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류현진의 '숨겨진' 기록들

    [송재우의 포커스 MLB] 류현진의 '숨겨진' 기록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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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뒤 토론토와 대형 계약에 성공한 류현진. 게티이미지

    2019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뒤 토론토와 대형 계약에 성공한 류현진. 게티이미지

     
    KBO 리그는 5월 개막이 준비되고 있지만,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아 메이저리그 개막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개막과 관련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 야구가 진행되지 않으니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문득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류현진(토론토)의 알려지지 않은 기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떤 게 있을까.
     
    류현진의 표면적인 성적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182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피안타 160개, 피홈런 17개를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도 메이저리그 1위에 올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릴만한 기록을 보여줬다.
     
    눈여겨볼 부분은 피안타율이다. 0.234로 리그 10위권 밖이다. 1위 저스틴 벌렌더(휴스턴·0.172)와 작지 않은 차이가 난다. 그런데 볼넷 억제 능력을 보여주며 9이닝당 평균 주자 허용이 9.26으로 리그 3위다. 1위 잭 플래허티(세인트루이스) 2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에게 0.2 정도가 뒤졌다. 쉽게 말해 뛰어난 컨트롤을 바탕으로 출루를 최대한 억제해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막아냈다.
     
     
    류현진의 경기당 평균 투구수 역시 리그 10위권 밖이다. 그런데도 경기당 소화한 이닝은 6.1이닝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이닝이 늘어나면 투구수도 늘기 마련이다. 류현진은 경기당 투구수가 많지 않은데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경제적인 투구다. 타자 한 명을 상대하는데 평균 투구수가 3.74개로 리그에서 7번째로 적다. 삼진을 많이 잡아내지 못하지만, 자신의 특징을 잘살려 타자와 빠른 승부로 마운드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류현진이 보여준 '짠물 야구'의 또 다른 원천은 주자 견제 능력이다. 어느 투수건 퍼펙트 경기를 하지 않는 이상 주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 주자를 묶는 능력은 단순히 후속 피안타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왼손 투수라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류현진을 상대할 때 주자들은 뛰지 못한다. 지난해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도루 시도는 단 2번에 그쳤다. 그나마 이 중 한 번은 아웃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 시즌 상대 팀 도루 시도가 3번을 넘어간 경우가 없다. 빅리그 6년 통산 도루 실패율이 45%(11번 시도 6번 성공)에 달한다. 이 정도 수치면 매년 이 부문 리그 10위안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1위답게 득점권 피안타율이 0.186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낮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더 인상적인 기록이 있다. 바로 이닝 선두타자 상대 피출루율이다. 선두타자가 나갔을 때 실점률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다. 그러니 선두타자 출루를 최대한 억제하는 게 투수의 기본이다. 2019시즌 류현진의 선두타자 피출루율은 리그에서 2번째로 좋은 0.219다.
     
     
    타자가 출루해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출루를 허용한 뒤 사라지게 하는 것도 류현진의 능력이다. 류현진의 9이닝당 병살타 유도가 0.84로 리그 7위다. 땅볼/뜬공 비율도 1.98로 리그 5위. 뛰어난 견제 능력에 땅볼 유도 능력까지 갖췄다. 잠재적 실점 위기를 벗어난 것은 류현진의 검증된 능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90.6마일(145.2km/h)이다. 162이닝 이상을 투구한 내셔널리그 투수 중 8위에 해당한다. 왼손 선발로 그리 느린 구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속구 유형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빠른 공 상대 피OPS는 0.650으로 리그에서 8위다.
     
    물론 구속이 구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은 부분 역시 아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구종 하나의 수치로 그 자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류현진의 체인지업 상대 피OPS는 0.512로 리그 2위. 류현진의 빠른 공이 이렇게 효율적인 이유는 체인지업이란 확실한 무기와 흠잡을 때가 없는 컨트롤 그리고 수치로 설명이 어려운 볼 배합의 승리인 것이다. 작년 그의 빠른 볼 구사율은 40.5%로 리그에서 5번째로 낮았다. 빠른 볼을 적게 던지면서 오히려 허를 찌르는 효과를 봤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류현진은 영리한 투수다. 조금 더 들여다본 그의 기록을 통해 다시 한번 그가 어떤 투수인지 느꼈고 하루빨리 그의 투구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