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쌍용' 영입 실패하자 '리얼돌' 영입 성공

    [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쌍용' 영입 실패하자 '리얼돌' 영입 성공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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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로 '성인용품' 논란에 휩쌓인 FC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로 '성인용품' 논란에 휩쌓인 FC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금 K리그는 '성인용품'으로 논란이 되는 최초의 상황에 직면했다. 1983년 시작한 한국 프로축구 37년의 역사에서 이런 민망하고 황당한 이슈는 처음이다.
     
    이 '최초의' 상황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FC 서울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프런트'다. 서울이 K리그의 새로운 역사, 굴욕적 역사를 앞장서서 쓰고 있다. 프런트의 무능이 만든 촌극이다.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리얼돌'이 등장했다. 서울은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 첫 번째 홈 경기를 준비하면서 무관중 시대에 조금 더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얼돌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프런트가 얼마나 무능한 지 여실히 드러났다. 누가봐도 일반 마네킹과 많이 다른 모양이다. 서울은 일체의 의심없이 성인용품 제작업체의 '프리미엄 마네킹'이란 말과 무료 대여라는 기회를 환영했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마네킹 제조업체가 성인용품 제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 간단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또 사진으로도 특정 신체부위가 부각된 것을 볼 수 있다. 의심과 의문이 먼저 들어야 정상이다. 서울은 이마저도 눈을 감았다. 마네킹이 배치된 뒤 성인용품 제작업체의 이름과 리얼돌 BJ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팻말·머리띠 등이 노출되는 것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논란이 터진 뒤엔 더 문제가 불거졌다. 리얼돌의 존재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성인용품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함께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법적 대응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성인용품 제조업체도 문제가 있다.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의심없이 너그럽게 받아준 서울이다. 아주 작은 기업의 상술에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서울이 당한 것이다. 부끄럽고 굴욕적인 일이다. 
     
    한국 축구의 '성지' 상암을 리얼돌에 내준 격 아닌가. 얼마나 행정에 빈틈이 많았으면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침투할 수 있었을까. 
     
    성인용품 업체에 강력 대응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리얼돌을 인정하는 전제로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무능으로 인한 억울함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유니크한 행보 덕분에 K리그는 유례가 없는 세계적 이슈를 받고 있다. 영국의 'BBC' 등 유력 매체들이 리얼돌 사태를 보도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K리그는 세계의 존중과 희망의 시선을 받았지만 지금은 서울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서울을 넘어 K리그 전체의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한 사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이 이 건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한 뒤 징계를 내린 이유다. 상벌위원회는 20일 K리그를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고 판단해 서울에 제재금 1억원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서울의 행정 무능은 처음이 아니다. 어쩌면 리얼돌 사태 또한 예견된 참사였을 지 모른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와 무사안일이 조금씩 모여 '리얼돌 사태'로 터져 나온 셈이다. 또 서울 행정 무능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 
     
    FC서울이 자랑한 '쌍용'은 모두 서울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향했다.

    FC서울이 자랑한 '쌍용'은 모두 서울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향했다.

     
    올 시즌 개막을 하기 전 가장 큰 이슈를 발생시킨 구단 역시 서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의 '프런트'였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서울이 자랑하는 스타 기성용을 사실상 내쳤다. 기성용은 "FC 서울이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서울의 행정력이 서울 출신 스타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 지 모두가 알게 됐다. 이에 대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기성용은 결국 서울을 포기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또 한 명의, 서울이 자랑하는 이청용도 서울이 아닌 울산 현대를 선택했다. 이렇다 할 협상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이청용의 마음이 이미 서울이 떠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의 행정력은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쌍용(기성용+이청용)'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많은 서울 팬들과 K리그 팬들이 서울 프런트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K리그1과 K리그2(2부리그)를 통틀어 군 팀인 상주 상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단 한 명의 선수 보강을 하지 않은 팀이 서울이었다. 서울의 '0입'에 서울 팬들은 큰 충격에 빠져야 했다. 2018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지며 구단 최대 위기를 겪은 서울이다. 2019년 초반 도약하며 한 때 리그 1위까지 오르는 등 선전했다. 
     
    그러자 서울 프런트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위기를 잊어버렸고,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0입'의 서울은 후반기 하락세를 탔고, 꾸역꾸역 3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내며 2020시즌 기대를 모았으나, 서울의 행정은 다시 지갑을 닫았다. 올 시즌 서울이 영입한 대표적 선수는 3명. 아드리아노와 한찬희 그리고 한승규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아드리아노는 FA(자유계약선수) 한찬희는 트레이드, 한승규는 임대다. 즉 선수 영입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적료에 쓴 돈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지갑 잠그는 경영 철학은 2012년 K리그 우승, 2013년 ACL 준우승을 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급격하게 서울 스쿼드의 질이 떨어졌다. 핵심 선수가 나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에 준하는 스타 선수 영입이 아닌 오직 가성비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흐름이 7년 째 이어지다보니 K리그 '명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을 우승후보로 보는 팀은 없다. 다크호스가 그나마 가장 큰 찬사다. 서울에 가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줄어들었고, 국가대표 역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K리그의 리딩클럽도, 우승클럽도 아닌 수도 서울 연고의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프런트가 앞장서서 안내한 '추락'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000만 도시, 수도 서울의 유일한 1부리그 구단. K리그 최대 팬층을 자랑하는 구단. 그들에게는 분명 수도 구단의 책임감이 있다. 모든 K리그 구성원들도 수도 구단 서울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리그 전체 발전과 흥행을 위해서라도 서울이 힘을 내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정작 서울은 눈과 귀를 막았다. 수도 구단의 권리만 누릴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 
     
    서울다운 모습을 망가뜨린 것은 누구인가. 서울의 정체성을 날려버린 이는 누구인가. 
     
    답은 나와있다. 무능한 프런트다. 행정 무능이 하다하다 이제 리얼돌까지 상암으로 불러들였다. 반복적 흐름이다. 행정 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수뇌부 그 누구도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지는 이 없으니 실수는 멈추지 않는다. 책임에 눈 감으니 서울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프런트가 변하지 않으면 서울도 변할 수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행정 참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꼬리자르기가 아니라 수뇌부의 진정한 책임감이 등장할 때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