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얼굴이 된 '기생충' 女제작자…걸크러시 넘어 젠더프리

    애플의 얼굴이 된 '기생충' 女제작자…걸크러시 넘어 젠더프리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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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TV와 스크린, 그리고 무대에서 여성은 이제 특별한 조연이 아닌 보편적인 주연이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최근 공개된 애플(Apple)의 글로벌 광고 캠페인에 국내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곽신애 대표다. 비영어권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쓴 '기생충'을 제작했다. 전세계에 동시에 공개된 이 광고 캠페인에서 곽 대표는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 등과 함께 여성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오랫동안 여성 영화 가뭄 현상과 여성 배우 기근 현상을 겪어온 영화계에서 곽 대표는 고무적이면서 상징적인 존재가 된 셈이다. 그는 미래의 여성 크리에이터들을 향해 "우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그런 당신이 저절로 몰입과 기쁨을 느끼게 되는 행위, 순간, 대상 등 무엇을 탐색하고, 찾았다면, 그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크린보다 앞서 무대에서는 성 역할의 경계를 없애는 젠더 프리 열풍이 불었다. 기존에 남성 배우들이 맡아왔던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는 등 성 개념을 지워버렸다. 판소리극 '적벽'은 남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온 조조 역할에 남녀 배우가 더블 캐스팅됐고, 2인 연극 '언체인'도 주인공을 남녀가 번갈아 연기한다. 이는 공연계를 뒤흔들었던 미투 열풍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젠더 프리 캐스팅은 한시적 시도가 아닌 공연계 전체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됐다.  
     
    무대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TV와 스크린에서도 여성주의 그 이상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걸크러시로 설명되던 단순히 센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와 배우들이 속속 등장했다.  
     
    JTBC 금토극 '이태원 클라쓰'의 이주영이 가장 대표적이다. 극중 트랜스젠더 마현이를 연기한 그는 고난과 역경에도 끝내 다이아몬드가 되는 돌덩이 같은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묵직한 돌덩이를 던졌다. 마현이 에피소드가 방송된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야구소녀'에서 여고생 야구 선수라는 흔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 이주영은 한계에 도전하는 여성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SBS 월화극 '아무도 모른다'에는 형사로 등장하는 김서형이 '원톱쇼'를 펼치고 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를 연기한다. 그간 남성들이 주로 맡아왔던 역할이다. 보이시한 외모로 꾸미고 서늘한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김서형은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봐왔던 여럿의 남성 형사들 못지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이 연기됐으나,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영화 '콜'은 주요 출연진이 모두 여성이다. 그 가운데서도 신예 전종서가 눈길을 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뜨거운 데뷔전을 치른 전종서는극중연쇄 살인마를 연기한다. '추격자' 하정우 등 살인마를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긴 남성 배우는 있으나 여성 배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흔치 않은 여성 연쇄 살인마로 분한 전종서는 공개된 짧은 예고편만으로도 여성 배우의 스펙트럼 확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 영화 원작의 남성 정치인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꿔 만들어졌다. 파워풀한 연기를 보여주는 라미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단한 사명감은 없지만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은 있다"는 라미란은 "남녀의 잣대를 넘어서서 조금 더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추세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