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여왕으로 우뚝 '루나의 마법 같은 이야기'

    장애 딛고 여왕으로 우뚝 '루나의 마법 같은 이야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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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장애를 딛고 여왕이 된 한국의 전설적인 경주마다.

    루나는 장애를 딛고 여왕이 된 한국의 전설적인 경주마다.

    장애를 딛고 여왕이 된 경주마 루나(LUNA). 이 마법 같은 이야기는 영화(챔프)로 제작되기도 했다. 달 또는 달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한국 경주마 루나는 2015년 세상을 떠났지만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루나는 2001년 제주의 조그만 민간목장에서 태어난 암말이다. 왜소한 체격에 선천적으로 인대염으로 인해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그러나 뛰어난 부마(컨셉트윈)와 모마(우수해)의 유전자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던 걸까. 이성희 마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루나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루나는 970만원에 낙찰됐다. 역대 최저가 금액이다.  
     
    마주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최고의 조교사에게 맡겼다. 김영관 조교사는 루나에 색다른 훈련 방법을 적용했다. 무엇보다 허리 단련에 집중해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차례로 석권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은퇴하는 날도 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경주마치고는 고령으로 8세였던 루나는 초반에 꼴찌로 달리다가 막판 추입을 통해 역전승에 성공했다. 당시 0.1초 차이로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됐다. 2004년 데뷔 후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33전 13승을 거둔 루나의 수득상금은 약 7억5700만원. 자기 몸값의 78배에 이른다.  

     
    루나의 업적을 기리는 대회도 생겼다. 오는 4월 1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최고의 3세 암말을 뽑는 시리즈 ‘트리플 티아라’의 첫 경주가 ‘루나스테이크스’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암수 구별 없는 경주인 ‘트리플 크라운(최고의 3세마를 뽑는 세 개의 경주)’과 별개로 트리플 티아라는 우수한 국산 암말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세 개의 경주를 묶어서 만든 시리즈다.  
     
    트리플 티아라는 신설된 루나스테이크스를 시작으로 오는 5월 코리안오크스(GⅡ), 6월 경기도지사배(GⅢ)로 이어진다. 세 경주의 총상금이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승점이 가장 높은 말에 1억원(마주 90%, 조교사 10%)이 별도로 지급된다. 만약 세 경주에서 모두 우승해 트리플 티아라가 탄생할 경우 다시 1억원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상금 규모만으로도 우수한 암말의 탄생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1년에 딱 한 번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암말은 하루에도 몇 차례 교배가 가능한 수말에 비해 효율 면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상 위대한 명마는 부마 못지않게 뛰어난 모마를 두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암말군의 보유야말로 말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는 필요한 이유다.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와 겹쳤던 과거와 달리 암말 경주로만 새롭게 개편된 점도 환영할 만하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