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롯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윈윈 겨냥

    안치홍-롯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윈윈 겨냥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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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가 FA 내야수 안치홍을 얻었다. 사진 = 롯데 제공

    롯데가 FA 내야수 안치홍을 얻었다. 사진 = 롯데 제공

     
    롯데의 스토브리그는 2020년에도 뜨겁다. 리그 정상급 2루수 안치홍(29)을 영입했다. 계약 방식도 파격이다. 
     
    롯데 구단은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을 알렸다. 기간 2년에 계약금 14억 2000만원, 연봉 총액 5억 8000만원, 옵션 6억원에 계약했다. 
     
    종전까지 KBO 리그에서는 나오지 않던 옵션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호 옵션 계약을 했다. 2021시즌이 끝난 뒤 기간 2년, 최대 31억원에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선수 입장에서는 최대 56억원가지 받을 수 있다. 두 시즌 동안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옵션을 실행하면 몸값을 높이고 이적을 선택할 수도 있다. 보장 기간은 2년이지만 성적에 따라 더 좋은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롯데도 2년 뒤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부상, 기량 저하 등 변수에 대처할 수 있다. 이 경우 선수에게 바이아웃 1억원을 지급한다. 
     
    지난달 20일 LG와 계약한 내부 FA 유격수 오지환이 계약금으로 16억원을 받는다. 안치홍에게 안긴 계약금은 상호 옵션이 실행되지 않고도 14억원이다. 4년에 준하는 수준의 계약금. 2020 스토브리그는 그동안 한파였다. 롯데가 안치홍에게 과감한 투자를 했다. 
     
    이유가 있다. 롯데의 2루는 그동안 취약 포지션이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 외인 앤디번즈와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기용했다. 2013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주전을 맡은 국내 선수 정훈의 성장세가 더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외인들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수아헤는 계약 기간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방출됐다. 이후 수비력이 좋은 5년 차 내야수 강로한과 신인 고승민에게 기회를 줬다. 값진 경험을 쌓았지만 차기 시즌에 주전을 맡길 정도의 기량을 갖추진 못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외야 전향을 유도했다. 
     
    안치홍이 KIA팬에 전한 자필 편지. 안치홍 개인 SNS 캡처

    안치홍이 KIA팬에 전한 자필 편지. 안치홍 개인 SNS 캡처

     
    안치홍은 리그 대표 2루수다. 서울고 출신인 그는 200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IA에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해부터 123경기에 출전하며 잠재력을 발산했다. 이듬해는 풀타임을 치르며 타율 0.291·79득점·50타점을 기록했다. 성장세는 이어졌고 2011년에는 골든들러브까지 수상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장타력까지 장착했다. 2017~2018시즌 연속 20홈런을 넘겼다.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 여파가 거셌던 2019시즌에도 3할(0.315) 타율을 지켜냈다.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원소속팀 KIA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나 구단 내부적으로 투자에 인색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구체적인 몸값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내부 FA인 유격수 김선빈과의 계약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내야 보강을 고려하던 롯데가 옵트아웃 조항으로 선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안치홍이 가치보다 저평가 받고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원소속팀보다 자신에 적극적이면서, 2년 뒤 재평가를 받을 기회도 잡을 수 있는 제안에 눈길이 가는 게 당연했다.  
     
    안치홍이 타선에 합류하면 무게감이 더해진다. 선수 활용폭도 넓어진다. 롯데는 이미 외인 딕슨 마차도를 유격수로 낙점했다. 안치홍 영입 전까지는 신본기가 2루를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키스톤콤비는 재편됐고, 신본기는 3루수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2018 1차 지명 선수 한동희, 2017년 2라운더 김민수가 주전으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장 수비 안정을 위해서는 신본기도 나쁘지 않은 옵션이다. 
     
    안치홍은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다. 새로운 도전을 나선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롯데 구단이 보여준 믿음에 보답하고 열정적인 롯데팬들의 사랑을 받을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필 편지를 첨부하기도 했다. KIA팬을 향해 "저를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해주신 KIA팬들과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도 남겼다. 
     
    한편 안치홍의 이적은 스토브리그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 번째 외부 FA 영입이 나왔다. 롯데는 내부 FA(전준우, 손승락, 고효준)만 3명이다. 이번 투자는 전원 잔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수, 외야수를 원하는 타구단이 움직일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2차 드래프트, 외인 코칭 스태프 영입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계약까지 보여주며 이 겨울을 주도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