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라이브]유희관을 향한 선입견, ”국대는 인정·희판존은 NO”

    [미야자키 라이브]유희관을 향한 선입견, ”국대는 인정·희판존은 NO”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27 05:28 수정 2020.02.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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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관을 향한 평가는 매년 갈릴 전망이다. 이 개성이 강한 투수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낸다.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두산 제공

    유희관을 향한 평가는 매년 갈릴 전망이다. 이 개성이 강한 투수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낸다.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두산 제공

     



    유희관(34)의 목표는 두산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거두고, 베이스 구단 역대 최다승 투수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아 은퇴식도 치르고 싶다. 그 길을 가기 위해 2020시즌도 편견과 맞선다.  
     
    그는 지난달 12일 그라운드가 아닌 코트에서 감탄을 선사했다. 부산 BNK센터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점 슛 콘테스트 이벤트에 특별 참가자로 참가했고, 깔끔하고 매끄러운 폼과 빼어난 정확도로 8골을 넣었다. 첫 골이 터진 순간부터 장내는 들끓었다. 대학 시절에 남자 농구 스타 김선형(SK 나이츠)과 내기 3점 슛을 즐길 정도로 농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축제에 흥을 돋우는 손님이었다. 
     
    또 한 번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평소 야구 외 구기 종목 실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 체형이지만 생각보다 좋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팬이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올스타전은 다수 스포츠팬의 생각을 바꿔 놓을 만했다. 
     
    개성이 뚜렷한 선수다. 운동선수에 어울리지 않는 체형과 느린 구속에도 두산 역대 좌투수 기록을 경신하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재치 있는 말솜씨와 유쾌한 퍼포먼스도 사랑받았다. 
     
    그러나 그런 면면 탓에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편이다. 존재감을 드러낸 2013년부터 7년 내내 그랬다. 좁아졌던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을 때,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졌을 때는 수혜자로 여겨졌다. 홈런 허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잠실구장이 홈구장으로 쓰는 점도 마찬가지다. 평균자책점이 6점대로 치솟은 2018시즌에는 그 시선과 확신이 더 커졌다. 
     
    자신을 향한 선입견을 잘 알고 있다. 대체로 수긍한다. 유희관은 "몸매, 구속 얘기는 항상 듣는다"고 말한 뒤 "이 시기(스프링캠프)에 성적 전망이 밝았던 시즌이 없던 것 같다. 처음으로 10승을 거둔 2013년 뒤에는 '공이 눈에 익숙해지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는 얘기가 있었고, 12승을 거둔 2014시즌 뒤에는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10승은 했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2018시즌 뒤에는 그런 전망이 더 커졌다. 항상 그랬다"고 웃어 보였다.  
     
    18승을 거둔 2015시즌 뒤에도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저평가가 이어졌다. 그의 승선 의지가 희화화되기도 했다. 이 지점은 인정한다. 유희관은 "다른 리그에서도 '18승(다승 2위)을 거둔 투수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때는 있다. 구속 탓도 있겠고, 국제대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에는 나보다 뛰어난 좌완 선발이 많다. 내가 그들보다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희관이 호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 두산 제공

    유희관이 호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 두산 제공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이나 공인구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시선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단 리그 모든 투수가 같은 공인구를 쓰고 있다. 10승 이상 거둔 국내 투수는 11명뿐이다. 그보다 적은 승수를 거둔 투수보다 저평가를 받고 싶진 않다. 
     
    유희관에게만 유독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며 등장한 '희판존'도 마찬가지다. 선수는 "'볼인데 스트라이크인 척하며 억울한 표정을 짓지 말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시선이 오히려 희판존이라는 게 있기 어렵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승부욕 탓에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제스처를 하면 심판을 자극하는 셈이다. (존이)좁아지면, 좁아졌지 넓어지진 않을 것이다"며 일부 팬의 반응에 모순을 짚었다. 
     
    희판존은 오히려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고 한다. "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며 말이다. 실제로 스트라이크존을 넓힐 수 있는 그의 능력을 고평가하는 신조어로 여기는 팬도 많다. 
     
    유희관은 마치 3점 슛 콘테스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처럼 앞으로도 자신을 향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려고 한다. 속이 상할 때도 있다. 희판존처럼 소신대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는 "사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게 기록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시선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은퇴 뒤에 남는 한 선수의 기록이 그런 이유로 폄훼되진 않는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고, 두산 역대 좌투수 관련 기록을 경신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것은 내 자부심이다. 모두에게 인정받고사랑받을 수 있나. 조금이라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는 숫자에 연연했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평소와 다른 기운을 풍기기도했다. 언론과의 소통도 피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도망가러나, 숨는 듯한 인상을 줬다. 바보 같았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전했다. 
     
     
    100승까지는 13번 더 승리투수가 돼야 한다. 베이스 구단 최다승은 그보다 10승을 더 채워야 한다. 2018시즌 부진 뒤 2019시즌에 반등하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발판을 마련했다. 2020시즌도 10승 이상 거두면 8년 연속이다.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유희관을 향한 의구심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실력과 오기 그리고 소신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미야자키(일 미야자키현)=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