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개막전의 숨은 소득, 정근우와 라모스의 화려한 신고식

    LG 개막전의 숨은 소득, 정근우와 라모스의 화려한 신고식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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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의 산뜻한 개막전 승리에는 기분 좋은 소득이 있다. 올 시즌 팀 전력을 한층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하는 정근우(38)와 로베르토 라모스(26)의 화끈한 신고식이다. 

     
    LG는 5일 열린 '잠실 라이벌' 두산과 홈 개막전에서 8-2로 이겼다. 어린이날 맞대결 열세를 10승14패로 조금 만회하고, MBC 청룡 시절이던 1989년 이후 31년 만이자 구단 창단 후 최초로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이겼다. 종전까지 두산과의 개막전 만남에선 8연패 중이었다. 
     
    승리의 수훈갑은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차우찬과 4타수 2안타 3타점을 몰아친 김현수였지만,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와 라모스의 활약에 더욱더 반색했다.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앞으로도 정근우와 라모스가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데려왔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된 정근우는 한화 소속이던 2018년 5월 31일 대전 NC전 이후 705일 만에 2루수(2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두 차례 호수비와 함께 김현수의 쐐기 2점 홈런의 발판을 놓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3회 박건우의 타구는 멋진 다이빙 캐치 이후 1루 송구를 통해, 안타를 삭제한 호수비였다. 한화에서 정은원에게 자리를 뺏겨 외야수와 지명타자로 물러났지만,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승리 투수 차우찬은 "(정)근우 형이 호수비를 한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류 감독은 5일 호수비에 대해 "뛰어난 수비수는 투수와 포수의 사인을 통해 구종을 파악하고 타구가 날아갈 방향을 예측해 미리 이동한다. 정근우가 그런 선수다"고 칭찬했다. 
     
    4번타자로 나선 라모스는 2루타 2개를 뽑아내, LG가 기대하는 장타력을 첫 경기부터 폭발시켰다. 3-1로 앞선 6회 1사에서 라울 알칸타라의 154㎞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장타를 터뜨렸다. 8회에도 좌중간 펜스 근처까지 날아간 2루타를 기록했다. 
     
    정근우와 라모스의 합류는 창단 30주년을 맞는 LG가 올해 목표하는 성적에 다가서는 데 있어 중요한 전력으로 전망된다. 
     
    LG는 지난해 줄곧 취약 포지션으로 평가된 3루수에 김민성을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지난 겨울 FA 오지환을 붙잡았다. 그래도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2루수와, 외국인 타자의 몫이었던 1루가 약한 편으로 분류됐다.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오재원의 타구를 LG 정근우가 잡아 병살로 연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오재원의 타구를 LG 정근우가 잡아 병살로 연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LG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2루수 정근우를 데려왔다. 정근우는 한화 시절 신예 정은원에게 밀려나 최근 2년간 2루수로 거의 나서지 않았으나, 수비를 강조하는 류중일 감독은 여전히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프런트에 영입을 요청했다. 연습경기까지 기존 2루수 정주현과 경쟁을 유도했다. 
     
    '2루수'에 애착이 큰 정근우에게 LG로의 이적은 기회였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정근우는 "2루수로 돌아와 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하고 야구장으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며 "전성기 때는 (2루수로) 자만심도 있었고, 당연하다는 듯 '내 자리'로 여겼다. 2루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반겼다.  
     
    라모스 역시 LG의 약점을 메워주길 기대하며 10개 구단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마지막에 계약한 선수다. LG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 농사는 좋았던 반면, 외국인 타자에 대해선 악몽에 시달렸다. 부상과 부진으로 한 시즌을 채운 선수가 별로 없었다. 
     
    라모스 역시 캠프에서 실전 경기 투입이 늦어져 걱정을 자아냈다. 연습경기에서 장타력을 뽑아내며 막 시동을 걸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계로 고국에 다녀온 뒤 2주간 자가 격리 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첫 경기에서 보란 듯이 장타력을 뽑아냈다. 류중일 감독은 6일 "만일 잠실구장이 아니었다면 두 개의 2루타 모두 홈런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라모스가 4번타자로 장타력을 펑펑 쳐주면 LG가 상위권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키플레이어로 꼽기도 했다. 라모스에게 기대하는 구체적인 홈런 개수는 30개라며 "힘이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에서 역대 외국인 타자 중 한 시즌에 30홈런을 친 선수는 없다. 
     
    정근우는 "2020년 첫 스타트를 잘 끊어 팀이 좋은 시즌을 치를 것 같다"며 "처음에는 2루수로 복귀해 긴장됐지만 다이빙 캐치를 통해 긴장이 많이 풀렸다. 앞으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기뻐했다.  
     
    정근우와 라모스는 개막전에서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다. LG는 그런 모습을 계속 기대하고 있다.   
     
    잠실=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