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차명석 단장 ”모든 선수가 오고 싶어하는 팀 만들고 싶다”

    [IS 인터뷰] 차명석 단장 ”모든 선수가 오고 싶어하는 팀 만들고 싶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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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석 LG 단장. 연합뉴스 제공

    차명석 LG 단장. 연합뉴스 제공

     
    차명석(51) LG 단장은 스토브리그를 단장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부임과 동시에 그렇게 말을 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봄부터 가을까지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감독이 겨울만큼은 잠시 휴식하는 대신, 스토브리그 기간에는 팀 전력을 가꿔야 하는 단장이 전면적으로 나서는 길을 선택했다. 신임 단장이 부임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런 경향은 더 공고해졌다.  
     
    그런데 차명석 단장은 이런 철학과 신념 탓에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내부 FA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단장 부임 후 지난 1년 내내 기대 이상의 팀 성적, 성공적인 트레이드·새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이번 겨울만큼은 비난도 꽤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차명석 단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를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해선 안 된다. 긍정과 부정의 의견을 모두 겸허히 수용한다"며 "요즘은 내가 과연 팀을 잘 가꾸어 나가는지 고민 탓에 힘들다"고 했다. 
     
    현역 생활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는 LG 트윈스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 
     
    차명석 단장의 삶은 은퇴 이후 확 바뀌었다. 15년 넘게 새벽 6시에 눈을 뜨고, 연간 100권의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현역 생활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왔다. 개인 통산 38승37패 19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한, 어쩌면 평범한 투수였던 그가 코치와 해설위원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일지 모른다. 
     
    차명석 단장은 프런트의 수장으로 뚜렷한 목표와 신념 속에 '트윈스의 성공 시대'를 열어젖히고 싶어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대화 중인 차명석 단장과 류중일 감독. LG 제공

    스프링캠프에서 대화 중인 차명석 단장과 류중일 감독. LG 제공



    -이번에 힘든 겨울을 보내지 않았나?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평소 기사 댓글을 보지 않는 편이다. 얼마 전까지 지인들이 '너는 왜 악플이 없냐'고 했는데 요즘은 '욕 많이 먹더라'고 한다. (FA 계약 후 여론) 그것 때문에 힘든 건 전혀 없다.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런 이유로 힘들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팀을 만들어가고 있나'라는 고민 때문에 어려울 뿐이다. 나머지 다른 부분 때문에 힘들다면 단장을 해선 안 된다."
     
    -이번에 '내부 FA(프리에이전트) 3명과의 계약이 너무 후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는데.
    "사실 오지환과의 계약 전까지 팬들께서 DM(direct message)를 보내주셨다. 많을 때는 하루에 500통이 넘었다. 모든 메시지를 다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오지환과 계약 못 하면 잠실구장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가만두지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잡아달라'는 요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인터넷 댓글을 보면 '거품이다' '절대 잡지 마라'는 글들도 많았다. 어느 쪽을 따르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LG 단장이다. 우선순위가 있지 않겠나. 오지환과 계약 후엔 '과하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금액에 계약했다'는 축하와 격려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일부 팬에게는 '더 많은 돈을 줘도 되지 않았나'라는 의견도 있었다."
     
    -FA 계약에 대한 평가는.
    "인기 영합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 선수(오지환)가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제시한 것이다. 어느 모그룹이든 (FA 계약의) 돈을 함부로, 또 쉽게 주지 않는다. 선수에 대한 가치와 향후 기대,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이뤄진다. 사실 누적 기록을 보면 오지환보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이 낮은 선수들이 더 많은 금액을 받아왔다. FA 선수를 평가할 때 WAR과 세이버매트릭스를 언급하는데 오지환은 이에 대한 수치가 높으니까 오히려 삼진과 실책 등을 거론한다. 오지환에게만큼은 요즘 강조되는 데이터 분석 정보가 자료로 언급되지 않는다. 오지환에 대한 (여론이) 안 좋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속으로 답답함도 있었겠다.
    "아니다. LG 팬도 중요하고 전체 야구팬도 중요하다. 한쪽의 생각보단 여론의 다양성을 중요시해 질책도 받아들인다. 양쪽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LG 팬을 좀 더 우선시한다. 오지환이 좀 더 잘하길 바랄 뿐이다."
     
    지난해 9월 LG가 실시한 신고선수 입단 테스트 당시 차명석 단장의 모습. 사진=LG 제공

    지난해 9월 LG가 실시한 신고선수 입단 테스트 당시 차명석 단장의 모습. 사진=LG 제공



    -2018년 10월 LG 단장에 부임해 벌써 1년5개월여 흘렀다. 어떤가.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는 굉장히 잘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어려운 자리임을 느낀다. 상수보다 변수가 많다 보니 하루하루 전쟁터 같다.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긴장감을 매일 느끼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이 사건 사고와 선수단 부상,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시도하는 트레이드 등 갑작스러운 변수 발생이다. 답이 없는데 가장 알맞은 답을 찾으려니 어렵다. 처음에는 '단장 그까짓 것 하면 되지'라고 여겼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작 관련 지식과 경험은 많은데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서 김태룡 두산 단장을 보면 내공이 느껴진다. 언론에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항상 팀을 잘 만들어낸다. 정말 무서운 거다.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팀의 내실을 잘 다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싶다. 내가 뭘 준비하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정확히 모르는 점이 겁나고 무섭다." 
     
    -반면 부임과 동시에 '겨울은 단장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이지 않나. 
    "요즘은 성민규 롯데 단장이 가장 핫하다. 예전부터 스토브리그에선 단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요즘 보면 정민철 한화 단장이나 성민규 단장이 전면에 나서 구단을 홍보하고 팀의 비전과 철학 등을 제시한다. 그래야 스토브리그가 재밌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내가 반성하는 부분은 팬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만, '과연 팀을 잘 만들고 있나' '내공을 갖춘 선배 단장의 모습을 잘 쫓고 있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좋은 건 단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팀 전력을 잘 갖추면 가장 좋은데…'겨울은 단장의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과연 팀을 잘 만들고 있나'라는 고민은 단장 2년 차에 더 커졌다. '단장 차명석'으로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고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스토브리그가 고난의 시간이다."  
     
    투수코치 시절 차명석 단장의 모습. IS포토

    투수코치 시절 차명석 단장의 모습. IS포토



    -반대로 과거 언론을 통해 밝힌 얘기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꽤 있는데. 
    "가장 싫어하는 말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얘기다. 그러려고 이 직업(단장)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야구가 위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화두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일단 말부터 뱉고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곤혹도 많이 치르는데, 또 그래서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2013년 LG 투수코치에 부임한 뒤 '전년도 팀 평균자책점 1위 삼성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다들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2012년 팀 평균자책점 8위였던 LG는 실제로 2013년 3.72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선 3루수 트레이드 영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에도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될 일도 안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먼저 말을 뱉고 이뤄내지 못하면 욕을 먹고 질책을 받아야 한다. 다만 그렇게 먼저 얘기해야 누구든 관심을 두지 않겠나. 가만히 있으면 욕은 안 먹을 수 있다. 과연 '그것이 프로야구 위기 속에서 올바른 스탠스'인지 모르겠다. 마중물이든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 비난이 두려우면 이 자리(단장)에 있으면 안 된다. 단장의 연봉이 높은 이유다. 욕먹을 각오로 해야 된다. 감독이 필드의 결정권자라면, 구단 운영과 관련해선 단장이 비난을 들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나면서 서로 경쟁의식을 느끼진 않나. 

    "아니다. 나를 포함해 정민철, 성민규 단장은 메이저리그를 공부하거나 중계한 공통점을 지녔다. 단장이 직접 '왜 브리핑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고 있다. 반면 다른 단장님은 묵묵히 업무를 수행한다.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이 조금 다를 뿐이다. 색깔이 달라 팬들에게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시기와 질투보다 서로의 장점을 보고 배운다.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비시즌 동안 사건 사고가 잦았다. 
    "선수단 관리 부분에 있어 구단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교육을 통해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지만 그것만으론 어렵다는 공감대가 퍼져있다. 선수들이 프로 의식, 도덕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해왔듯 쉽지 않은 자리임이 분명해 보인다.  
    "남이 하는 일, 쉬운 일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과거 메이저리그 해설을 맡은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관해 지식이 별로 없어, 주변에선 '바보 소리 들을 테니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맨땅의 헤딩이었다. 그러면서 해설할 때 자학개그를 했다. 단장을 맡은 것도 어렵고 힘든 업무로 택했다. 처음에는 단장 제의를 받고선 '아직은 제가 깜냥이 안 된다'고 거절했다. 당시 면접관 중 한 분(이규홍 LG트윈스 대표이사)이 '그동안 LG에서 녹을 받았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어떻게 편한 일만 하냐'고 하셨다. 그 한 마디에 단장직 수락을 결심했다."
     
    -요즘도 6시에 기상하나.
    "그렇다. 보통 5시 30분~6시에 일어난다. 야간 경기 후에 술자리가 있어도 항상 지키려 노력한다. 365일 중의 330일은 지킨다. 자정에 잠들면 6시, 새벽 1시에 누우면 7시에 일어난다."
     
    -특별한 신념이 있는 것인가. 
    "유니폼을 벗고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반성했다. 그때부터 목표로 삼은 게 세 가지다. 첫째 무조건 새벽에 일어나기, 두 번째 연간 독서 100권, 세 번째 일기 쓰기다. 새벽 기상은 남들보다 게을러서, 독서는 남들보다 지식이 부족해서, 일기 작성은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20년이 다 됐다. 2006년부터 작성한 일기에는 경기 내용과 코칭 등 LG의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다만 단장이 되고 지난해 책을 60권 밖에 못 읽었다.  
     
    잠실=이형석 기자

    잠실=이형석 기자

     
    차명석 단장의 테이블 위 한쪽 편엔 각종 서적과 일기장, 강연 등을 위해 만든 신문 스크랩(시사 및 정치 위주)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벽에는 스크랩 기사가 붙어 있었다. 
     
    -단장 재임 기간 LG에서 만들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세 가지다. 지속적인 강팀, 3~4년 주기로 우승,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가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선수단 모두 우승 포부가 상당하다. 솔직히 우승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전력만 놓고 보면 두산과 키움, SK가 우리보다 앞선다. NC도 나성범의 부상 복귀로 한층 힘을 얻을 수 있게 됐고, 롯데도 상당히 팀 전력이 좋아졌다. 지난해 정규시즌 79승으로 4위를 했을 때 (개인적으로) 올해 목표를 3위 이상으로 잡고 한국시리즈(KS)까지 진출했으면 하고 생각했다. 현재 전력으로 정규시즌 1위는 쉽지 않다. 다만 창단 30주년을 맞아 선수단도 '어렵겠지만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감독, 선수, 프런트가 한데 뭉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단기전은 모르니까…프로야구 팀은 모두 우승을 꿈꿔야 하나, 전력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나가느냐가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