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박종훈표 야구일기'로 다진 김정빈의 비상, 필승조 버킷리스트 지웠다

    [IS 스토리] '박종훈표 야구일기'로 다진 김정빈의 비상, 필승조 버킷리스트 지웠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02 10:14 수정 2020.06.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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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김정빈이 구원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5.28/

    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김정빈이 구원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5.28/

     
    "제가 팀 불펜에서 (김)태훈이 형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요."  
     
    SK 투수 김정빈(26)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희망을 공개했다.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올해는 반드시 불펜의 핵심 투수로 자리잡고 싶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SK 마운드는 앞과 뒤 모두 강했다. 특히 7~9회를 책임지는 불펜의 서진용-김태훈-하재훈은 '서태훈 트리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리그 정상급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올해는 부동의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면서 이 트리오의 허리인 김태훈이 선발진으로 빠져 나갔다. 김정빈은 바로 그 공백을 자신이 메워보겠다는 각오를 품었다. 다만 그 앞에는 "당장은 어려울 지 몰라도"라는 단서가 붙었다.  
     
    3개월 여가 흐른 지금, 김정빈의 바람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진 모양새다. 그는 지금 SK 불펜에서 가장 기복 없이 활약하는 투수다. 1일까지 올 시즌 12경기에서 1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이 0.00. 볼넷 4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은 14개나 잡았다. SK가 시즌 첫 4연승 행진을 한 지난달 28~31일 기간에도 활약이 눈부셨다. 3경기에 나와 3⅔이닝을 던지고 홀드 두 개를 챙겼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SK의 반등에 가장 듬직한 '믿을 구석'이다.  
     
    올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그 누구보다 남달랐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는 동안 70㎏대 초반에 불과했던 몸무게를 90㎏ 이상으로 불렸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난 3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최상덕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김정빈의 모습.

    지난 3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최상덕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김정빈의 모습.

     
    스프링캠프에서는 룸메이트인 팀 선배 박종훈에게 매일같이 야구 일기를 쓰는 습관을 배웠다. 처음에는 박종훈의 일기 내용을 그대로 필사하면서 마음가짐을 배워 나갔고, 나중에는 스스로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기량과 훈련 상태를 매일같이 복기해 나갔다. 그 노력의 결실이 바로 지금 마운드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잘 되니 자신감도 붙었다. 그는 "입대 전엔 볼넷을 많이 줬고, 그러면서 또 기가 죽고 눈치를 보느라 야구가 더 잘 안됐다"며 "지금은 군복무를 마쳐서인지, 그냥 나이를 먹어서인지 눈치를 별로 안 보게 된다"고 웃어 보였다.  
     
    또 "최상덕 투수코치님께서 '안좋을 때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네가 찾아야 할 밸런스만 생각하면서 던져라'고 조언해주신 게 제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마음을 다르게 먹고 코치님께서 알려 주신 내게 맞는 투구폼과 기본기를 반복 훈련하니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2013년 입단한 뒤 가장 빛이 나는 시즌. 아쉬움이 있다면 팀 성적이 썩 좋지 않아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웃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가족들과 몰래 휴대폰으로 연락할 때만 좋은 티를 내고 있다"고 웃어 보이면서 "그냥 마운드에 나갈 때마다 잘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지면 그 임무에 맞게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거듭 마음을 다잡았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