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백호는 내년 올림픽 금메달과 더 많은 홈런을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최승식 기자
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만난 강백호는 “성인대표에 처음 발탁돼 떨렸다. 형들이 막내라고 잘 챙겨줘서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큰 대회에서 강심장이 되는 편”이라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도쿄돔에서 배팅 훈련을 했는데 모두 담장을 넘겼다. 관중의 박수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 강백호를 처음 봤다. 김 감독은 “허벅지가 어휴…, 대단하다”며 “타격 재능이 정말 출중하다”고 칭찬했다. 강백호의 허벅지 둘레는 28인치다. 다리를 붙이고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강한 하체가 장타력의 원천이다.

파워 스윙의 비결인 굵은 허벅지. 둘레가 28인치(70㎝)다. 최승식 기자
원하던 3할대 타율을 기록했는데도 그는 “올해 점수는 80점”이라고 말했다. 6월 25일 부산 사직구장 펜스 구조물에 손바닥이 찢어졌다. 43일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한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는 “팀도 5위 싸움에서 밀려 6위에 그쳤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중요한 시기에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 더 아쉬운 건 홈런이 줄어든 거다. 그는 지난해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13홈런으로 줄었다. 장타율도 0.524(2018년)에서 0.495로 낮아졌다.
![16일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주먹을 불끈 쥔 강백호.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9/dbcfd9b5-1478-4ea4-bf26-2b572d14aaf4.jpg)
16일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주먹을 불끈 쥔 강백호. [뉴스1]
한국은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강백호는 설욕하고 싶다. 일본에 두 차례나 졌는데, 그중에서도 정예멤버로 나선 결승전에서 3-5로 져 준우승한 게 가장 아쉽다. 그는 “다른 나라에는 져도 일본에는 이겨야 한다. 올림픽 진출 티켓을 땄지만, 일본에 져 준우승하면서 대표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내년 올림픽에 나간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돼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일본 야구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강백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 선수 이름을 줄줄 외웠다. 그는 “내년에 또 가면 만날 선수라 공부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은 강백호에게 “네가 타격은 정말 잘한다. 그리고 나중에 대표팀을 이끌 선수다. 하지만 수비를 더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주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실 그는 프로에 와서 외야수가 됐다. 서울고 졸업반 때까지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다. 외야수 경력이 고작 2년밖에 안 돼 아무래도 베테랑보다 수비력이 떨어진다. 강백호는 김 감독 주문을 가슴에 새겼다. 그는 “대표팀에 다녀와 수비가 많이 늘었다. 좀 더 경험하면 더 잘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을 잘 메워서 더욱더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