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인도둑 스캔들…‘데이터 천재’라던 코라 추락했다

    MLB 사인도둑 스캔들…‘데이터 천재’라던 코라 추락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16 00:04 수정 2020.01.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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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팀 포수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15일 해임된 알렉스 코라 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AP=연합뉴스]

    상대팀 포수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15일 해임된 알렉스 코라 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AP=연합뉴스]

    무명 선수 출신이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스타 지도자’가 됐다. 하지만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들통나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코라(45·푸에르토리코) 감독 이야기다.
     
    보스턴 구단은 15일(한국시간) “존 헨리 구단주와 톰 웨너 사장, 샘 케네디 최고경영자(CEO) 등 수뇌부 회의 결과 코라 감독을 내보내기로 했다. 코라 감독도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겉으로는 상호 합의에 따른 해지이지만, 사실상 해고에 가깝다. 보스턴이 코라를 내보낸 건 사인 훔치기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졌기 때문이다. MLB 사무국은 13일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성명을 통해 휴스턴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휴스턴은 LA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당시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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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에 따르면 휴스턴 홈구장에 설치된 비디오 리플레이용 카메라로 상대 사인을 연구했고, 쓰레기통을 두들기는 방법으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AJ 힌치 당시 휴스턴 감독은 이를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수석코치 격인 벤치 코치 코라가 전달 방식을 고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MLB는 휴스턴 구단, 힌치 감독, 제프 르나우 단장에게 벌금과 자격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코라에 대해선 아직 징계를 결정하지 못했다. 코라가 2018년 보스턴에서도 부정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라는 2017시즌 뒤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을 맡았다. 보스턴은 코라가 부임하자마자 우승했다. 보스턴 역시 큰 경기마다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라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28일 LA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코라 감독과 레드삭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2018년 10월 28일 LA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코라 감독과 레드삭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현역 시절 코라는 평범한 선수였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1998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2004년까지 유격수와 2루수로 뛰었다. 박찬호가 활약하던 시절이라 국내에도 낯익다. 코라는 타격이 약한 수비형 선수였고, 다저스를 떠난 뒤로는 주로 백업 내야수로 뛰었다. 통산 타율은 0.243, 1273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35개였다. 선수 시절 최고 연봉은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불과했다.
     
    선수 시절에는 뛰어나지 않았던 코라는 야구에 대한 직관, 분석 능력 덕분에 은퇴 후 승승장구했다. 2013~2016년 ESPN에서 방송 해설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7년 휴스턴에서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많은 구단이 코라를 감독으로 데려가려 했다. 2018년 명문 구단 보스턴 감독을 맡았다. 코라는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보스턴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도자가 되자마자 2년 연속 우승 반지를 낀 코라의 주가는 더욱 높아졌다. 카리스마보다는 친화력 있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선수들도 좋아했다. 구단과 연봉 재계약을 하면서 자신의 연봉 액수(80만 달러)보다는 지진 피해를 본 고향 푸에르토리코에 구호물자를 보내는 선행을 보였다.
     
    보스턴에서는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데이브 돔브로스키 야구 부문 사장이 해임됐지만, 코라 감독에 대한 구단주 신임은 여전했다. 그러나 불공정한 방법을 썼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2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코라는 “구단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보스턴 구단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내가 방해되기 싫었다. 보스턴 감독으로 보낸 지난 2년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팬과 다른 팀 선수들은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