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되는거죠?” 19번환자 다녀간 분당음식점 문 열자 들은 말

    ”먹어도 되는거죠?” 19번환자 다녀간 분당음식점 문 열자 들은 말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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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A씨가 운영하는 식당. 채혜선 기자

    13일 오후 A씨가 운영하는 식당. 채혜선 기자

    "먹어도 되는 거죠?"
     
    지난 12일 인력난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던 식당을 닷새 만에 열었던 A씨(45·여)는 이날 찾아온 손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이 식당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지난 7일 상호가 공개됐다. 국내 환자 중 분당 방문 사례가 나온 건 19번 환자가 처음이었다.  
     
     

    19번 환자 방문 알려지면서 손님 급감 

    13일 오후 A씨 식당 내부. 채혜선 기자

    13일 오후 A씨 식당 내부. 채혜선 기자

    13일 오후 7시 기자가 식당을 방문했을 때 이 식당엔 단골 손님이 앉은 1개 테이블을 제외한 11개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앞서 점심땐 성남시청 재난안전관실 직원 등 단체손님이 자리를 메웠다. 
     
    A씨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거의 공무원들만 왔다"며 한숨 쉬었다. 그는 "굴이 주메뉴라 11월부터 2월까지 겨울 장사로 1년을 먹고 사는데 식당 이름이 공개되고 나니 하루 매출이 평소의 20%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A씨의 남편 B씨(45)도 "식당 이름이 공개된 날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쳐 장사할 수 없었다"며 "식당 이름을 공개했으면 수습을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멋대로 휘저어놓으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A씨는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남편을 돕고 있다. 애초 일하던 직원들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되자 부족한 일손이 메우려 직접 나섰다. B씨는 시청·보건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담당 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A씨는 "(확진자가 다녀간 곳 중) 대기업들이야 무슨 방법이 있겠지만, 자영업자들은 도무지 방법이 없다. 며칠간 잠도 잘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 "건물 전체가 다 죽었다" 

    지난 7일 19번 환자 동선 공개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의 페이스북. [사진 은수미 시장 페이스북]

    지난 7일 19번 환자 동선 공개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의 페이스북. [사진 은수미 시장 페이스북]

    A씨 부부의 식당 이름이 공개되면서 인근 상점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A씨 부부의 식당과 같은 건물에 있는 한 식당의 주인은 "가게 이름 하나만 공개했다고 해도 사람들이 건물 위치를 다 알게 된다"며 "실제로 손님이 확 줄었다. 건물 전체가 다 죽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내역 상권이 죽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후 이 식당은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또 다른 식당 주인도 "식당 이름이 공개된 후 손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 방안 논의 중"  

    성남시는 지역경제 위축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우순 성남시청 사회재난팀장은 "상권지원과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에 시청 재난안전관실 직원들이 A씨 부부의 식당을 찾은 것도 방역을 마쳤으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식당은 분당구 보건소가 4차례 소독을 마쳤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날 수내동에서 만난 직장인 C씨(30·여)는 "괜찮다고 해도 내심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3.6번째 우한폐렴 확진자 왔다간 한일관. [뉴스1]

    3.6번째 우한폐렴 확진자 왔다간 한일관. [뉴스1]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진자들이 들렀던 곳을 방문한다고 감염 위험이 높은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신종코로나 환자가 거쳐 간 곳은 방역 당국이 소독하므로 문제가 없다"며 "일상적인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하루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여러 날이 지나면 감염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소독제를 사용하면 100% 사라진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들이 발병 이후 격리될 때까지 다녀간 장소를 공개하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초기 확진자가 머무른 병원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대규모 병원 내 감염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감염병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약국·식당 등 환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성남=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