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갈등, 핵심은 샐러리캡 아닌 FA 연한 단축

    프로야구 갈등, 핵심은 샐러리캡 아닌 FA 연한 단축

    [중앙일보] 입력 2020.01.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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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22일 의견문을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종적으로 제안한 개정안과 다른, 선수협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내용을 추가 상정해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운찬 KBO 총재의 말과 달리 KBO가 '밀실행정'으로 (선수협에) 통보하는 상황"이라고 KBO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선수협 총회를 연 이대호 회장. [뉴스1]

    지난해 12월 선수협 총회를 연 이대호 회장. [뉴스1]

    하루 전 KBO는 이사회(구단 사장 회의)를 열어 연봉총액상한제(샐러리캡)를 도입하고 FA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KBO 규약 개정안을 의결했다.
     
    KBO와 선수협은 지난 2년 동안 개정안에 대해 협상했다. KBO의 제안에 대해 선수협은 지난해 12월 총회를 열어 가결했다. 다만 선수협은 "샐러리캡은 처음 제안받은 사항이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즉 (샐러리캡을 제외한) 조건부 수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한 달만에 강한 파열음이 나오는 것일가. 선수협의 주장과 KBO, 구단의 입장을 정리해 문답형식으로 구성했다.
     
    프로야구 제도개선안

    프로야구 제도개선안

    -선수협이 반발하는 건 샐러리캡인가?
    "아니다. 지난달 선수협이 샐러리캡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으나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다. KBO의 샐러리캡은 소프트캡에 가깝다. 선수와 구단 모두 큰 이견은 없다."
     
    -소프트캡이라면?
    "KBO는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했다. 상한액을 1회 초과하면 초과분의 50% 제재금, 2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3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의 제재를 내린다. 총액을 제한하는 하드캡이 아니라 소프트캡을 초과하면 사치세(부유세)를 내는 메이저리그 방식에 가깝다."
     
    -선수 총연봉이 깎이는 거 아닌가? 
    "총연봉을 제한한 게 아니다. 전력 평준화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를 원하는 팀은 제재금을 내고 투자하면 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2019년 기준으로 1개 팀(롯데)만 샐러리캡을 초과했다."
     
    -총 연봉을 낮추느라 2군 선수를 방출하지 않을까?
    "그래서 샐러리캡 대상을 40명(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해당)으로 정한 것이다. 2군 선수들의 임금은 샐러리캡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저연봉 선수 보호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럼 쟁점은 무엇인가.
    "선수협은 특히 FA 취득기간을 당장 1년 단축하자고 한다. KBO는 FA 취득 단축을 2023년(2022시즌 후) 시행하자고 했으나, 선수협의 반발로 1년 당겨 2022년(2021시즌 후)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선수협은 '우리는 2022년 시행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KBO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운찬 KBO 총재. [연합뉴스]

    16일 KBO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운찬 KBO 총재.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구단의 입장은.
    "선수수급 계획과 예산 확보에는 최소 2년이 걸린다. 2020시즌 뒤 FA 취득 단축을 적용하면 예년에 비해 두 배 많은 FA 선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샐러리캡 도입과 맞물려 구단은 전력보강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일부 구단은 FA 취득 단축을 빨리 시행하자고 했다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더니 2년 후에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선수협의 입장은 어떤가.
    "FA가 한꺼번에 시장에 많이 나오면 공급 과잉으로 제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선수 개개인에게 기회가 1년 빨리 생기는 만큼 선수들은 당장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전례도 있다. FA 연한이 10년에서 9년으로 1년 단축됐던 2002년(2001시즌 뒤)에도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마무리 훈련을 떠났던 양준혁이 급거 귀국해 FA 신청을 하고 삼성과 계약했다."
     
    -선수협은 FA 보상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선수협은 'KBO가 요구한 FA 80억원 상한선, 총액 계약금 상한선 30% 이하, 육성형 외국인 선수제 도입 등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FA 보상제도 폐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대호 선수협 회장은 '80억원 상한선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말하다가 입장이 바뀌었다. 계약금 상한선은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육성형 외국인 선수(2023년)는 양측이 합의했다. 보상안 없는 FA 제도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KBO와 구단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선수협의 대응이 강경하다. 개선안이 무산될 수도 있나?
    "선수협 이사 10명 중 9명이 반대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이후 3월에 이사회를 열겠다고 했다. 강경한 입장을 볼 때 KBO의 개선안을 거부할 수도 있어 보인다. KBO와 구단이 선수협의 동의를 얻어 제도 개선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서 구단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대신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 최저연봉 인상, FA 등급제 등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모든 안들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
     
    -선수협은 '밀실행정'이라며 KBO를 비판한다.
    "이 부분은 양측의 말이 완전히 엇갈린다. 선수협은 '우리와 만났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안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KBO는 '1월에만 김태현 선수협 사무총장을 세 차례나 만나 다 얘기했다'고 맞섰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