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허송, FA 협상 직무 유기 다름없던 KIA 프런트

    65일 허송, FA 협상 직무 유기 다름없던 KIA 프런트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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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KIA와 4년 40억 조건으로 FA계약을 맺은 김선빈과 조계현 단장. KIA 제공

    14일 KIA와 4년 40억 조건으로 FA계약을 맺은 김선빈과 조계현 단장. KIA 제공

     
    KIA 내부에서도 "이번 FA 시장에서 졌다"는 한탄이 새어 나온다. 
     
    FA 협상에서 뚜렷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침묵의 전략'은 예상보다 큰 출혈로 이어졌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꼴찌'로 평가받고 있다. 안치홍을 롯데에 뺏기자 외양간을 일부 유지하려다 구단이 자체 설정한 기준선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또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내부 FA를 타 구단에 뺏겼다. 구단 최고위층의 잘못된 전략과 안일한 대응 탓이다.  

     
    KIA는 14일 김선빈과 계약 기간 4년에 총액 40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금이 16억 원, 총연봉이 18억 원, 옵션 6억 원의 조건이다.    
     

    김선빈의 계약 조건은 시장의 평가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김선빈이 KIA와 맺은 4년 40억 원의 조건은 보장 계약 기간 4년 총액 기준으로 오지환(LG)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오지환은 옵션 없이 LG와 4년 40억 원, 전준우는 롯데와 4년 34억 원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안치홍이 총액 기준으로 4년간 최대 56억 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2년 뒤 계약 연장 여부는 구단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장된 금액은 26억 원(2020~2021년)으로 김선빈에 훨씬 못 미친다. 김선빈은 이번에 빅4로 분류된 FA 가운데에선 안치홍, 전준우, 오지환보단 계약 규모가 낮게 점쳐졌다.  
     

    즉,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FA 시장에서 김선빈은 성공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KIA는 적정한 규모의 계약을 끌어내지 못했다. 사실 선수 측이 원한 계약 조건은 처음부터 큰 변함이 없었다. 이런 규모의 계약 조건이었으면 선수 측에서도 일찌감치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계약이 늦어졌다.  
     

    애초에 KIA가 김선빈의 FA 계약 총액으로 책정한 금액은 30억 원 내외였다. FA 시장 상황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KIA에서 김선빈에게 25억~30억 원의 조건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치홍이 롯데로 떠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KIA는 어쩔 수 없이 김선빈에게 상향된 금액을 제시했다. 여론의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선수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40억 원 계약은 KIA가 최초 제시한 금액에서 많이 올랐다"고 했다. KIA는 선수(안치홍)도 잃고, 예상보다 더 큰 지출을 한 셈이다.      
     
    가장 문제는 KIA측의 협상 자세였다. 지난 7일에서야 처음으로 구단 측의 조건을 내밀었다. 지난해 11월 4일, FA 시장이 문을 연 뒤에 무려 65일 만이었다.  
     

    2008년 입단해 지난 10년간 주전 유격수로 뛰며 팀의 두 차례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탠 선수 측으로선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KIA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구단 측의 협상 자세에 실망감이 컸다. '구단은 원소속 구단이 먼저 조건을 제시하면 해당 선수를 노리는 타 구단에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어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견지했는데, 결과적으로 선수 측이 만족을 느낄 만한 계약이 이뤄졌으니 KIA는 협상에서 졌다.  
    롯데가 FA 내야수 안치홍을 얻었다. 사진 = 롯데 제공

    롯데가 FA 내야수 안치홍을 얻었다. 사진 = 롯데 제공

     
    KIA는 구단을 떠난 안치홍이 롯데 측에 제시한 "2+2 조건을 우리에게는 얘기한 적 없다. 만약 그런 조건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이는 불성실한 협상 과정로 일관한 KIA에 간접적으로 마음이 떠난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협상을 시도하지 않았으니 구단의 궁색한 변명밖에 안 된다. 조계현 단장이 "안치홍과 김선빈, 둘 다 무조건 잡겠다"고 언론에 언급한 것과 다르게 협상 과정에서 너무나도 무성의했다. 타 구단 FA를 잡을 때의 적극적인 모습과는 분명 전혀 다른 스탠스였다. 한 관계자는 "선수가 갈 곳이 없다고 여겨 그렇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선수를 코너로 몰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협상 과정도 문제다. 보통 대어급, 또는 준척급 FA와 협상을 하면 구단이 먼저 조건을 제시하는게 일반적이다. KIA는 전혀 달랐다. "선수 측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안치홍이 떠나면서 이달 초에야 제대로 된 계약 협상이 이뤄졌다.  
     

    타 구단의 FA 협상과 비교된다. 이번에 빅4로 분류된 내부 FA와 계약한 롯데와 LG 모두 단장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성민규 롯데 단장은 초반부터 선수 측과 적극적으로 대화했다. 전준우가 에이전트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테이블에 나서기로 하자 직접 2~3차례 만나기도 했다.  
     

    반면 조계현 단장은 안치홍이 떠난 뒤인 지난 9일 처음 김선빈측 에이전트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꼭 잡겠다"는 준척급 FA와 협상하면서 단장이 뒤늦게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이제 막 부임한 성 단장은 트레이드 통해 전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안치홍과의 계약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장이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긴 하나, 최하위로 떨어진 구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탈바꿈을 시도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다.  
     

    그렇기에 KIA의 협상력은 더욱더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가다. 수석코치에서 단장으로 승격한 조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성민규 단장과는 반대 행보다. 
     
    "안치홍·김선빈을 반드시 잡겠다"고 한 단장이 협상이 여의치 않음에도 실무진에게 이를 모두 맡기고 이제서야 직접 나섰다면 사실상 직무 유기를 했다. 또한 구단은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보름 가까이 특별한 연락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협상 휴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조계현 단장이 취임한 후 선수단 계약과 관련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계현 단장은 2017년 통합 우승 직후 수석코치에서 단장으로 옮겼다. 이듬해부터 KIA는 디펜딩 챔피언의 급격한 추락을 거듭, 5위→7위로 떨어졌다. 특히 2018년 11월 임창용 방출, 지난해 11월 코치 재계약 문제 때도 시끌벅적했다. 구단의 결정을 떠나, 오랫동안 함께 땀 흘러온 이들에게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통보 과정이었다. KIA는 한동안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이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편 조계현 단장은 김선빈 측과 계약 조건에 공감대를 나눈 뒤, 일부 관계자를 통해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