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일탈 끝 범죄로 추락, 유도계도 왕기춘 지웠다

    잇딴 일탈 끝 범죄로 추락, 유도계도 왕기춘 지웠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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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유도회는 12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왕기춘을 영구제명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유도회는 12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왕기춘을 영구제명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대한유도회에서 영구제명됐다.
     
    유도회는 12일 서울 방이동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삭단(단을 모두 박탈당하는 것) 절차도 밟게 된다. 김혜은 위원장은 "성폭행 여부와 상관없이, 왕기춘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하게 성관계한 사실이 인정된다.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최고 중징계인 영구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유도인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왕기춘은 1일 구속돼 이날 공정위에 출석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해명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및 두 차례(2007, 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으로 받는 체육연금(월 100만원)도 반납 및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체육인 복지사업 운영 규정(제24조)에 따르면 다른 선수에게 폭력이나 성폭력 행위와 관련해 가맹단체나 체육회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 연금 지급이 중지한다"고 설명했다. 왕기춘은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왕기춘은 2000년대 혜성같이 나타난 '유도 천재'였다. 용인대 1학년이던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 73㎏급에서 우승했다. 한국 유도 최연소(만 19세3일) 챔피언 기록이다. 이듬해인 2008년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39·은퇴)를 꺾고 73㎏급 국가대표가 됐다. 왕기춘을 용인대에 스카우트한 정훈(51) 전 대표팀 감독은 당시 "당대 최고 재능"이라고 극찬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8강전에서 갈비뼈를 심하게 다치고도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따냈다. 주특기인 빗당겨치기와 업어치기는 종주국 일본 선수마저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매트에서는 최고였지만, 도복만 벗으면 말썽을 일으켰다. 왕기춘은 2009년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여성과 술을 마시다 여성의 친구와 시비가 붙었다. 서로 "뺨을 맞았다"고 주장하다가 합의하고 끝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부상으로 공동 5위에 그친 뒤 일탈 행위가 잦아졌다. 2013년 12월 병역특례에 따른 4주 군사기초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다 걸렸다. 8일간 영창에서 지내다 강제 퇴소당했다. 2014년 5월엔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 문제가 불거지자 소셜미디어에 "나도 후배 시절 많이 맞아봤다"며 체벌을 옹호하다가 구설에 올랐다.
     
    왕기춘은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뒤 은퇴했다. 같은 해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은퇴 후에는 대구에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왕기춘 간지 유도관'을 열었다.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며 스포츠 사업가로 활동했다. 왕기춘의 은퇴 직전 소속팀(양주시청) 감독이었던 장문경(38) 여자 유도대표팀 코치는 "10여년에 걸쳐 쌓아 올린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왕기춘을 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뽑았던 금호연(60)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선수인데 영구제명과 삭단이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