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류현진·김광현 그 후…마침내 시작된 영건들의 '전국구 에이스' 대결

    [IS 포커스] 류현진·김광현 그 후…마침내 시작된 영건들의 '전국구 에이스' 대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03 17:35 수정 2020.06.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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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 후 한 달 째 관중 없는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KBO 리그. 그러나 전국의 각 구장 마운드 위는 그 어느 해보다 생생한 활기로 가득하다. 10개 구단의 미래를 짊어 진 젊은 투수들이 한꺼번에 꽃을 피우고 있는 덕이다.  
     
    한국 야구는 10년 가까이 '특급 토종 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1987년생 류현진(토론토)과 1988년생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2000년대 중반 1년 간격으로 데뷔하고, 2010년을 전후로 윤석민(전 KIA)과 양현종(KIA)이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지만, 이후 이들의 존재감이나 인기를 뛰어 넘을 만한 국내 에이스급 투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 영향이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원투펀치로 활약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윤석민이 국가대표 오른손 에이스로 명성을 떨친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과 일본이 최정예 대표팀을 파견하지 않는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 2013년과 2017년 WBC에서는 두 대회 연속 본선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올해는 다르다. 오랫동안 KBO 리그 마운드에 드리웠던 걱정의 그림자가 걷히고 있는 모양새다. NC 구창모(23)는 그 불씨를 당긴 선두 주자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다승(4승) 평균자책점(0.51) 탈삼진(38개) 모두 1위를 달리면서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2010년 한화 시절의 류현진 이후 가장 압도적인 페이스다. 지난해 10승에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해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잡더니, 올 시즌엔 완급 조절에 눈을 뜨면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무작정 강하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노련하게 강약을 조율하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수로 진화했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7회말 2사 오지환을 외야플라이로 처리, 이닝을 마친 원태인이 박수를 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2020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7회말 2사 오지환을 외야플라이로 처리, 이닝을 마친 원태인이 박수를 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삼성은 젊은 선발 듀오 원태인(20)과 최채흥(25)의 약진으로 외국인 투수들과 기존 선발진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입단한 2년차 원태인은 올 시즌 6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면서 일약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가장 최근 등판이던 3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고, 이전 두 차례 등판에서도 각각 7이닝 2실점(5월 21일 대구 LG전)과 8이닝 1실점 비자책(5월 27일 사직 롯데전)으로 호투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두 경기는 도합 15이닝을 소화하면서도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제구력을 자랑했다.  
     
    구창모와 나란히 2015년 프로에 입단한 KT 배제성(24)도 올해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10승, 평균자책점 3.76을 올려 팀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로 등극한 뒤 올해는 자신감까지 붙어 더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막바지의 좋은 페이스가 올 시즌 초반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위기가 찾아오면 급격히 흔들렸던 과거와 달리, 게임이 잘 안 풀리거나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날은 경기 도중 투구 전략을 바꿔가며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넘기는 노련미까지 생겼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올해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진짜 신인'들도 벌써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원태인과 두 차례 선발 맞대결을 펼쳐 더 유명해진 LG 강속구 투수 이민호(19)와 청소년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KT 괴물 신인 소형준(19)이 대표적이다. 데뷔 직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돼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둘 다 류중일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하위로 처진 한화는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뗀 선발 김민우(25)와 2년 차 젊은 선발 김이환(20)의 성장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KIA 이민우(27)와 SK 이건욱(25)처럼 과거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입단했다 부상 등에 발목을 잡혔던 20대 중후반 투수들도 마침내 날개를 달고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이미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두산 이영하(23), 키움 최원태(23) 등이 팀 내에서 여전히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팬들, 전국의 야구 관계자들은 이들이 릴레이로 전하는 호투 소식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팀이 오랫동안 믿을 만한 국내 선발 투수 한두 명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고, 결국 외국인 투수 의존도만 갈수록 높아져 가던 상황이라 더 그렇다. 올해는 마침내 팀의 '십년지대계'를 책임질 영 건들이 일제히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들이 선의의 경쟁 속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전해나간다면, 특급 선발 투수 르네상스를 이뤘던 1990년대의 재현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전국구 스타플레이어, 그 가운데서도 전국구 에이스는 KBO 리그의 인기와 격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값진 존재다. 출범 40년을 향해 가는 KBO 리그가 마침내 류현진과 김광현·양현종의 계보를 이을 새 주인공들을 맞이할 조짐이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