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지휘, 튀는 카리스마…초보 감독 맞아?

    관중석 지휘, 튀는 카리스마…초보 감독 맞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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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시즌부터 스타일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전남 전경준, 성남 김남일, 이랜드FC 정정용 감독(왼쪽부터). [뉴시스, 사진 프로축구연맹]

    데뷔 시즌부터 스타일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전남 전경준, 성남 김남일, 이랜드FC 정정용 감독(왼쪽부터). [뉴시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는 다양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스타 사령탑의 경연장이다. 초보 사령탑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그렇다는 거지,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첫 시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과 성적을 모두 잡은 초보 감독이 있다.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47), 성남FC 김남일(43), 서울 이랜드FC 정정용(51) 감독이다.
     
    전경준 감독은 이색적인 지휘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개막 이후 6경기에서 단 한 번도 벤치에 앉지 않았다. 대신 관중석을 지킨다. 작전 지시는 무선 마이크로 한다. 낯선 풍경이다. 관중석은 보통 징계를 받아 벤치에 앉지 못하는 사령탑이 가는 곳이다. 전 감독의 경우는 자발적 선택이다.
     
    ‘관중석 지휘’를 고집하는 건 벤치에서보다 상대 전술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다. 전 감독은 “개막전 때 전력 분석 차원에서 전반전에만 (벤치보다) 높은 관중석에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밑에선 볼 수 없던 게 위에선 보였다. 우리 팀의 안 되는 부분과 상대 팀의 전술 변화를 즉각 체크하고 대응을 결정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당시 1위 독일을 무너뜨릴 때 핵심 역할을 한, 전술가다운 발상이다. 전술이 시시각각 변하는 전남은 K리그2 유일의 무패(2승4무) 팀이다. 6경기 2실점으로 12개 팀 중 최소다. 전 감독은 “전 구단과 한 차례씩 경기해 전력을 파악할 때까지 관중석에서 지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남일 감독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경기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온몸을 휘감는다. 정장, 셔츠, 구두, 심지어 양말까지 모두 검은색이다. 마스크도 검은색을 쓴다. 현역 시절 ‘진공청소기’로 불릴 만큼 터프했던 이미지까지 더해져 벤치에만 있어도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카리스마와 검은색 패션으로 유명한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을 닮아 ‘남메오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팬들은 “카메라에 잡힌 김남일 감독을 보면 누아르 영화 보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선수에게는 한없이 부드럽다. 그야말로 반전 매력이다. 그는 “팀 유니폼 색이 검은색이라서 맞춰 입었다. 모든 팀과 한 차례씩 맞붙는 동안 블랙으로 입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감독은 노장 김영광(37), 양동현(34)부터 신인 홍시후(19)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빠다볼’을 구사한다. 취임 당시 “빠따(몽둥이)가 아니라 버터 감독으로 달콤한 축구를 하겠다”고 얘기한 데서 나온 말이다. 김영광은 “감독님 카리스마에 상대 선수는 주눅 들고, 우리는 힘을 얻는다”고 자랑했다. 외강내유 리더십은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당초 K리그1 강등권으로 꼽혔지만, 2승2무3패로 중위권이다.
     
    정정용 감독은 최근 “구단 홍보·마케팅 분야도 사령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13일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구단 주요 스폰서 이름이 새겨진 분홍색 반소매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정장 차림만 하던 정 감독이 파격적으로 입은 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구단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시즌 일정이 축소되고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면서, 이랜드FC는 프런트 직원 17명 근무복에 주요 스폰서 이름을 새겨넣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였다. 소식을 들은 정 감독이 동참을 자청했다. 김은영 사무국장은 “감독님까지 굳이 스폰서가 마킹된 옷을 입지 않으셔도 되는데, 먼저 나서 주셨다. 중계 화면에 많이 노출돼 스폰서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정정용 감독은 “단순한 ‘감독’이 아니라 구단 경영에도 힘을 보태야 하는 ‘매니저’다.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감각만큼이나 남다른 지도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랜드FC는 우승 후보 대전을 꺾는 등 최근 2연승을 달렸다. 2년 연속 K리그2 최하위였던 팀이지만 1부 승격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