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골든글러브 수상 '아버지처럼…아이의 꿈은 이뤄졌다'

    이정후, 골든글러브 수상 '아버지처럼…아이의 꿈은 이뤄졌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9.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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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키움 이정후가 외야수부문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키움 이정후가 외야수부문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우리 나이로 여섯 살 소년은 아버지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축하하러 시상식을 찾았다. 그리고 집에는 진열장을 가득 채울 만큼 아버지가 받은 트로피가 가득했다. 어린 소년은 '언젠가 나도 훌륭한 야구 선수가 돼서 상을 받아야지'라고 다짐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많은 상을 휩쓴 키움 이정후(21)의 이야기다. 
     
    이정후는 9일 열린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 외야수 부문에서 총 유효표 347표 가운데 315표(득표율 90.7%)를 얻어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첫 황금 장갑을 품에 안은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혜택으로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2019년 이정후와 2003년 이종범. IS포토·연합뉴스

    2019년 이정후와 2003년 이종범. IS포토·연합뉴스

     
    이정후는 "6살 때(2003년) 아빠(이종범)가 골든글러브를 받아서 꽃다발을 주러 왔다. 그때 '나도 아버지처럼 돼야지'라는 꿈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던 장소도 여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어렸을 적이지만 이정후의 기억은 또렷했다. KBO에 문의한 결과 2003년과 2019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같은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이정후에게 '아버지' 이종범의 존재는 곁에서 바라볼 수 있던 롤 모델이었다. 이정후는 "어릴 적에 집에 상이 정말 많아 신기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그래서 이렇게 상을 받으면 어릴 적 기억도 난다"고 웃었다. 이종범 코치의 상은 따로 진열장에 보관 중인데, 최근에 이정후도 신인상과 골든글러브 등 수상 횟수가 늘어나자 그의 어머니가 따로 '이정후 전용 진열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정후의 야구 입문을 극구 말렸던 이종범 코치는 이제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 프로 선수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줄 알기에 마음으로 이해하며 특별히 잔소리나 조언도 하지 않는다. 이정후가 어릴 적에는 야구 관련 서적을 선물하며 더 큰 꿈을 갖도록 후원했다. 이 코치는 "솔직히 이종범보다 '정후 아빠'라는 이야기가 더 듣기 좋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들이 실력으로 이겨냈으니 더 기쁘다"고 웃는다. 
     
    이제는 아들이 아버지의 명성을 넘어서려 한다. MVP, 한국시리즈 MVP 출신의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6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는데, 이정후는 입단 3년간 두 번 받았다. 이 코치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은 적은 없다. 이정후는 "5년 안에 아버지와 같은 (총 6차례의)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며 "아버지가 해보지 못한 (3년 연속 수상) 기록을 밟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매년 발전하고 있다. 2017년 고졸 신인왕, 2018년 골든글러브를 탄 그는 올해 140경기에서 타율 0.336 6홈런 68타점 13도루 9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총 유효표 349표 중 139표(39.8%)를 얻어 김재환(47.6%) 전준우(47.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90.7%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아마추어 시절 내야수였으나 프로 입단 후 외야로 전향한 그는 넓은 수비 범위와 뛰어나 스피드에 정확한 송구와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자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언젠가 해외 진출의 꿈도 이루고 싶은 그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이 남아 있다. 타격왕도 최다 안타왕도 받고 싶은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