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인천의 잔류, 유상철과 함께라 더 의미 깊은 기적

    '생존왕' 인천의 잔류, 유상철과 함께라 더 의미 깊은 기적

    [일간스포츠] 입력 2019.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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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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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줘.'

    인천 유나이티드가 잔류를 확정지으며 다시 한 번 '생존왕'의 저력을 발휘한 날, 원정석을 가득 채운 인천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현수막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인천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검정색 스프레이로 쓴 현수막에는 인천팬들이 유상철(48) 감독에게 바라는 또 하나의 간절한 요구가 담겨 있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최종 38라운드 원정 경기서 경남 FC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인천은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승점 1점 차로 10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반면 경남은 반드시 승리를 해야하는 상황. 90분 내내 치열한 경기가 전개됐고 서로의 골문을 노린 날카로운 슈팅들이 번번이 빗나가거나 선방에 가로막히면서 0의 균형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결국 양 팀이 득점 없이 비기면서 인천이 승점 34로 10위를 유지, 잔류에 성공해 '생존왕'의 위엄을 과시했다. 경남(승점33)은 승점 1점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11위에 머물러 다음달 5일과 8일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마지막 잔류의 가능성을 걸고 다투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적의 순간을 위해 16대의 버스를 동원해 창원까지 내려온 600여 명의 인천 팬들은 눈물과 환희가 뒤섞인 얼굴로 유 감독과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호남(30)은 "누가 하위권 팀의 팬이라고 생각하겠나, 정말 말도 안되는 응원을 해주신다"며 원정을 홈처럼 만들어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유 감독도 "원정에서 선수들이 기가 죽거나 주눅드는 경우가 많은데 팬분들 덕분에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머나먼 창원까지 원정길에 망설임 없이 동행한 인천 팬들은 선수단과 유 감독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90분 내내 경남과 인천의 응원전은 치열했고, 목청이 터져라 "할 수 있어!"를 외치는 팬들의 절규와 같은 응원은 선수들의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인천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요른 안데르센(56) 감독과 결별하고 유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12위에서 11위, 10위로 한 계단씩 올라서던 인천은 강등 전쟁이 한창이던 10월 19일, 유 감독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불안한 기류에 휘말렸다. 하지만 유 감독은 한 달 뒤 본인이 직접 췌장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사령탑 부임 때부터 약속했던 '인천을 잔류시키겠다'는 약속,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약속이다.

    청천벽력같은 암 투병 소식은 생존왕 인천의 DNA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인천은 4시즌 연속 리그 최종전에서 잔류 확정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쓰며 또 하나의 기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팬들이 내건 현수막처럼 유 감독이 '남은 약속 하나'를 지키는 것 뿐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