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시동' 이숭용 KT 단장, 고심 잡는 소신

    '시즌2 시동' 이숭용 KT 단장, 고심 잡는 소신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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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머리를 쓰려니까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이숭용(49) KT 단장이 부임 첫 시즌이던 지난해를 돌아보고, 코앞으로 다가온 2020년 여정을 떠올리며 남긴 말이다. 매 순간 KT가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방향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소신을 지키려고 하니 내적 갈등도 생긴다. 
     
    이 단장은 의심 어린 시선 속에 부임했다. 코치에서 단장으로 영전한 인사도 전례가 드물었지만, 최하위에 허덕이던 KT가 조직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 대세에 편승하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단장은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차츰 단장으로 거듭났다. 스타 플레이어, 해설자, KT 창단 코치 등 여러 입장에서 야구를 바라보며 정립한 야구관을 녹이려 했다. 프런트는 불필요한 허례가 없어졌고, 현장은 소통이 강화됐다.    
     
    2019시즌은 그동안 정립한 야구관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창단 최고 순위(6위)라는 성과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수, 코치 시절에는 주목하지 않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사고와 행동을 해야 했다. 그는 "부임 직전, 직후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연봉 협상이 현안이 대표적이다. 삭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절감했다. 상대는 후배들이다. 실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생겼다. 트레이드 협상으로 경험했다. "이제는 자신을 경영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유태열 KT 스포츠단 사장의 조언이 와 닿기 시작했다. 
     
    야구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기대감이 있다. 오해도 크다.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갖고 동고동락하던 동료들과 멀어지는 게 안타깝다. 내적 고민도 만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단장은 현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야구인' 이숭용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하겠다"며 말이다. 
     
    첫 번째 단계는 초심을 지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단장과 프런트는 현장을 존중하고 물밑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를 으뜸으로 꼽는다. 이미 효과를 확인했다. 개막 5연패에 빠졌을 때 이강철 감독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공생'을 주창했고, 이 과정에서 현장이 이 단장의 바람에 부응했다. 결과도 좋았다. 이후 프런트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를 현장이 잘 활용하며 손발을 맞춰갔다. 
     
    단장과 감독이 기 싸움을 하는 구단이 많다. 그러나 KT는 1년 만에 두 수장이 강한 신뢰를 구축했다. 지원과 활용을 애써 구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이 단장이 꼽는 1년 차 최대 수확이기도 하다. 
     
    차기 시즌도 이 단장은 지원에 집중한다. 타격 전문가지만 기술 지도는 없다. 그저 선수단 분위기와 개인 멘탈 관리만 나선다. 최근에는 유한준, 박경수, 전유수 등 고참급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단장은 "오직 팀 단합에 신경을 써달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좌완 기대주 하준호는 이미지 메이킹에 들어갔다. 과거 리그 최고의 좌완이던 이상훈 전 LG 코치를 연상하게 하는 헤어 스타일을 주문했다. 현역 시절 이 코치처럼 마운드에 뛰어서 올라가라는 조언도 했다. 멋을 부리는 게 아니다. 선수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려는 의도다. 
     
    오는 27일에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조기 출국한다. 구단 내 변수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순 있지만 가급적 소화하려고 한다. 며칠 먼저 도착해 이강철 감독과 시즌 구상에 대해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 감독의 제안이라고 한다. 이 단장도 감독과의 토론을 기다리고 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