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선배 장민재가 후배 김진영에게 선물한 '류현진 날개'

    [IS 스토리] 선배 장민재가 후배 김진영에게 선물한 '류현진 날개'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08 09:25 수정 2020.04.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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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에서 김진영이 등판해 역투하고있다.대전=정시종 기자

    지난달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에서 김진영이 등판해 역투하고있다.대전=정시종 기자

     
    한화 김진영(28)은 2017년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덕수고 3학년 때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떠났을 만큼 주목 받았던 대형 유망주. 다만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3년 계약 해지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까지 마치고 2017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 참가한 그를 한화는 1라운드(전체 5순위)에 지명하면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아직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입단 첫 해에는 불펜 투수로 3경기에 나와 2⅔이닝만 소화했고, 두 번째 시즌엔 선발 기회를 잠시 얻었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를 기록한 게 전부. 그래도 26⅓이닝 동안 12점만 내주면서 평균자책점 4.05을 기록해 점점 좋은 방향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김진영이 진짜 도약을 노리는 시즌이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천금같은 기회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33·토론토)과 일본 오키나와 개인 훈련에 동행했다.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2년 선배 장민재(30) 덕분이다.  
     
    장민재는 '대기만성'의 표본과 같은 선수다. 2009년 신인 2차 3차운드에 지명돼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천천히 팀에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갔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로 매 시즌 다른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다 지난해 마침내 무너진 토종 선발 마운드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우뚝 섰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한화의 핵심 투수로 자리잡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올해도 치열한 국내 선발진 경쟁에서 일찌감치 네 번째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페이스로 시즌 준비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개막이 늦어지고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6일 밀워키 마이너리그 팀과의 연습경기부터 귀국 후 자체 청백전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해 총 15이닝 동안 1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아직 한화에서 더 자리를 잡아야 하는 김진영에게 그런 장민재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야심차게 KBO 리그 도전장을 던졌다가 생각보다 더 높은 벽 앞에 좌절했던 김진영은 지난해 장민재와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김진영은 "(1군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부족한 게 많은 상황이었는데, 민재형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더라"며 "늘 똑같은 모습으로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모습이 보여서 늘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지하게 되는 선배"라고 했다.  
     
    장민재 역시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기만 했던 김진영의 착한 속내를 알아보고 찬찬히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진영이도 미국 프로에서 좀 뛰어보고 왔으니, 야구를 어느 정도 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이 더 냉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며 "그래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 같더라. 1군에 와서 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그런 게 눈에 보여서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장민재가 처음 해준 조언은 이랬다. "진영아, 여기서는 너만의 것을 만들고 네 장점을 잘 찾아서 그 장점을 잘 살리려고 해야 해. 막 우왕좌왕 이것저것 다 해보고 그러다가 안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럼 그 과정만 계속 반복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민재 스스로가 프로 입단 후 수 년간 겪었던 경험을 들려준 셈이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선발 장민재가 역투하고있다.대전=정시종 기자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선발 장민재가 역투하고있다.대전=정시종 기자

     
    김진영은 "민재형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해준 게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그 얘기가 솔직히 귀에 잘 안 들어온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민재형은 원래 어느 후배 하나를 편애하는 게 아니라 모든 후배에게 눈에 보이는 대로 부족함이 보이면 가서 조언해주는 스타일"이라며 "첫 해나 두 번째 해에는 내가 공백기가 길었던 상태로 왔다가 나 스스로 '준비됐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해보면 한계를 많이 느끼는 일의 반복이라 조금씩 지쳐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도 장민재가 느낀 안타까움과 김진영이 느낀 고마움은 프로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 장민재는 김진영에게 "1월에 류현진 형과 함께 가는 개인 훈련 캠프에 동행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뛰던 시절 절친한 후배였던 장민재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인 2013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즌 대비 훈련을 함께해왔다. 가끔 한화의 다른 젊은 투수도 류현진의 배려로 그 캠프에 동행하긴 했지만, 별다른 인연이 없는 투수라면 쉽게 잡기 어려운 기회다. 아직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김진영에게는 상상도 못한 기회였다. 올해는 팀 베테랑 마무리 투수 정우람과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한 김광현까지 같은 장소로 떠났기에 더 그랬다.  
     
    "진영이가 비시즌 때 훈련하는 모습을 2년 연속 옆에서 봤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할까, 말까' 생각을 하다가 진영이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것 같아 섣불리 말을 못했다. 하지만 2년간 스스로는 나름대로 (몸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텐데 내가 봤을 땐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더라. 그래서 그냥 '현진이 형이랑 가는 훈련 너도 같이 갈래?'라고 툭 던져봤다. 본인은 정말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운동을 하러 가게 됐다." (장민재)  
     
    "이전에 류현진 선배를 만난 적도 없어서 그런 기회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민재형이 제안해주니 나야 그저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 캠프는) 그냥 내게 '도움이 됐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누가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선수들과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운동을 해볼 수 있겠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김진영)  
     
    뛰어난 선배는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후배에게 노하우를 심는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 한 마디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류현진이 그랬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 후배에게 세심하게 막 참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그냥 옆에서 '이거 이렇게 해봐' 하고 툭 말을 던지는 사람인데, 우리에겐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또 본인이 먼저 나서지 않아도 우리가 '형, 이거 어떻게 던져요? 가르쳐 줘요' 하면 정말 잘 가르쳐 준다. 형이 진영이 투구폼도 보고 같이 캐치볼도 하면서 '중심이동이 좀 빠르니까 조금만 잘 잡아라'라고 얘기해 주면 그런 게 중요한 포인트로 와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장민재는 김진영과 올해 1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이미 한용덕 한화 감독이 마지막까지 선발 후보군에 김진영을 올려놓았을 정도로 눈여겨 보고 있다. 김진영 역시 자체 청백전에서 꾸준히 좋은 피칭을 했고, 올해는 지난 3년간보다 더 많이 마운드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역투하고 있는 김진영의 모습. 한화 제공

    지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역투하고 있는 김진영의 모습. 한화 제공

     
    장민재는 "진영이를 지금 곁에서 보면 2년 전, 1년 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된 게 눈에 보인다. 다만 단점을 너무 보완하려다 그쪽에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게 조금 안타깝다"며 "이제 여기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성격상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이 너무 착하다는 것이다. 라커룸에서 우리와 어울릴 때 착하고 넉살 좋은 건 좋지만, 야구할 때도 그게 똑같아서 문제"라며 "야구할 때는 싸움닭이 돼 싸웠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보면서 왔고, 민재형은 프로로서 좋은 결과물을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나는 지금도 여전히 너무 부족한 걸 느끼면서 계속 배우는 입장이다. 민재 형이 옆에 있어서 그 시간이 지금 많이 수월해지고 의지가 되는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