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더라도 홈플레이트 붙는다…추신수의 용감한 사구 1위

    맞더라도 홈플레이트 붙는다…추신수의 용감한 사구 1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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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6일 볼티모어전에서 왼손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추신수.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6일 볼티모어전에서 왼손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추신수. [AP=연합뉴스]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가 현역 메이저리그(MLB) 선수 가운데 통산 1위인 기록이 있다. 바로 사구(死球·몸 맞는 공)다. 추신수는 2005년 MLB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5시즌을 뛰며 사구 150개를 기록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사구 통산 2위인 앤서니 리조(31·시카고 컵스·145개)보다 5개 많다.
     
    MLB는 12일 홈페이지(MLB.com)를 통해 올 시즌 달성 예상 기록을 소개하면서 ‘추신수와 리조가 2020년에는 페르난도 비나(51·은퇴)의 통산 사구 157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비나는 MLB 역대 사구 19위다. 추신수가 현역 1위, 통산 23위다. MLB.com은 추신수가 통산 사구 20위 브래디 앤더슨(56·은퇴·154개)은 물론, 통산 19위 비나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추신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텍사스에서 뛰며 6년 동안 사구 69개(연평균 11.5개)를 기록했다. 큰 부상만 없다면 사구 현역 1위를 지키며, 통산 20위 내로 진입할 전망이다. 추신수는 이미 지난해 텍사스 구단 역대 최다 사구(57개) 신기록을 세웠다.
     
    추신수의 사구는 단순한 출루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미국에 진출한 지 20년, MLB에서 뛴 지 15년 동안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상대와 싸웠는지를 증명하는 데이터다.
     
    추신수의 사구와 부상 우려가 텍사스 구단 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추신수는 연장 12회에 투구에 왼손을 맞았다.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아 부상자 명단(IL)에 오를 것으로 보였으나, 이틀만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섰다.
     
    당시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44)은 “추신수의 검사 결과를 보고받으며 그의 손에 나사가 박혀 있는 걸 봤다. 지금까지 추신수가 어떻게 야구를 했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2011년 사구에 맞아 왼손 엄지 골절 수술을 받았다. 2016년에는 왼쪽 손목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공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공포와 싸우는 행위다. 시속 140㎞가 넘는 투구에 맞을 때 타자에게 전해지는 압력은 약 80톤에 이른다는 실험 결과(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도 있다. 시속 160㎞ 안팎의 강속구가 날아오는 MLB에서는 충격과 공포가 더할 것이다.
     
    타자마다 타석에서 서는 위치가 다르다. 추신수는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바짝 붙어서 타격한다. 이런 경우 바깥쪽 공을 때리기 수월하다. 대신 몸쪽 공 공략이 어렵다. 사구를 맞을 확률도 커진다. 투수로서는 추신수에게 몸쪽 공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바깥쪽 코스를 노리고 선 타자에게 쉬운 공만 줄 리 없다. 게다가 추신수는 선구안이 좋아 볼넷도 잘 얻는다. 사구 위험을 감수하고 몸쪽 깊은 코스로 공을 던질 필요가 있다. 추신수에게 날아든 수많은 몸쪽 위협구(또는 실투) 가운데 피하지 못한 공이 쌓여 150개가 된 것이다.
     
    추신수가 한 시즌 개인 최다 사구(26개)를 기록한 2013년, 많은 팀 동료가 그의 건강을 걱정했다. 텍사스와 대형 자유계약(FA, 7년 1억3000만 달러·1500억원)을 했어도, 어느덧 30대 후반 베테랑이 되었어도, 그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전진하고 전진했다. 지난해에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구(18개)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사구는 내 야구 인생을 항상 따라다녔다. 맞는 게 두렵지는 않다. 다만 부상이 걱정될 뿐이다. 동료들은 공을 피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난 평생 이렇게 야구를 해왔다.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