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코리안 빅리거의 품격'…”이제는 돌려줄 때”

    추신수 '코리안 빅리거의 품격'…”이제는 돌려줄 때”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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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를 이주의 선수(Player of the Week)로 선정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 주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1명씩, 총 2명을 '이주의 선수'로 선정한다. 수상자로 뽑힌 선수에게는 영광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개막이 연기된 상황이다.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으므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따로 '이주의 선수'를 선정할 리 없다. 그럼에도 보스턴 글로브의 피트 아브라함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농담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추신수를 아메리칸리그 '이주의 선수'로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추신수가 선행을 펼쳐서다. 
      
    AP통신은 2일(한국시간) 추신수가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약 123만 원) 생계 자금을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지원하는 총금액은 19만1000달러, 약 2억3500만 원이다.  
     
    추신수는 지난달 중순 스프링캠프가 중단된 직후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는 방안을 놓고 아내와 상의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기약 없는 개막 연기로 마찬가지로 휴업 중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최대 주급 400달러(약 50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많은 선수가 생계를 위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텍사스와 7년 총 1억3000만 달러의 대형 FA 계약을 맺어 이번에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는 팀 내 고액 연봉자 추신수가 직접 나섰다. 추신수는 "나도 마이너리그에서 7년 동안 뛰었는데 금전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라며 "지금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당시보다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금전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며 지원 배경을 밝혔다.
     
    그 역시 마이너리그 '눈물 젖은 햄버거'를 오랫동안 경험한 터라 후배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부산고 재학 당시 이대호와 함께 최대어로 뽑힌 추신수는 KBO리그 진출 대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 8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그는 루키리그부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난달 루키급 선수의 주급을 290달러(약 36만 원)에서 400달러(약 50만 원)로 인상을 결정한 만큼 지금보다 20년 전인 추신수의 당시 연봉은 생계를 걱정할 만큼 얼마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도 5년차 였던 2009년까지 연봉이 50만 달러에도 못 미쳤다. 2005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인정받아 2013년 12월 말 텍사스와 7년 총 1억3000만 달러(약 1613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이라는 꿈을 좇으며 이역만리 타지에서의 열악한 환경을 견뎌온 그였기에, 코로나19로 어려운 처지의 마이너리거를 돕고 싶었던 것이다. 
     
    추신수는 "20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야구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돌려줄 때다. 힘들게 운동하는 선수들을 돕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도 추신수의 선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텍사스 지역 언론 댈러스 모닝 뉴스는 "추신수는 종종 신인 시절 베테랑에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음 세대 선수를 돕고 싶다고 해왔다. 어려운 순간 경제적인 도움을 줬다"고 했다. 추신수를 '이주의 선수'로 선정해야 한다고 밝힌 아브라함은 "자선 활동을 한 메이저리그 선수를 주목해달라"며 추신수의 기부 소식을 공유했다.  
     
    추신수는 국내에도 꾸준하게 기부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던 대구광역시 시민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 원을 기탁했다. 지난해 4월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1억 원을 전달했다. 또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2014년부터 3년간 체육 유망주 청소년과 환아 가정 지원을 위해 총 3억1000만 원을 기부했다. 재능 기부도 이어오고 있다. 

     
    추신수가 미국 야구계에 보여준 '코리안 메이저리그'의 품격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