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질문 있습니다] 김하성·이정후의 이구동성, ”나도 내가 이렇게 잘될지 몰랐다”

    [배영은의 질문 있습니다] 김하성·이정후의 이구동성, ”나도 내가 이렇게 잘될지 몰랐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15 06:00 수정 2020.01.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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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과 이정후가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민규 기자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과 이정후가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민규 기자



    "언젠가 메이저리그 같은 팀에서 함께 뛴다면? 정말 최고죠!"  

     
    2020년 새해 첫 달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늦은 오후.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구석 자리에 갓 스물다섯과 스물둘이 된 청년 두 명이 나란히 앉았다. 키움 내야수 김하성(25)과 외야수 이정후(22). 각각 올해 연봉 5억5000만원과 3억9000만원을 받게 돼 역대 KBO 리그 7년 차와4년 차 최고 몸값 기록을 경신한 '천재 듀오'다.  
     
    고액 연봉 선수들이 삼삼오오 따뜻한 해외로 떠나 올 시즌 준비에 한창인 시기. 하지만 아직 20대 초중반에 불과한 이들은 국내에 남아 착실하게 다음 시즌을 위한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운동 스케줄은 서로 다르지만, "올해 우리가 더 잘해서 꼭 지난해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확실하게 공유하고 있다.  
     
    둘은 유독 서로 의지를 많이 하는 선후배 사이다. 유독 팀워크가 끈끈한 키움에서 3년간 동고동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김하성의 룸메이트였던 김민성(LG)과 이정후의 룸메이트였던 고종욱(SK)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 뒤로는 원정 경기 때 방도 같이 쓴다.  
     
    공통점도 많다. 입단한 지 얼마 안 돼 1군 센터라인 주전 한 자리를 꿰찼고, 이제는 팀을 넘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축 멤버로 자리 잡았다. 나란히 2018년과 지난해 유격수(김하성)와 외야수(이정후) 부문 골든글러브를 2년 연속 수상한 데다 올해는 각자 자신의 연차 최고 연봉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9 프리미어 12에 함께 출전했다가 한국 선수 가운데선 둘만 대회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치 운명 공동체와도 같은 둘은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점점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역시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김하성은 "정후는 정말 천재다. 나는 우리 팀 선배들이 키웠다면, 정후는 본인 실력으로 혼자 컸다"며 후배 칭찬에 여념이 없었고, 이정후는 "우리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하성이 형이 1년 뒤 해외로 바로 떠나버릴까 봐 벌써 걱정"이라며 짐짓 울상을 지었다.  
     
     
     






    -김하성은 7년 차, 이정후는 4년 차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을 각각 경신했다. 축하한다.  
    김하성(이하 김)=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봉이 선수의 가치니까 당연히 중요하긴 한데, 그런 부분을 구단이 늘 먼저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기고, 올 시즌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되는 것 같다.  
    이정후(이하 이)=나도 마찬가지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팀에서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뿐이다. 책임감도 생기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팀에 함께 있다는 게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김하성에게 이정후는 어떤 후배인가. 그리고 이정후에게 김하성은 어떤 선배인가.  
    김=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동생이다. 정후는 워낙 혼자 스스로 잘한다. 나도 어린 연차 때부터 1군에 있긴 했지만, 나와는 또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난 사실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컸다. 가장 좋아하는 김민성(LG) 선배와 5년간 룸메이트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 박병호 선배와 서건창 선배를 비롯한 다른 선배들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정후는 나와 달리 진짜 자기 실력으로 컸다. 이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하고, 지금도 나보다 나은 것 같다.  
    이=아니다. 나야말로 정말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하성이 형이 윗 선배들에게 받은 걸 똑같이 나한테 해주신 거다. 정말 팀에 좋은 선배들이 많다. 올해는 하성이 형과 둘이 방을 같이 쓰게 되면서 야구가 잘 안 될 때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다. 평소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신다.  
     
    -서로가 보는 서로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  
    김=정후는타고났다. 그냥 천재다. (이정후가 쑥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자) 타격 쪽에서는 진짜 그렇다. 공 던지는 건 아직 잘 모르겠는데…. 외야에서 송구할 때는 한 번씩 좀 '똑바로 던지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일동 폭소) 박병호 선배님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다. (웃음) 이런 농담도 사실 다 좋아해서 하는 거다. 진짜 너무 잘 치니까.  
    이=형은 야구를 모든 면에서 잘하는 것 같아서 단점이 없다. 아, 무엇보다 성격이 정말 좋다. 경기 중에 실수하더라도 전혀 기죽지 않고 빠르게 다음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인다. 항상 자신감을 많이 가진 점도 부러운데, 그걸 또 야구장에서 결과로 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멋있는 것 같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 유격수였고, 내야수로 입단했다. 천하의 김하성도 긴장할 수 있었을 텐데.  
    김=아, 그런데 수비하는 걸 보고 나니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다시 폭소) 정후의 첫 캠프 때 나는 근처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팀 캠프에 갔다가 내야 수비하는 영상을 보고 '아, 이 친구는 곧 외야로 전향하겠구나' 싶어서 걱정이 없어졌다. (웃음) 만약 정후가 유격수 수비까지 잘했다면 나는 아마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지 않았을까."  
     
    -둘 다 팀을 잘 만난 게 1군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인 것 같다.  
    김=나도, 정후도 정말 그렇다. 감독님도 잘 만났고, 선배들도 잘 만났다. 그래서 감사하다.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면 서로 조금씩 더 발전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우리 팀은 나이가 어려도 잘하면 기회를 많이 주는 팀이다. 신인급 선수들도 무작정 '1군에서 뛰고 싶다'는 희망만 품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나도 저 선배처럼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목표의식을 심는 환경이니까. 나 역시 목표는 당장 해내야 하는 거니까 현실성 있게 잡되 꿈은 정말 '꿈'이니까 최대한 크게 가지려고 한다."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상상했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에 어떤 차이가 있나.  
    김=정말 내가 이렇게까지 잘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건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 처음 야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는 당연히 조금만 잘해도 메이저리그에 갈 줄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랬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돼 보니 당장 프로의 벽만으로도 너무 높은 거다. 심지어 고2 때까지는 키도 작고 체격도 작아서 힘이 없었고, 그래서 방망이도 잘 못 쳤다. 그냥 '일단 프로만 가자'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3학년 때 갑자기 성장하면서 1년을 반짝 잘해서 프로 지명을 받게 됐다. 그러니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는 예상은 하지도 못했다. 정후처럼 계속 야구를 잘한 선수랑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다. 지금 이 모든 게 무척 감사하다.  
    이=나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는 일단 야구만 하면 그냥 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다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진짜 많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때 김하성이 장난스럽게 "너는 야구가 점점 더 쉬워졌지? 고1 때부터 '난 무조건 프로 가겠네' 한 거 아니야?"라고 놀리자 손사래를 치며) 진짜 아니다! 정말 어려웠다. 학생 때는 주위에서 아무리 '너희 아빠가 야구를 정말 잘했다'고 얘기해도 나에게는 그냥 레전드가 아닌 '우리 아빠'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한 학년씩 올라갈수록 야구가 힘들어지고, 어렸을 때 그냥 즐겁게 같이 야구하던 친구들이 도중에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새삼 '아, 아빠가 정말 대단했구나'라고 느끼게 됐다. 처음에 아빠가 왜 야구를 하지 말라고 했는지도 조금 알겠더라.  
     
     


    -아버지가 원래는 야구가 골프를 시킬까 하셨다고 들었다.  
    이=그렇다. 골프, 축구에 쇼트트랙까지 다 해봤는데 결국 야구를 하게 됐다. 골프는 너무 정적이라 내 성격과 잘 안 맞았다. 나도 하성이 형처럼 '프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줄은 몰랐다. 원래 목표는 딱 지금 내 나이, 프로 4년 차 정도가 됐을 때는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정도였다. 어렸을 때 빨리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1군 진입을 노릴 계획이었다. 내야수로 들어왔을 때는 정말 가망이 안 보였는데(웃음), 다행히 감독님이 빨리 외야수로 바꿔 주셔서 수비 부담을 덜고 방망이도 잘 맞고 해서 운 좋게 빨리 잘 풀렸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이정후처럼 같은 분야의 대가인 아버지를 둔 상황이 어떻게 보이나. 부러운가, 아니면 부담이 클 것 같은가.  
    김=장단점이 다 있을 거다. 아버지가 워낙 유명한 분이셔서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정후가 외야수라 다행이다. 아버지가 유격수로 정점을 찍은 선수셨으니 포지션도 같은 유격수였으면 더 자주 비교를 당해서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정후가 그런 부담감을 다 잘 이겨내고 성공한 덕에 정후 아버님과 정후에게 '윈윈'이 된 것 같다. 아버님은 은퇴하셨지만 정후를 통해 계속 재조명되실 수 있고, 정후 역시 아버지 덕에 더 유명해지고 주목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닌가. 이 모든 게 다 정후가 그런 무게감을 잘 극복하고 성공했기에 가능해졌다.  
     
    -둘 다 야구팬들이 훗날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선수다. 김하성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할 수도 있다고 예고도 했다.  
    김=이번에도 꿈을 크게 가진 것이다. 일단 구단에서 미리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어쨌든 (해외에 나가려면) 내가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팀 성적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조급한 마음은 없다. 올해가 안 되면 내년 시즌 이후까지 시간을 길게 보고 생각하려 한다. 더 성장해서 경쟁력이 생기고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면 해외에 나갈 것이다. 무조건 올해가 끝나고 가겠다는 건 아니다.  
    이=나는 아직 (해외진출 가능 자격을 얻으려면) 네 시즌이 더 남아서 아무 생각이 없다.  
    김=나도 정후 나이 때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한참 더 남아서 아무 생각이 없다'고. 그런데 정후야, 시간 진짜 금방 간다. (일동 폭소)  
    이=하성이 형 나이가 됐을 때 생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성이 형도 나 같은 과정을 밟고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나도 차근차근 그 뒤를 따라가면서 생각해보겠다. 
     
    -나중에 메이저리그 같은 팀에서 뛰게 되면 좋을 것 같지 않나.  
    김=그렇게 되면 최고다! (웃음) 결국 다른 리그에서 잘하려면 적응력이 관건이니까 둘이 같이 있으면 정말 좋다. 우리 둘 다 학생 때는 저학년 때부터, 프로에 와서는 저연차 때부터 경기에 뛰어서 그런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뭐든 부딪혀 봐야 알지 않나.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니까 '도전'이라고 표현하는 거 아닐까. 해외 진출은 진짜 '도전'이다.  
     
    -지난 프리미어 12에서 둘만 나란히 대회 '베스트 11'에 뽑혔는데.  
    김=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좋다. 대표팀에 뽑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니까. 가면 아무래도 실력이 많이 늘게 된다. 좋은 선수들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생기고 또 자극도 된다. 그런 부분이 가장 좋다.  
    이=나도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계속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경험을 해봤으니 이번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뽑힌다면 이번엔 꼭 성적,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  
     
     


    -서로에게 올해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  
    김=정후는 아쉬울 게 없는 선수다. 국내 선수 가운데 200안타는 우리 팀 서건창 선배만 치지 않았나. 128경기 때 나왔으니 진짜 대단한 기록이다. 그 뒤를 팀 후배 정후가 잇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후가 그 기록에 가장 가까운 선수라고도 생각한다. 작년에 최다안타 1위를 내줬던 경쟁자(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가 재계약도 하지 않았나. 올해는 정후가 이겼으면 좋겠다. 정후가 안타 250개 정도만 쳐 주면 우리 팀이 우승하지 않을까. (웃음)  
    이=200안타? 포스트시즌에 치는 것까지 다 합쳐야겠다. (웃음) 하성이 형은 그냥 항상 잘해서 내가 더 기대할 게 없다. 만약 형이 올해 너무 잘해서 시즌 끝나고 바로 해외로 가버리면 좀 슬플 수 있으니까, 그냥 올해도 형이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 내년까지 보고 좀 적당히.  
     
    -잘하라는 얘긴지, 못하라는 얘긴지 아리송하다.  
    이=당연히 잘하길 바라는 것은 맞다. 다만 본인이 확신해야 해외에 나간다고 했으니까, '누가 봐도 잘한' 성적인데 형 자신의 기준에만 성에 안 차는 정도의 성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1년 더 같이 뛸 테니. (웃음) 우리 후배들은 지금 다 형이 하는 걸 보면서 배우고 있으니 계속 하성이 형과 함께하고 싶다. 안 다치고 계속 지금처럼만 잘하셨으면 좋겠다.  
    김=아무래도 내가 다른 후배들보다 정후한테 잘해주니까 이러는 것 같다. (웃음)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다른 선수들이 나를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야구를 잘하는 게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나중에 은퇴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수로 뛰는 동안에는 만족하는 일 없이 계속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올해도 3년 연속 동반 골든글러브 수상을 기대하나. 
    김=2년 연속 받으니 정말 좋더라. 앞으로도 받을 수 있는 한 계속 받고 싶다.  
    이=하성이 형은 계속 받을 것 같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배영은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