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비하인드] 상식 밖으로 추락한 한화, 코치진 교체 논란과 한용덕 감독 사퇴의 부메랑

    [IS 비하인드] 상식 밖으로 추락한 한화, 코치진 교체 논란과 한용덕 감독 사퇴의 부메랑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07 20:39 수정 2020.06.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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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가 상식 밖의 모양새로 추락하고 있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의 리더십에도 결국 끝이 찾아왔다.  
     
    6일까지 13연패에 빠진 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야구장에 출근한 코치들을 감독이 귀가시키고, 투수코치와 타격코치 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팀 성적이 바닥을 찍은 상황에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한 감독과 레임덕에 빠진 구단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가 가장 좋지 않은 방식으로 표면화됐다.  
     
    한화는 지난 6일 대전 NC전에 앞서 코치 네 명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장종훈 수석코치와 김성래 타격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정현석 타격 보조코치가 모두 빠졌다. 부진한 팀들이 1군과 2군 코치들을 대거 맞바꿔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장면은 그리 낯설지 않다. 논란이 된 것은 그 과정과 그 후의 결과다.  
     
    1군 엔트리 등록과 말소 소식은 통상적으로 전날 경기 종료 후 당사자에게 알린다. 그러나 엔트리에서 제외된 코치 네 명과 불펜 코치로 1군에 동행하던 박정진 코치는 모두 평소처럼 야구장에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심지어 이 코치들은 1군 대신 가야 할 행선지가 2군인지 혹은 육성군인지도 듣지 못한 채 자택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들을 대체할 코치가 2군 혹은 육성군에서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서다.  
     
    결국 휑한 더그아웃에는 한 감독 외에 전형도 작전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고동진 주루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만 남았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투수를 교체할 때는 늘 올라가던 정민태 투수코치 대신 한용덕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더 황당한 촌극은 불펜 코치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투수 교체 타이밍과 교체 투입 선수는 한 감독이 결정한다 해도, 더그아웃과 멀리 떨어져 있는 불펜에서 전화로 벤치의 지시를 받고 선수들을 준비시킬 코치 한 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은 코치 없이 베테랑 투수 정우람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팀의 마무리 투수가 더그아웃의 지시를 받고 불펜 투수들을 관리하다 자신의 차례가 오자 직접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가뜩이나 등판 간격이 불규칙해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데, 뜻밖의 '플레잉 코치' 역할까지 하게 된 정우람은 이날 2-8로 크게 뒤진 9회 1사 1루서 마운드에 올랐다가 2루타-3루타-몸에 맞는 볼-중전 적시타를 연이어 맞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간신히 잡은 뒤 교체됐다. 이어 다음 투수 윤대경이 지석훈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정우람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었다.  
     
    정우람은 한화 불펜의 기둥과도 같은 투수다. 그가 이런 경기에서 이런 방식으로 난타 당하는 장면이 팀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는 자명한 일이다. 한화는 2-14로 대패해 연패 수를 '13'으로 늘렸다. KBO 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었다.  
     
    일단 일련의 과정에는 구단이 아닌 한 감독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코치들이 야구장에 출근한 상황에서 한 감독이 갑작스럽게 주요 보직 코치들에게 '모두 귀가하라'는 통보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위에서 감독에게 '조금 더 기다렸다가 경기를 끝낸 뒤 코칭스태프 교체를 진행하자'고 만류했지만 한 감독의 뜻이 워낙 완강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구단과의 소통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한 감독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발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한 감독은 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코칭스태프 교체는 엔트리 제외 통보 당일(6일)이 아닌 전날(5일) 경기 후 이미 결정했던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나 5일 경기 후가 아닌 6일 경기 전 갑작스럽게 이 사실을 통보한 까닭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전날 상황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무거운 표정으로 거듭 "그 부분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한화는 10년 넘게 약팀이었다. 감독 한 사람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기엔 근본부터 개선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한용덕 감독에게 주어졌던 3년의 계약기간 역시 한화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강팀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한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8년 그런 한화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그 빛이 밝았던만큼 이후의 그림자가 더 짙었다. 구단도, 감독도, 팬들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한화를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됐다. 모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1승, 1승에 기뻐하던 인내심은 사라진 지 오래. "왜 더 잘하지 못하느냐"며 누군가에게 날선 책임을 묻는, 뾰족한 창만 남았다.  
     
    위태로운 리더십, 갈등이 얽히고설켜 혼란스러운 구단, 이기는 법은 둘째치고 투지마저 잊은 선수단. 잘 풀리지 않는 팀의 전형이자 한화의 현실이다. 한화는 이렇게 '야구를 못하는 것'보다 더 기본적인 문제가 한화 구단과 선수단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말았다. 한화는 7일 경기에서도 2-8로 패해 역대 단일 시즌 최다인 14연패를 경신했고, 경기 후 한용덕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한 감독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팀과 가장 참담한 방식으로 작별했다. 
     
    대전=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