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50번' 박종훈의 천신만고 50승…그날 밤이 더 빛났던 이유

    [IS 스토리] '50번' 박종훈의 천신만고 50승…그날 밤이 더 빛났던 이유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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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3회말 2사 1,2루 박종훈이 김혜성을 외야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3회말 2사 1,2루 박종훈이 김혜성을 외야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SK가 지긋지긋한 10연패에서 벗어나던 지난 20일 밤,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29)은 조용히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자축했다.  
     
    통산 50승. 박종훈은 이날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첫 승리를 따내 2010년 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개인 통산 50승 고지를 밟았다. 2015년부터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으면서 조금씩 꽃을 피우고, 2017년 12승을 올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뒤, 2018년 14승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승수를 찍었던 박종훈에게는 그 어느 기록보다 뜻깊은 이정표였다.  
     
    물론 이날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선발 투수 박종훈의 개인 기록보다 팀 SK의 10연패 탈출에 모아졌다. 그러나 박종훈은 자신의 데뷔 50번째 승리가 팀에게 올 시즌 가장 절실한 1승의 발판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저 기뻐했다. 경기 후에도 개인의 감회는 뒷전으로 미뤘다. SK의 간판 투수이자 10연패 탈출의 수훈 선수로서 팀 선수단을 대표하는 소감을 내놨다.  
     
    "연패 기간 동안 마음 고생하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그리고 주장 역할을 하며 여러 가지로 힘들었을 최정 형과 김강민 선배를 비롯한 고참 형들께도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야수들이 수비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고, 투수들도 최고의 투구를 해줬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고 죄송하다.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 SK다운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곁에서 지켜 본 SK 관계자가 "박종훈이 정말 감격스러운 나머지 잠시 울먹일 뻔했다. 목이 메어 오는 걸 참는 것이 느껴졌다"고 귀띔했을 정도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SK선발 박종훈이 공을 던지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SK선발 박종훈이 공을 던지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그러나 통산 50승은 박종훈에게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박종훈이 프로 생활 내내 등 번호 50번을 달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뜻하지 않은 '아홉 수'로 마음 고생을 했기에 더 그렇다. 하필 맞은편 더그아웃에서 옛 제자의 50승을 지켜 봐야 했던 손혁 키움 감독과도 연관이 있는 스토리다.  
     
    박종훈은 지난 시즌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8경기에서 159⅓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는데도 통산 49승에 꽤 오래 머물러 고작 8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당시 SK 투수코치였던 손 감독도 이 상황 때문에 박종훈에게 마음의 빚이 남았다. 애제자에게 "나는 등번호 38번을 달았는데 딱 36승을 하고 은퇴했다. 너도 조심하라"고 농담을 던졌다가 그 후 공교롭게도 박종훈의 승 수가 멈춰 버리는 봉변(?)을 당한 탓이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웃어 넘겼던 박종훈도 포스트시즌과 2019 프리미어12에서조차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자 짐짓 울상을 짓게 됐다. 손 코치가 키움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나중에 키움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 그 저주를 깼다는 인터뷰를 하겠다"는 농담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손 감독이 이끄는 키움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0승을 따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23일 인천 한화전 이후 약 9개월 만에 찾아 온 값진 승리. 1990년 이후 출생한 선수들 가운데 통산 50승을 넘긴 투수는 NC 이재학(64승) 외에 박종훈이 유일하다.  
     
    다만 정작 박종훈은 50승의 순간 손 감독에게 유쾌한 한풀이(?)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그저 승리 그 자체가 감격으로 다가올 만큼, SK 선수단 전체가 한 마음으로 고대하고 기다리던 1승이라서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5대3으로 승리, 10연패에서 연패탈출에 성공한 SK선수들이 경기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2020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5대3으로 승리, 10연패에서 연패탈출에 성공한 SK선수들이 경기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고척=김민규 기자

     
    2점이라는 아슬아슬한 점수 차에 2사 1루.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이 외야 플라이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박종훈은 그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일어나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개인의 50승을 기념하는 대신, 팀 동료들과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져 더 큰 감동을 안겼다. 
     
    개막과 동시에 정처 없이 흔들리며 표류하는 듯했던 SK. 선발진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종훈이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 힘을 보탰고, 마지막에 함께 웃을 수 있었기에 더 값진 하루. 20일 밤은 박종훈에게는 여러 모로 기념비적인 시간으로 남았다. 
     
    고척=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