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야 넌 계획이 다 있구나

    민규야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중앙일보] 입력 2019.12.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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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민규 롯데 단장은 ’내 임기(3년) 뒤에도 강한 롯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합뉴스]

    성민규 롯데 단장은 ’내 임기(3년) 뒤에도 강한 롯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프로야구 롯데가 한화 포수 지성준(25)을 받고, 투수 장시환(32)을 내줬다. 이에 롯데 팬들은 영화 ‘기생충’ 주인공 가족 아버지 기택(송강호)이 했던 대사를 빌려 성민규(37) 롯데 단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민규야, 넌 계획이 다 있구나.”
     
    롯데는 이번 시즌 포수 수비로 고전했다. 그런데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지영(키움과 계약)이나 김태군을 잡지 않았다. 트레이드 전날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도 포수를 뽑지 않았다. 비난 일색이었던 롯데 팬 반응은 지성준 영입 직후 바뀌었다. 4일 만난 성 단장은 “프로세스대로 진행했다”며 웃었다.
     
    지난 9월 취임한 성 단장은 ‘일이 처리되는 경로나 공정’을 이르는 ‘프로세스’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그는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다. 성공하려면 과정이 있어야 한다. FA 영입해서 우승하면 ‘와~’ 하겠지만 오래 못 간다. 그건 요행”이라고 했다. 그는 “2차 드래프트, 외국인 포수, 트레이드까지 몇백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트레이드였다. 지금 당장 지성준의 수비가 안 좋을지 몰라도, 타격이 된다. 2~3년 뒤 수비력이 좋아지면 우리는 전성기 포수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내야수 고승민, 강로한의 외야수 전환에 대해 “우린 내야 수비가 약하다. 그래서 타격은 약해도 수비가 좋은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를 유격수로 데려왔다. 그리고 두 선수는 외야에서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신본기도 2루로 가면 수비가 안정될 것이다. 홈런 치는 외국인 타자? 겉보기엔 좋지만, 우리 팀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 단장은 허문회 신임 감독(사진 오른쪽)에 대해 ’정말 좋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성 단장은 허문회 신임 감독(사진 오른쪽)에 대해 ’정말 좋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롯데가 돈이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성 단장은 “구단에서 지원을 잘해준다. FA를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용돈 많이 준다고 덥석 받아 쓰면 나중엔 부족하다. 정말 필요할 때를 위해 지금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롯데는 노리던 FA를 놓친 뒤 다른 선수를 잡는 ‘면피식’ FA 운영을 여러 차례 했다. 성 단장은 “(지난해 FA 미아가 된) 노경은과 계약한 덕분에 장시환을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었다. 노경은은 맞혀 잡는 투수다.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든 현재 유용한 선수”라고 말했다.
     
    성 단장은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인생 자체가 그렇다. 세 번이나 가던 길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았다. 외야수였던 그는 홍익대 1학년 때 자퇴하고 야구를 그만뒀다. 그는 “야구가 하기 싫었다. 성공할 것 같지도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야구 장비를 다 태워버리고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무작정 뉴질랜드로 향했다.
     
    야구와 인연은 질겼다. 뉴질랜드의 야구 클럽에서 다시 글러브를 꼈다가, 호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대회에서 미국 야구 관계자 눈에 들어 미국 대학에 편입했다. 그렇게 돌아 2007년 신인 2차 지명 4라운드(32순위)에 KIA의 지명을 받았다. 이번에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자유롭게 살던 그에게 딱딱한 분위기는 맞지 않았다. 그는 “욕 많이 먹었다. ‘이 훈련 왜 하나’ 코치에게 물었다가 혼났다. 방출시켜달라고 했다”고 당시를 전했다.
     
    이번엔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잠시 경험한 뒤 코치가 됐다. 성 단장은 “트리플A에 부딪혀 보고 ‘나는 안 되겠구나’ 느꼈다. 구단도 처음부터 나를 코치나 스카우트로 쓸 생각이었다. 바로 ‘코치로 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스카우트가 됐고 승진을 거듭했다. 성 단장은 “처음엔 후회했지만, 곧 잊었다. 나는 남보다 빨리 판단하고 결정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12년 뒤, 그는 롯데 단장으로 KBO리그에 복귀했다. 성 단장은 “야구에서 대타는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다. 나도 이런 기회를 늘 기다렸다. 준비했기 때문에 면접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 트레이닝, 선수 관리 등의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열성 팬이었으나 미국에 돌아갈 뻔했던 케리 마허 교수를 구단 직원으로 채용했다. 가장 보수적인 구단으로 평가받던 롯데이기에 더욱 놀랍다. 성 단장은 “내가 어리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소신대로 하다가 결과를 못 내면 잘리면 된다. 나는 젊지만, 우리 코칭스태프는 나이와 경험이 있다.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