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클라시코에 드론 테러? 경기장 보안 패러다임이 바뀐다

    엘 클라시코에 드론 테러? 경기장 보안 패러다임이 바뀐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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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드론의 기능을 이용한 스포츠 경기장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드론으로 배에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드론의 기능을 이용한 스포츠 경기장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드론으로 배에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스포츠 시설 테러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슬람계 극단주의 테러 조직이 스페인 프로축구 엘 클라시코(El Clasicoㆍ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 경기장에 폭탄을 장착한 드론을 띄워 테러를 저지르려 한 사실이 밝혀졌다.
     
    스페인 일간지 엘 페리오디코는 18일 “스페인에서 체포된 테러리스트가 엘 클라시코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폭발물을 드론에 장착해 경기장 상공에 띄운 뒤 터뜨리려는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테러리스트는 33세 모로코 국적 남성으로 확인됐으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방계조직인 ‘DAESH’ 소속으로 밝혀졌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수년간 테러를 일으킨 단체다.
     
    테러리스트는 드론에 폭탄을 실어 경기장에 보내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소속 단체가 칼과 총을 이용하는 전통적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엘 클라시코를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만든다는 목적은 동일했지만,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일정이 중단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코로나19로 인해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자 목표를 수정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칼과 자동차를 이용해 시민 또는 여행자들을 무차별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관련 첩보를 입수한 스페인 경찰이 사전에 체포해 대형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매 경기 10만명 가까운 관중이 모이는 엘 클라시코 등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매 경기 10만명 가까운 관중이 모이는 엘 클라시코 등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엘 클라시코 드론 테러 시도와 관련해 스포츠 경기장 보안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경기장 보안은 위협이 될 만한 사람과 물건의 반입을 저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테러리스트들 또한 무기를 가지고 경기장 내에 잠입하는 걸 1차 목표로 했다.
     
    드론의 상용화와 더불어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장 안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을 띄워 경기장 안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 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 주변에 드론을 띄우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테러를 목적으로 하는 세력의 시도는 규제만으로 막을 수 없다.
     
    드론을 활용한 테러는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이 운영하는 석유 시설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초토화됐다. 지난 2018년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시도에 드론을 활용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스포츠 경기장에도 같은 불상사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엘 클라시코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국메이저리그야구( MLB) 등 수만 명이 모이는 개방형 경기장이 사실상 드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장에 드론을 이용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면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으는 형태의 스포츠 시장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서 “테러 위험이 높은 경기의 경우 보안 시스템의 최종 단계로 드론 방어 솔루션까지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드론 방호 기술은 날아오는 드론의 시스템에 혼란을 주거나 물리적으로 격추시켜 위험을 예방한다. BIS리서치에 따르면 드론 방호 관련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15억7000만 달러(1조9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스포츠가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