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망과 꾸준함, 30대 중반에도 FA 가치를 인정 받는 원동력

    신망과 꾸준함, 30대 중반에도 FA 가치를 인정 받는 원동력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29 06:00 수정 2019.11.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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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한화 정우람·KT 유한준·키움 이지영. IS포토

    (왼쪽부터) 한화 정우람·KT 유한준·키움 이지영. IS포토


    얼어붙은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도 온기를 취한 선수는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 꾸준한 실력뿐 아니라 신망도 갖췄다.  
     
    한화는 지난 27일, 2020년이면 한국 나이로 36살인 FA 불펜투수 정우람(34)에게 계약 기간 4년, 총액 39억원을 안겼다. 옵션이 없다. 보장 금액이다. 나이, 보직 등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후한 대우라는 평가다. FA 선수가 2차 드래프트 지명이나 방출 인원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2020 스토브리그 추세이기에 더 주목을 받았다.  
     
    셋업맨으로 SK 왕조 시절을 이끌던 정우람은 2015시즌을 마친 뒤 첫 번째 FA 자격을 얻고 한화로 이적했다. FA 계약의 모범 사례가 됐다. 최근 세 시즌(2017~2019년)동안 리그 클로저 가운데 가장 많은 세이브(87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한화의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19시즌 평균자책점은 1.54다. 구위를 앞세우는 투수가 아니다. 정교한 제구력과 볼 배합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상대적으로 근력 약화, 노쇠화 우려가 덜하다.  
     
    무엇보다 동료에 신망이 두터운 선수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한화의 투수조 조장을 맡았다. 개개인이 부진하고,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합과 사기 진작을 위해 앞장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주는 정우람의 품행에 감탄한 젊은 투수가 많다.  
     
    정우람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든든한 선배이자 리더였다.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젊은 투수 다수가 그의 체인지업과 경기 운영 노하우를 물었고, 정우람도 성심껏 전했다. 두산 좌완 함덕주는 그를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한화의 선택은 의리나 오버페이가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지켜보며 야구를 대하는 정우람의 올바른 자세를 확인했다. 리더십 등 숫자도 나타나진 않지만 한 팀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두루 살핀 모양새다.  
     
    KT도 내부 FA 유한준(38)에게 기간 2년, 총액 20억원을 안겼다. 선수는 40살에도 KT 유니폼을 입는다. 나이를 숫자로 만드는 기량은 이미 지난 네 시즌 동안 증명했다.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로 치른 2019시즌도 기록상 큰 차이가 없었다.  
     
    유한준의 잔류로 KT는 선수단 리더를 지켰다. 2019시즌 주장을 맡은 유한준은 10구단 KT가 창단 최고 순위(6위)를 기록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2년 차 강백호뿐 아니라 3년 후배인 박경수까지도 그의 몸 관리와 올바른 인식을 극찬한다. 존재만으로 영향력이 큰 선수다.  
     
    이숭용 KT 단장은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젊은 선수들이 KT에서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귀감이 될 수 있는 길을 가는 선배가 있다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유한준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다"고 했다. 실력과 인망을 모두 갖춘 선수를 잘 대우함으로써 좋은 문화를 정착시키려 했다.  
     
    포수 이지영(33)도 3년, 총액 18억원에 키움에 잔류했다. 포수의 무릎은 폭탄을 안고 있다. 이지영이 매년 주전으로 뛴 건 아니지만 30대가 꺾인 나이를 감안하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키움은 2019시즌에 선수가 보여준 경기력을 믿었다. 타격 능력은 확실히 나아졌다. 타율 2할8푼 이상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도 좋은 동료다. 이정후 등 후배 야수와 젊은 투수들이 공개적으로 그의 잔류를 기원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