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새롭게 야구인생 꽃 피워 행복하다…불혹의 이성우

    LG에서 새롭게 야구인생 꽃 피워 행복하다…불혹의 이성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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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한화 경기. 8회 초 1사후 주자 만루에서 LG 이성우가 좌중간 만루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한화 경기. 8회 초 1사후 주자 만루에서 LG 이성우가 좌중간 만루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불혹의 선수는 타구를 바라보며 열심히 베이스를 돌았다.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간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갸웃하며 어리둥절했다. '내게 이런 일이'라며 믿기지 않는 듯 자신도 놀란 눈치였다. 그 주인공은 LG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꽃피운 '베테랑 포수' 이성우다. 그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아내와 이제 막 아버지가 야구 선수임을 알게 된 두 아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성우는 27일 대전 한화전 7회 유강남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아 11-4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한화 좌완 김범수의 147㎞ 몸쪽 높은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좌중간으로 향한 타구는 펜스를 넘어갔다. 홈런을 직감하지 못한 영향인지 1루를 밟고 도는 과정에서 주춤하기까지 했다. SK 소속이던 2017년 8월 24일 대구 삼성전 이후 642일 만이자 개인 통산 5번째 홈런. 특히 불혹에 맛본 개인 첫 만루 홈런이다. 그는 "오늘(27일) 만루홈런이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행복으로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준 LG 트윈스 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성우의 야구 인생에는 굴곡이 많았다. 청원중-성남서고를 졸업한 후에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해 2000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됐다. 상무를 거쳐 2005년 SK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은 그는 2008년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옮겼다. 이때 처음 그토록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17년 초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SK로 옮겨와 2018년 이재원의 백업 포수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2018년은 그가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88경기에 나선 한해였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그는 SK 구단으로부터와 함께 전력 분석원을 제의받았다. 현역 유니폼을 벗게 되지만,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제안이었다. 
     
     
    이성우는 현역으로 더 뛰고 싶었고, 가족과 상의 끝에 쉽지 않은 '도전'을 택했다. 마침 LG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포지션은 포수, 역할은 백업이다. 수비력은 좋지만, 공격력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이번 시즌 선발 출장은 5월 19일 삼성전 단 한 번뿐이다. 경기 중후반 대수비나 대주자, 대타 등 교체로 출장한다. 
     
    그래서 여섯 살, 네 살인 두 아들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비추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성우의 아내와 두 아들은 광주에 거주하고 있어 정규시즌에는 광주 원정을 제외하면 가족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TV 중계로나마 그라운드에서 뛰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데, 수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도 적다. 
     
    만루 홈런으로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이성우는 "아빠가 야구 선수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렇지만 오늘 선수로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만루 홈런으로 확실하게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준 것 같아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LG에서 행복한 야구 인생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그는 "나의 야구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손을 내밀어준 LG 트윈스 구단에 감사하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4~5년 전인데 마흔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덕분에 '데뷔 첫' 수식어가 따라붙는 기록을 쌓고,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게 됐다. 지난해 6월 21일 잠실 KIA전 9회 말 무사 1, 2루에선 데뷔 첫 끝내기 안타(2루타)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당시 "19개월 된 우리 둘째에게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게 해줘 정말 행복했고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LG도 지난해 이성우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강남이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 이성우가 주전 안방마님으로 나서 좋은 역할을 선보였다. 올해 역시 유강남의 백업 포수로 자주 나서는 그는 8경기에서 6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개막 후 줄곧 1군에서 뛰고 있다. 프로 통산 성적은 520경기에서 타율 0.223 5홈런 66타점. 베테랑이 된 후 그의 존재감은 훨씬 빛을 보고 있다. 
     
    이성우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가슴에 안고 뛴다. 그는 "수비 1이닝을 나가든 한 타석을 나가든 더욱더 소중하고 간절하게 생각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했다.  
     
    최근 1년 사이 데뷔 첫 끝내기, 데뷔 첫 만루홈런까지 기록한 그는 개인적인 목표를 갖지 않는다.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LG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지난해 펼쳐진 LG와 KIA의 경기에서 끝내기 2루타를 날린 뒤 환호하는 이성우의 모습. IS포토

    지난해 펼쳐진 LG와 KIA의 경기에서 끝내기 2루타를 날린 뒤 환호하는 이성우의 모습. IS포토

     
    이성우는 말한다. "올 시즌 뒤 은퇴하는 용택이 형이 원하는 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하나 더 욕심이 있다면 올해는 이민호와 김윤식, 이상규 등 정말 좋은 신인급 투수들이 많은데 이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주전 (유)강남이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잘 받쳐주겠다. 매 경기 우리 LG 트윈스 모든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가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동안 어떤 역할이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대전=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