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90승' 유희관, KBO 리그 '다양성' 확보의 상징

    '통산 90승' 유희관, KBO 리그 '다양성' 확보의 상징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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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유희관이 2회초 수비를 마치고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유희관이 2회초 수비를 마치고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상징인 느린 공을 소재로 삼는 농담은 '달변가' 유희관(33·두산)이 좌중에 웃음을 주는 레퍼토리 중 한 가지다. 
     
    2020시즌 개막 직전에는 "구속이 132㎞(시속)까지 나온 것을 보고 '오버 페이스하면 안 된다'는 기사 댓글이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2019시즌 기준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29.1㎞(시속). 무려 3㎞나 더 나왔다고 놀라는 팬들의 반응을 직접 전한 것.
     
    평소에도 "변화를 준다고 내 공이 더 빨라 지는 게 아니다"며 너스레를 보인다. 실제로 투구보다 견제구나 송구가 더 빠르게 보일 때가 있는 투수다. KBO 리그 중계를 맡고 있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캐스터와 해설자도 그의 투구에 감탄한다. 79㎞(시속) 슬로우 커브라도 구사하면 데시벨이 달라진다. 
     
    특유의 자학 농담 속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제 누구도 유희관의 느린 공을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다. 희화화도 사라졌다. 기록이 증명한다. 최근 일곱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이어온 투수다. 지난 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통산 90승도 거뒀다. 역대 37번째 기록이다. 역대 일곱 번째 좌완투수 100승 달성이 유력하다.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두산 선발 유희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두산 선발 유희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스트라이크존, 공인구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있을 때마다 유희관의 성과는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대회 경쟁력은 검증받을 기회도 얻지 못했다. 전통적인 선발 기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 투수가 같은 조건 속에서 리그를 치른다. 지난 일곱 시즌(2013~2019년) 기준으로도 리그 다승 2위다. 1위는 KIA 양현종. 소속팀 두산이 강팀이기 때문에 쌓은 승수라며 폄하될 수도 없다. 최근 10년 동안 일곱 시즌 연속 선발진 자리를 지킨 투수는 유희관과 더스틴 니퍼트뿐이다. 기량 유지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2018시즌에는 10승(10패)은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6.70까지 올라갔다. 세 시즌 연속 높아졌다. 위기론이 있었다. 유희관은 2019시즌에 이전처럼 재기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지 않았다. 투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11승 8패·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며 명예회복을 해냈다. '이제는 안 통한다'는 시선을 불식시켰다. 
     
    유희관은 통산 89승을 거둔 5월 27일 SK전이 끝난 뒤 "ESPN 중계를 의식하지는 않지만,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잘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90승을 거둔 2일 KT전 뒤에는 "내 공에 대해서 여러 얘기가 있지만, 항상 '내 공은 최고다'라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선다. 자신감이 없으면 타자에게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치 있는 입담 속에 종종 드러나는 진심과 소신. 더 묵직하게 전달되고 있다.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두산이 11-8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김태형감독과 승리투수가 된 유희관이 하이파이브 하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두산이 11-8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김태형감독과 승리투수가 된 유희관이 하이파이브 하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물론 그의 무기는 정확한 제구력이 전부가 아니다. 한 야구인은 "통산 109승을 거둔 베이서 대표 투수 장호연 선배는 평소 '투수는 어깨가 아니라 머리로 투구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현역 투수 가운데는 유희관이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슬로우 커브도 승부 방식의 일환. 심리, 수 싸움도 능하다. 
     
    유희관은 2013년 5월 4일 잠실 LG전에서 당시 에이스던 니퍼트의 대체 선발로 나서서 프로 무대 첫 승을 거뒀다. 89승을 더 쌓는 동안 편견과 싸웠고, 실력과 결과로 가치를 증명했다. 공이 느려도 제구력이 정확하고 수 싸움에 능하면 100승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행보 덕분에 한국 야구도 기존의 틀과 편견이 깨져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고, 더 다양한 개성과 경쟁력에 시선을 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