그저 본인 마음대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프리미어12는 올해로 출범 2회째를 맞았다. 야구 월드컵이 2011년을 끝으로 폐지되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해 4년 전 이 대회를 신설했고, 야구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이 출전하는 대회라 이름에 '12'라는 숫자가 붙었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마찬가지로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된다.  
     
    그러나 2015년 첫 대회부터 말이 많았다. 경기 장소부터 일정, 시간, 운영 방식까지 모두 '일본의 우승'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편파 판정에 대한 의구심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이 우승하지 못해 주최측이 받은 충격은 두 배였다.  
     
    올해 두 번째 대회를 앞두고는 슈퍼라운드 개최국인 일본과 WBSC가 모두 불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1회 때와 달리 2회 대회는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전을 겸하고 있기에 모든 국가가 승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대표팀에게는 이런저런 악재와 불이익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경기 후 양 팀 감독과 대표선수 기자회견 진행 방식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운영 방식의 미숙함도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프리미어12 여정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한 야구인이 "아무래도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다시 제외되면) 이 대회는 오래 열리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본 이유다.  
     
     
    도쿄=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