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부터 선수까지…‘외풍’ 즐기는 KIA

    감독부터 선수까지…‘외풍’ 즐기는 KIA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2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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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 윌리엄스 감독(왼쪽)은 KIA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드류 가뇽, 프레스턴 터커, 애런 브룩스(왼쪽 둘째부터) 등 외국인 선수도 KIA 최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맷 윌리엄스 감독(왼쪽)은 KIA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드류 가뇽, 프레스턴 터커, 애런 브룩스(왼쪽 둘째부터) 등 외국인 선수도 KIA 최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19~21일 3연승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연승이었다. KIA 선발진이 뜨거운 롯데 자이언츠 타선을 안정적으로 막았다. 불안했던 수비도 조금씩 안정세다. 타선도 막힘없이 터졌다.
     
    KIA는 8승7패(21일 기준)로 5위(승률 0.533)다. 롯데 3연전에 앞서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378홈런을 때린 강타자였다. 지도자로서는 안정감과 세밀함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KIA가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막 출범한 ‘팀 윌리엄스’가 조금씩 짜임새를 갖추는 중이다. 재밌는 점은 그 핵심도 외국인 선수라는 점이다. 20일 무실점(6-0) 승리는 올해 새로 합류한 선발투수 드류 가뇽(30)의 호투 덕분이었다. 가뇽은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았고,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뇽의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0㎞대 중후반이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좋다. 앞선 두 차례 등판(10과 3분의 1이닝 8실점)에서는 초반에 크게 흔들린 뒤 3회 이후 안정을 찾았다. 세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첫 승리를 따낸 가뇽은 “스프링캠프부터 페이스가 늦었다. 지난 등판과 달리, 1회부터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매 경기 7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KIA 상승세를 이끈 선두 주자는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30)다. KIA의 개막 2연패 때 부진했던 터커는 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회 말 홈런 등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첫 승리였다. 20일까지 터커는 KBO리그 타격 3위(0.429), 홈런 공동 3위(5개), 타점 1위(20개)다. ESPN은 KBO리그 2주차 파워랭킹을 발표하며 KIA 타선에 대해 ‘터커 또는 나머지(Tucker or Bust)’라고 표현했다.

     
    터커는 지난해 5월 퇴출당한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를 대신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인 그는 지난해 95경기에서 타율 0.311, 홈런 9개를 기록했다. 준수한 편이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이 부족했다. 지난겨울 부임한 윌리엄스 감독은 예상을 깨고 터커 재계약에 찬성했다. 성실한 자세와 타격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다시 KIA 유니폼을 입은 터커는 95㎏였던 몸무게를 100㎏ 가까이 늘린 채 스프링캠프에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서는 타자의 벌크업(bulk up·근육량 늘리기)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이 떨어지면서 홈런이 줄어들자 타자들 사이에선 감량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터커는 반대 길을 선택했다. 파워를 늘리는 변신이 시즌 초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와 같은 레벨 스윙(투구와 평행에 가까운 궤적)인 데도, 강한 타구가 펑펑 터지고 있다.

     
    KIA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타자 복이 없었다. 예외라 할 수 있는 게 2017년 로저 버나디나인데, 그가 타율 0.320, 홈런 26개로 활약했을 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 터커 활약은 당시 버나디나 못지않다. 그는 “KIA 타선이 약하지 않다. 내가 잘하고, 동료들도 공격적으로 스윙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 홈런 최하위(76개), 득점 9위(605점)였던 KIA는 21일 현재 팀 홈런 4위(15개), 득점 6위(75점)다.

     
    아직 터지지 않은 로또 복권도 있다. KIA 팬이 가장 기대하는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0)다. 그는 이미 KBO리그에서 최고 154㎞ 강속구를 선보였다. 무브먼트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이 일품이다. 그러나 지난 세 차례 등판(평균자책점 3.00)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구위 만큼은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안정만 찾는다면 KIA 에이스 양현종(32)과 함께 위력적인 ‘원투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야구가 열리지 않는 데다, 선수의 이동도 어렵기 때문이다. 올 시즌 지금까지 드러난 외국인 선수 영향력은 예년보다 크다. 지난 2년간 외국인 선수로 고생했던  KIA가 올봄에는 훈훈한 외풍(外風)을 즐기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