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대신 '파격' 선택한 남자배구 우리카드

    '정석' 대신 '파격' 선택한 남자배구 우리카드

    [중앙일보] 입력 2020.05.19 10:15 수정 2020.05.19 11: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KB손해보험에서 뛰었던 알렉스. 2020~21시즌은 우리카드에서 뛰게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에서 뛰었던 알렉스. 2020~21시즌은 우리카드에서 뛰게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석'이 아닌' 파격'이다.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판을 바꿨다. 주전 세터 노재욱(28)을 트레이드로 보낸 데 이어 외국인선수 펠리페 재계약도 포기했다.
     
    우리카드는 15일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레프트 알렉스 페헤이라(28·포르투갈)를 지명했다. 알렉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KB손해보험에서 두 시즌 동안 뛰었다. 안정적인 리시브를 하면서 강력한 서브를 넣을 수 있는 선수다. 공격력은 지난해 라이트로 활약한 펠리페만 못해도 다재다능하다.
     
    계획된 선택이었다. 우리카드는 드래프트 신청자 중 수준급 레프트가 많다는 판단을 했다. 상위 순번이 오면 공격에 강점이 있는 나경복을 라이트로 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1위라 추첨확률은 가장 낮지만 재계약구단이 둘(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이나 있어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9~20시즌 MVP에 오른 나경복은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다. [연합뉴스]

    2019~20시즌 MVP에 오른 나경복은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다. [연합뉴스]

    운까지 따라 3순위 지명권이 왔다. 신영철 감독은 지체없이 알렉스를 골랐다. 신 감독은 "레프트 자원 중 알렉스가 제일 좋다고 판단했다. 알렉스가 아니면 라이트를 뽑으려고 햇는데 행운"이라고 말했다. 때에 따라 나경복이 리시브에 참여해 '4인 리시브'를 쓸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졌다.
     
    나경복과 외국인 선수만 바뀐 게 아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9일 삼성화재와 3대4 트레이드를 했다. 명단 안에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우리카드를 이끈 세터 노재욱이 있었다. 보낸 4명 중엔 이른바 '수비형 레프트'로 기용한 황경민(24)도 포함됐다. 대신 레프트 류윤식(31)과 송희채(28), 세터 이호건(24)을 받았다. 송희채는 군입대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레프트 류윤식-황경민, 세터 노재욱-이호건을 바꾼 느낌이다.
     
    미들블로커와 리베로는 올해 변화가 없다. 이미 2년 전에 바꿨기 때문이다. 주전 리베로였던 정민수가 FA로 풀리면서 떠난 뒤 이상욱을 기용했고, 이상욱은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미들블로커는 두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조근호·구도현·박진우가 나갔고 윤봉우와 하현용이 들어왔다. 지난해 주전급으로 뛴 이수황이 FA로 떠났지만 장준호를 데려왔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주전선수 중에선 나경복만 남았다. 나경복도 포지션을 변경했으니 100% 바뀐 셈이다.
     
    세터는 아직까지 주전이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백업으로 활약한 하승우와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호건 경쟁 체제다. 신영철 감독은 "이호건은 세터로서의 움직임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팀에 적응해야 한다. 6~7월 연습경기를 하면서 어느 선수에게 맡길지 결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전력에서 호흡을 맞춘 이호건과 장준호. 둘 다 다음 시즌엔 신영철 감독의 지휘를 받는다. [뉴스1]

    한국전력에서 호흡을 맞춘 이호건과 장준호. 둘 다 다음 시즌엔 신영철 감독의 지휘를 받는다. [뉴스1]

    안정적인 선택 대신 1등이 모든 걸 바꾸는 선택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카드는 오너기업이 아니라 많은 투자를 할 수 없다. 운영비 규모는 리그 중위권이다. 주전 선수가 성장하면 몸값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지난시즌 뒤 FA가 된 나경복의 경우 정원재 구단주와 구단 프런트의 노력으로 붙잡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고액 FA를 계약할 순 없다.
     
    결국 현장 책임자인 신영철 감독이 구단과 함께 머리를 싸매야 한다. 젊고, 유망한 선수를 많이 키워 내는 게 해결책이다.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은 "그런 쪽으로 신영철 감독이 정말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신영철 감독은 "1~2년 뒤 어떤 선수들이 FA가 되고, 군입대가 되는 것까지 계산하고 있다. 변화와 도전이 쉽진 않지만 그것도 감독으로서 해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