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문화활동 가능할까?” 진퇴양난 영화·공연 '잠정휴업'

    ”3월 문화활동 가능할까?” 진퇴양난 영화·공연 '잠정휴업'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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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3월 문화활동 가능한가요?" 진퇴양난 영화·공연 '잠정휴업' 현황  
     
    영화계와 공연계가 사상 유례없는 혹한기를 맞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산세 골든타임에 접어든 만큼 분야를 막론하고 '안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중 밀집 행사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영화계는 사실상 모든 일정을 전면 중단했고, 공연계 역시 고심 끝 공연을 하나 둘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극장은 2월 초부터 관객수 급감 직격탄을 맞았다. '클로젯'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2월 개봉 영화들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다'는 씁쓸한 공통점을 끌어안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수록 극장 관객수는 고스란히 떨어졌다. 특히 24일에는 16년만에 일일 관객수 최저 수치(종전 2004년 5월31일 6만6973명)를 기록해 놀라움을 안겼다. 2010년대 들어 하루 10만명을 넘지 못한 경우는 2016년 4월 5일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전통적인 비수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2020년 2월 영화계는 최악의 기억과 기록을 남기게 됐다. 10년만에 전체 극장 월 관객수 1000만 명을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공연계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대관 등 문제로 쉽게 해결책을 내지 못했던 공연계는 큰 공연장들이 움직이면서 이를 따르는 모양새다. 세종문화회관은 3월말까지 한 달여 간 자체 기획 공연을 연기·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예술의전당은 내달 2일까지 기획 공연 및 전시를 잠정 중단한다. 국립극장은 3월 공연을 전체를 잠정 연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 삼일로창고극장은 3월 말까지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사냥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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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면 3월 중순" 관객·영화없는 극장 '개점폐업' 
     
    관객이 없는 곳에 영화도 없다. 코로나19가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잠시 활기를 띄었던 영화계는 반전된 분위기에 모든 스케줄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2월 초부터 개봉 연기 이슈는 여러 건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지침 아래 버티고 버티면서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은 꾸준히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모든 스케줄은 예외없이 '올스톱' 됐다.
     
    26일까지 개봉일을 변경한 국내 영화(이하 가나다 순)는 '기생충: 흑백판' '결백' '나는보리' '밥정' '사냥의 시간'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이장' '콜' '후쿠오카' 등 9편이다. 상업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크고 작은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남을 준비했지만 여의치 않게 됐다. 이르면 3월 중순 개봉을 계획하고 있지만 새 개봉일과 행사 재개는 모두 '미정'이다.
     
    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박해수가 열연한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여성 투톱으로 주목받은 신혜선·배종옥의 '결백'은 치매에 걸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독극물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자,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변호를 나선 딸이 사건의 감춰진 음모와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박신혜·전종서의 '콜'은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밥정' '이장' 나는보리' 등 작품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화는 영화들이다. 
     
    외화는 디즈니·픽사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과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 '부니베어: 원시시대 대모험' '슈퍼스타 뚜루'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등 5편이다. 특히 어린이 관객들이 주 타겟층인 외화 애니메이션은 코로나19 사태 종식까지 쉽게 개봉일을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개봉일을 연기한 '결백' '밥정' '사냥의 시간' '후쿠오카' 등 작품들은 언론 및 일반 시사회와 무대인사, 쇼케이스, 인터뷰 등 홍보 스케줄도 전면 백지화 시켰다. 이외 예정됐던 국내외 영화들의 무비토크, 관객과의 대화도 일절 취소다. 일부 작품들은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관계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봉을 연기한다'는 각 영화들의 뜻이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영화를 한번이라도 더 언급되게 만드는 홍보 효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극장은 당분간 힘든 고비를 넘겨야겠지만 분위기가 진정되면 그간 극장을 쉽게 찾지 못한 관객들이 대거 몰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흥행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당국의 지침에 따라 큰 결단을 내려준 영화들을 개봉 시기에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3월 눈에 띄는 공연들
     
    예비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던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개막을 잠정 연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2월 공연을 끝으로 3월 공연은 최종 취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언제봐도 후회없을 작품들임에는 이견이 없다. '마마, 돈크라이'는 명불허전 흥행 아이콘으로 찬란한 1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컴백을 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영화에 이어 공연까지 흥행에 대성공했다. 
     
    '사랑을 얻고 싶은 인간 vs 죽음을 갈망하는 뱀파이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두 남자의 운명적 서사를 그린 2인극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2010년 초연 후 10년간 성공적인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피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과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중독성 강한 넘버와 사랑과 죽음을 얻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 속 돋보이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마마, 돈크라이' 대표적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돌아온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초연, 재연과 달리 600석 이상의 중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기 위해 각본, 음악, 안무, 무대 세트 등 모든 구성을 재정비, 부제 타이틀인 'THE LAST'에 어울리는 압도적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달라진 비주얼에 확연히 늘어난 국정원 요원들, 깊어진 드라마까지 질과 양을 모두 잡는 두 마리 토끼 승부수는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놓치면 후회할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욕망, 그리고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불후의 명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7 년 2월과 10월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거쳐 2018년 초연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년여 동안의 개발 기간을 거친 후 "새롭고 강렬한 작품"이라는 첫 극찬에 어긋나지 않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극 중 인물 이반이 작성한 논문이자 인간의 순수성과 악마성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는 서사시 '대심문관'을 재해석,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드라마틱하고 밀도 있게 집약했다. 
     
     
    마스크 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도 매혹적인 공연으로 둘째 가라면 서럽다. 본격 스릴러 장르로 돌아 온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세기의 미스터리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셜록홈즈의 추적을 그린다. 초반 범인의 실체를 드러내는 설정은 '과연 범인이 어떤 범행을 저지를지, 셜록은 연쇄살인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지' 숨가쁜 추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또 업그레이드 연출이 빛나는 무대와 영상, 속도감 넘치는 음악과 새로운 넘버, 치밀한 스토리는 강렬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배우들의 협연도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