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박병호, 2008년 베이징의 이승엽처럼

    힘내라 박병호, 2008년 베이징의 이승엽처럼

    [중앙일보] 입력 2019.1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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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대표팀 4번 타자 박병호가 프리미어12에서 장타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타율과 장타율이 각각 0.167이다. 12일 대만전에서 타구가 높이 뜨자 이를 쳐다보는 박병호.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 4번 타자 박병호가 프리미어12에서 장타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타율과 장타율이 각각 0.167이다. 12일 대만전에서 타구가 높이 뜨자 이를 쳐다보는 박병호. [연합뉴스]

    이승엽(43), 그리고 박병호(33·키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다. 두 선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김경문 팀의 4번 타자’다. 김 감독의 신뢰 속에 부진을 털어냈던 이승엽처럼 박병호도 살아나야 한다.
     
    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쿠바전. 3회 말 박병호의 안타가 나오자, 김경문 감독은  김재현 타격코치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앞선 두 경기에서 침묵했던 박병호의 대회 첫 안타였다. 더그아웃의 동료들이 더 ‘난리’였다.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중심 타자 박병호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다. 박병호는 다음 타석에서 적시타까지 때렸다.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가 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수퍼 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으로 건너온 뒤, 박병호 방망이가 다시 잠잠하다. 11일 미국전에선 2타수 무안타 2사사구, 12일 대만전에선 4타수 1안타다. 특히 대만전 1회 1사 2, 3루에서 짧은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0-7 패배의 실마리가 됐다. 박병호의 이번 대회 성적은 타율 0.167(18타수 3안타), 1타점이다. 안타 3개 모두 단타다. 득점권에선 10타수 1안타 1볼넷.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펑펑 때려냈던 박병호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박병호를 보면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이 떠오른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 이승엽은 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였다. 예선 7경기 23타수 3안타. 김경문 감독은 뚝심 있게 부진한 이승엽을 계속 4번에 배치했다. ‘믿음의 야구’는 성공을 거뒀다.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 8회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2점 홈런을 때려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승엽은 경기 뒤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마음의 빚을 갚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승엽은 결승 쿠바전에서도 1회 선제 투런포를 날려 한국 야구 첫 올림픽 금메달에 기여했다.
     
    김경문 감독은 11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4번 박병호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낸다. 이승엽 SBS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중계 해설을 맡아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하고 있다. 이승엽 위원은 “(박)병호가 정말 괴로울 거다. 나도 그 부담감을 알기에 초반에는 눈인사만 했다”며 “괴롭겠지만 이겨내야 한다. 박병호는 할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취재진 질문에 늘 “괜찮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정규시즌 막판 손목 통증 때문에 주사치료를 받았다. 키움이 포스트시즌에서 11경기나 치르는 바람에 체력 소모도 컸다. “(조별리그에서) 팀이 이겨 다행이지만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들쭉날쭉한 타격감을 끌어올리려고 훈련 방법도 바꿨다. 그런 마음을 아는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를 줄곧 4번에 배치해 힘을 불어넣었다.
     
    12일 기준으로 일본과 공동 2위(2승1패)인 한국은 15일 멕시코, 16일 일본을 차례로 상대한다. 선두 멕시코(3승)도, 홈팀 일본도 만만치 않다. 두 팀을 이기면 1위로 결승에 오른다. 김경문 감독은 “이틀간 쉴 수 있다. 타격코치와 상의해 멕시코전 라인업을 짜겠다”고 말했다.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당시 박병호는 도쿄돔에서 열린 결승 미국전에서 초대형 홈런을 터트렸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 중계 예고에서 그 장면을 다시 봤다”며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그랬듯 박병호의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에게도, 대표팀에게도.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