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라이브]이강철 감독의 조금 다른 시각, KT 진화 초석

    [AZ 라이브]이강철 감독의 조금 다른 시각, KT 진화 초석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1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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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철 감독의 남다른 시선이 KT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은 이강철 감독이 12일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KT 제공

    이강철 감독의 남다른 시선이 KT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은 이강철 감독이 12일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KT 제공

     
    이강철(54) 감독의 조금 다른 시각이 KT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일(한국시간) KT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세 번째 파트(3일 훈련·1일 휴식) 첫날. 오전 프리 배팅이 진행되던 보조 구장에서 주전 외야수 김민혁이 우측 선상을 타고 뻗어서 그대로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쳤다. 이때 이 장면을 지켜본 이강철 KT 감독이 크게 기뻐했다. "한 개 넘어갔으니 됐다. 이제 편히 쳐라"는 말도 남겼다.  
     
    김민혁이 교타자이긴 하지만 이 훈련에서 담장을 넘기는 게 그토록 반길 일은 아닐 터. 감독과 선수 사이에 내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이유가 있다. 타자들에게 바라는 타격 지향점이 김민혁의 타격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핵심은 홈런이 아니다. 잡아당겨서 선상으로 강한 타구를 날리려는 시도였다. 히팅 포인트에서 손목을 사용하는 시도도 주목했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 출신이다. 누상 상황별 압박감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1·2루보다 1·3루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희생번트처럼 정석 작전이 빈번한 1·2루보다 1·3루에서 훨씬 다양한 작전이 나온다. 도루를 허용하면 단숨에 2점을 내줄 수 있고, 3루 주자의 움직임에 따라 배터리와 수비를 흔들린다. 1·2루는 상대적으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이 감독의 반색은 KT 좌타 라인의 타구 생산 경향과 관련이 있다. 좌타자가 당기는 스윙과 손목 기술을 사용해 오른쪽 선상으로 타구를 보내면, 1루에 있던 주자가 3루까지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중간,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상대적으로 생산 빈도가 낮다. 그래서 기술과 과감한 성향으로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KT 좌타자들은 대체로 장타력은 부족하고 콘텍트 중심의 타격을 한다. 이 감독은 "그나마 (강)백호가 장타력이 있지만, 백호도 당겨치는 스윙이 리그 정상급 타자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혁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스윙을 했던 것.  
     
    짚어볼 점은 당겨치는 스윙에 대한 평가다. 선수들은 "타격감이 좋을 때 밀어치는 스윙이 잘 된다"고 입을 모은다. 슬럼프를 탈출할 때도 결대로 치는 스윙으로 감을 잡는다. 풀스윙 히터는 종종 '선풍기'라며 조롱받는다. 그런데 이 감독은 당겨치는 스윙이 필요하다고 본다.  
     
    두산에서 수석 코치를 하던 시절 눈으로 확인한 선수들의 배팅 훈련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 김재환(두산)처럼 힘이 좋은 타자, 최주환처럼 체격 조건에 비해 펀치력이 좋은 타자를 보면서 확인했다.
     
    실전에서 욕심이 엿보이는 극단적 스윙은 당연히 경계한다. 그러나 당겨치는 스윙에 손목 기술을 가미하는 훈련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감독도 의아해서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강한 스윙으로 먼저 감을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판단이 섰다. 
     
    KT 좌타자 다수가 훈련에서도 콘텍트 스윙에 주력한다. 실전에서는 안타 3개가 나와도 득점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 시즌은 이 감독이 작전 야구를 자주 펼치며 이 약점을 만회했다. 좌타 라인에 더 공격적인 자세는 필요하다.
     
    물론 이 감독은 자기 생각을 강요하진 않는다. 개별 타격 지향점이 있고, 타격 코치의 방침도 있다. 그래서 홈런 한 개를 반겼다. 재능이 좋고, 팀플레이를잘하는 김민혁에게는 메시지가 전달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왼쪽) KT 감독이 이숭용 단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KT 제공

    이강철(왼쪽) KT 감독이 이숭용 단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KT 제공

     
    이강철 감독은 KT 사령탑으로 부임하기 전에 강팀의 수석 코치, 2군 감독을 두루 거쳤다. 이 시기에 후배 지도자들에게 배움을 얻고, 경기 운영을 직접 해본 경험을 큰 자산으로 삼고 있다. 현장 리더를 맡은 지금도 더 좋은 방향을 위해 고심하고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전지훈련 방침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나는 냉정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지도자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선수에게 어설프게 기회를 주는 것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인이 필요한 선수는 기회가 적게 가고, 정으로 데려온 선수에겐 헛된 희망을 준다는 의미다. 
     
    캠프 명단을 많이 채우는 게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다소 냉정한 선택을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전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2020시즌이 끝나고 진행될 마무리캠프부터는 인원을 줄이려는 계획도 있다. 지난해 11월에 투수 박세진, 야수 배정대 등 집중적으로 훈련 시킨 선수들의 성장세를 눈으로 확인했다. 시선과 여력이 분산되지 않는 훈련을 진행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마무리캠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그동안 비주전, 1.5군 선수들이 으레 참가하는 훈련으로 여겨졌다.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경각심이 생기면 자세부터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선수를 외면할 생각은 없다. 
     
    투손(미 애리조나)=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