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팔꿈치 수술만 다섯 번, '오뚝이' 백청훈의 마지막 불꽃

    [IS 피플] 팔꿈치 수술만 다섯 번, '오뚝이' 백청훈의 마지막 불꽃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22 06:00 수정 2020.05.20 15:32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지난 20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 합류하게 된 백청훈. IS포토

    지난 20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 합류하게 된 백청훈. IS포토


    다섯 번의 팔꿈치 수술을 버텨낸 '오뚝이' 백청훈(32·개명 전 백인식)이 마지막 도약을 꿈꾼다.
     
    백청훈은 20일 '친정팀' SK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 이후 줄곧 인천을 떠나지 않았지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이적이 확정됐다. LG는 3억원의 현금 보상이 필요한 1라운드 지명권을 백청훈에게 사용했다. 그는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고 알았다. 얼떨떨하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1라운드에 지명될 줄은 몰랐다"며 "응원해주신 SK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동안 아프다는 얘기만 하고, 팀에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청훈과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청원고 2학년 때인 2004년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게 시작이다. 재활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두 번은 없을 것 같았던 수술은 이후 계속 반복됐다. 2013년 1군에 데뷔해 주목받을 때도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당시 이만수 SK 감독으로부터 1군 자원으로 중용됐다. 5월 16일 무등 KIA전에선 리그를 대표하던 에이스 윤석민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6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등 6이닝 1피안타(1홈런) 2실점 하며 데뷔 첫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진에 부상이 겹쳤다. 2015년 10월 다시 한번 수술대에 누웠다. 웃자란 뼈를 깎았고 그 뒤 인대접합 수술까지 이어졌다. 개인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였다. 2016년에는 다시 한번 뼈를 깎았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팔꿈치가 아팠다.
     
    2017년 8월 공백을 깨고 1군에 복귀했다. 그해 11경기에서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41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자원으로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또 한 번 수술을 받았다. 오른 팔꿈치의 웃자란 뼈를 깎고 연골 재생 수술도 함께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칼을 댄 이후 받은 팔꿈치 수술만 무려 다섯 번. 남들은 한 번 하기도 힘든 재활만 수차례 반복했다. 서른을 넘겼지만 1군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긴 배경이다.

     

    오죽하면 올 시즌 중에 '개명'까지 했다. 백청훈은 "(4월 25일 삼성전 세이브 이후) 갑자기 다리 쪽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또 다쳐서 야구를 못 하니까 너무 답답했다. 선수 생활을 얼마나 더 할지 모르지만 남은 야구 인생에선 안 아프고 싶어서 8월 정도에 이름을 바꿨다"며 "주변에서 권유도 했고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인식'이라는 이름 대신 '청훈(靑勳)'으로 새 출발 했다.
     
    이제 LG의 일원이 됐다. 1군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스윙맨으로 활용 폭이 넓다. 3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만큼 LG 마운드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게 유력하다. 정상호, 문광은, 여건욱 등 SK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수가 꽤 있어 분위기 적응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계속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에서도 이제 벗어났다. 그는 "지금은 괜찮다. 꾸준히 공도 던졌다. 최고구속은 시속 148km까지 나왔다. 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둬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가장의 책임감을 느낀다. 프로에서 10년 이상을 뛰었지만, 연봉은 최저수준에 가까운 3000만원이다. 좀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백청훈은 "올해 참 다사다난한 한해다. 살면서 개명도 해보고 팀도 처음 옮기게 됐다. 여기에 결혼도 한다. 기분이 아직은 묘하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보면 2018년 마지막으로 수술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순간 또 아프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했다"며 "아픈 것만 없었으면 좋겠다. 아프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연 없는 야구선수는 없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을 다섯 번이나 받은 건 흔치 않다. 불굴의 의지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백청훈. 야구인생의 마지막 불꽃은 LG에서 불태운다.
     
    그는 말한다. "어딜 가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작지만 강한 그의 각오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