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페르난데스가 김인태에게 건넨 서프라이즈 기념구

    두산 페르난데스가 김인태에게 건넨 서프라이즈 기념구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31 14:37 수정 2020.05.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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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난데스가 건넨 공을 쥐고있는 김인태. 두산제공

    페르난데스가 건넨 공을 쥐고있는 김인태. 두산제공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5월 30일 잠실 롯데전에서 연장 11회 말 허경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자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김인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김인태가 뒤를 돌아보자 공을 하나 건넸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너의 첫 안타 기념구다"라고 했다. 
     
    김인태(26)는 프로 8년 차. 전날까지 개인 통산 50개를 때려냈다. 대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축하하기 위해 기념구를 건네는 경우는 있지만 '시즌 첫 안타'의 공을 선물하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페르난데스의 깜짝 선물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김인태는 기분 좋게 챙겼다. 김인태는 "가방에 넣어서 다니지 않으면 페르난데스가 삐칠 것 같아 당분간 보관할 계획이다"며 웃었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있는 김인태. 연합뉴스제공

    31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있는 김인태. 연합뉴스제공

    그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안타였다. "막혀 있던 무언가가 확 뚫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김인태는 30일 4-4로 맞선 11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롯데 송승준에게 안타를 뽑았다. 개막 후 14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시즌 첫 안타. 지난 5일 개막전부터 엔트리에 들었지만, 그동안 안타가 없어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런데 중요한 상황에서 뽑아낸 시즌 첫 안타가 결승점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인태는 안타 출루 후 대주자 류지혁으로 교체됐고, 2사 1·2루에서 허경민의 안타 때 2루 주자 류지혁이 홈을 밟아 두산이 5-4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답답해하는 김인태의 심정을 곁에서 봐왔기에 페르난데스가 공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인태가 안타를 뽑아낼 당시의 공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30일까지 타율 1위(0.472)에 올라 있는 실력만큼이나 동료를 챙기는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인태는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 들어갈 때도 페르난데스가 본인의 일처럼 기분 좋아하더라"고 했다. 
     
    김재환-정수빈-박건우로 구성된 두산 외야진은 아주 탄탄하다. 김인태도 2013년 두산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입단할 만큼 기대를 받은 데다 잠재력을 지녔지만, 워낙 쟁쟁한 선배가 외야진에 포진한 터라 주로 대타 및 대수비로 출장하고 있다.    
     
    줄곧 1군에 있으면서도 안타가 나오지 않자 조급해졌다. 며칠 전엔 공수 교대 때 방망이를 잡고 있으니 오재일이 다가와 "너무 고민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그는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으나 잘 맞은 타구가 몇 차례 잡히는 등 잘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동료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김인태는 "주장 (오)재원이 형부터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정상호 선배까지 '편안하게 하라'고 따뜻한 얘기를 건네주셨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건우 형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2군에 내리지 않고 기회를 주셨다"며 "외야진에 좋은 형들이 많이 있지만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즌 첫 안타가 늦게 나왔지만, 더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