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올림피언들의 새로운 도전 '2021 도쿄'

    베테랑 올림피언들의 새로운 도전 '2021 도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26 06: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5·미국)는 2020 도쿄 올림픽의 연기가 결정된 뒤 두 가지 입장을 전했다. 

     
    AP통신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안전과 건강을 우선 가치로 삼고 연기를 결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향해 "현명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4년 동안 오로지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만 향해 걸어온 선수들의 심정도 헤아렸다. 그는 "선수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펠프스는 올림픽만 다섯 차례 출전하며 메달 28개를 획득했다.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 가운데 한 명이다. 은퇴는 했지만, 누구보다 선수의 심정을 잘 안다. 대의를 지지하면서도 동료들의 허탈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지난주까지는 올림픽 연기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1만1000명 선수의 꿈을 깨는 것이다"라며 선수의 입장을 대변했다. 결국 코로나19 펜데믹과 몇몇 국가의 참가 보이콧으로 노선을 틀었지만, 선수에 관한 얘기는 틀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오로지 2020년 7월만 바라보고 최상의 심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목표 지점이 멀어진 탓에 혼란 속에서 레이스를 이어가야 한다. 심지어 이미 출전 자격을 획득하고도 노심초사하는 선수도 생겼다. 종목에 따라 출전권 관련 방침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야 하는 올림픽이다. 1년 전에 결정된 자격을 유지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 
     
    현역 황혼기에 있는 선수들은 이 상황이 더욱 난감하다. 대회가 1년 뒤로 밀리면, 현재 기량을 유지하기 어렵다. 출전조차 장담할 수 없다. 대체로 이 상황에 당황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사이클 개인도로 금메달리스트 그렉 반 아버맛(34·벨기에)은 연기가 결정된 25일(한국시간)에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면 내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진다"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의욕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 최연장자인 캣 오스트먼(37)도 인생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 뒤 남편과 아이를 갖기로 했다. 이제는 2021년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역사를 전공하면서도 운동을 병행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획득에 기여한 선수다. 사실상 마지막 무대로 여긴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출산까지 미뤄야 했다. 
     
    영국 매체 BBC는 체조 국가대표 베키 다우니(28·영국)를 주목했다. 종목 특성을 감안하면 2020년 대회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컸다. 다우니는 "1년을 더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한 과업이다"며 실망감을 전했다. 
     
    시간을 번 선수도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다. 지난 시즌에 허리 부상 탓에 고전하며 세계랭킹이 떨어졌다. 15위 내 선수들은 한 국가에서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3월 16일에 발표된 랭킹에서 그는 미국 선수 가운데 7위였다. 이전부터 도쿄행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랭킹 상승을 노릴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 
     
     
    한국 선수 가운데도 이미 재정비에 돌입한 선수가 있다. 사격 간판 진종오(41)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딴 그는 도쿄 대회에서는 10m 공기권총과 혼성 10m 공기권총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전부터 "빨리 (대회 운영 여부를)결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했고, 정상적인 대회 운영을 바랐다. 그래서 연기를 반겼다. 그는 "1년 뒤를 향새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9), 런던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현우(32)도 도쿄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한국 대표 올림피언이다. 연기 여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