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나비효과?…'반지하 집' 고쳐주기 봇물

    기생충 나비효과?…'반지하 집' 고쳐주기 봇물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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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줄줄이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계기로 반지하 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여름 태풍에 가재도구가 흙탕물 속에 뒹굴고, 평소엔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칙칙하기만 했던 기택의 집. 서울시와 구로구청 등이 기택의 집 같은 반지하 집 개선에 나섰다. 
     
     
    반지하 집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반지하 집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나비효과일까

     서울 구로구는 지난달 28일 반지하 집의 개인 배수 설비를 무상으로 교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여름철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배수 설비는 건물에서 나오는 하수가 공공하수도로 배출되도록 하는 시설로, 설비 용량이 부족하면 누수나 역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구로구는 "원칙상 개인 배수 설비의 설치와 관리 책임은 건물·토지 소유자에게 있지만, 반지하 방에는 대부분 세입자가 거주하는 데다 번거로운 행정절차, 비용 등을 이유로 관리에 소홀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로구는 배수설비 설치 기준이 마련된 1995년 이전에 준공된 저지대 반지하 주택을 우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이번 개인 배수설비 지원 사업이 반지하주택 거주자의 침수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영화 속 명장면을 만들어 낸 기택(송강호)네 반지하 집의 세트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고양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에서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기택네 동네 장면을 촬영 중인 모습. [사진 고양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영화 속 명장면을 만들어 낸 기택(송강호)네 반지하 집의 세트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고양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에서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기택네 동네 장면을 촬영 중인 모습. [사진 고양시]

     
     

     전국의 반지하 주택 59.5% 몰려있는 서울

     
    서울시에 따르면 반지하 형태의 집은 전국적으로 38만300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서울에 있는 반지하 집은 22만8000만 가구로, 전국 반지하 가구의 59.5%에 해당한다. 경기도는 9만9000가구(25.2%), 인천은 2만1000가구(5.5%)에 이른다. 
     
    반지하 집이 몰려있는 서울시는 지난 2월 반지하 집 주거환경 개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너지재단과 공동으로 우선 1500가구를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집수리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이다. 
     
    상반기 접수는 이미 마감했다. 올 하반기 신청은 오는 8월 중순까지 주민센터를 통해 받는다. 선정된 집은 집수리 비용으로 120만원까지 받는다. 수리 범위는 단열시공부터 보일러와 에어컨 설치, 창호와 바닥 교체 등 광범위하다. 창문 가림막과 제습기, 화재경보기와 환풍기 설치 등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 반지하 거주 가구 중 평균 소득 50% 이하 가구는 55.3%이며, 70% 이하는 77.8%로 대부분 소득 수준이 낮다"며 "반지하 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습기와 곰팡이는 천식과 알레르기·우울증 등을 유발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해롭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반지하 집에 모여앉아 피자박스를 접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반지하 집에 모여앉아 피자박스를 접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열풍에 '기생층'으로 이름 붙였다가…

     
    반지하 집수리로 예상치 못한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 3월 비어있는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지역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바꾸는 사업을 했다. 공사가 소유한 6개 반지하 공간을 주민이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이용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구로구 오류동에 있던 반지하 집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주민 건축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구로구 개봉동 반지하 공간은 젊은 주부를 위한 '주민소통방'으로 꾸몄고, 성북구 종암동 반지하 집엔 '공유주방'을 마련했다. 
     
     
    서울주택공사는 비어있던 주택가 반지하 집을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 서울주택공사]

    서울주택공사는 비어있던 주택가 반지하 집을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 서울주택공사]

     
     반지하 집 활용도가 높아지자 지난달 29일 SH공사는 "반지하 집을 이용해 청년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가 생기는 복지공간'을 만들겠다"며 사업명을 '기생층'으로 붙였다. '기회가 생기는 층'의 줄임말이었지만 논란이 일었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정작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SH공사는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사게 됐다"며 사과하고 '기생층'이란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