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12년 만에, 유소연 한국여자오픈 우승

    준우승 12년 만에, 유소연 한국여자오픈 우승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2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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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5년 만에 국내 대회 정상을 탈환한 유소연이 레드 재킷을 입고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유소연은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뉴스1]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5년 만에 국내 대회 정상을 탈환한 유소연이 레드 재킷을 입고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유소연은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뉴스1]

    20일 밤, 유소연(30)은  고민했다. 다음 날 아침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는데, 많이 떨렸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평안할까 생각했다. ‘만약 좋은 목표를 갖는다면, 흔들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고 유소연은 생각했다. 그래서 만약 우승한다면 상금 전액(2억50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결심했다.
     
    유소연이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끝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 최종라운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김효주(25)를 한 타 차로 제쳤다.
     
    유소연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각국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을 많이 차지했다. 2009년 중국 여자오픈,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018년 일본 여자오픈 우승컵에 입 맞췄다. 그러나 정작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은 없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이던 2008년 우승 기회를 맞았으나, 악천후 속 연장전에서 신지애에게 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유소연은 5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갖게 됐다. 유소연은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석권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상을 뒤흔들어 놨지만, 좋은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세계 랭킹 상위권의 해외파 한국 선수들이 빠진 상태로 경기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한국여자오픈은 튼실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가 열리지 않아, 해외파 대부분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3위 박성현 등 몇몇을 빼고, 1위 고진영을 비롯해 김세영, 김효주 등이 참가했다. 유소연은 “일본여자오픈 우승 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어 가능하면 나오고 싶지만, US오픈과 한 주차라서 그간 고민했다”고 말했다.
     
     
    유소연. [뉴스1]

    유소연. [뉴스1]

    유소연은 오지현에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오지현은 2번 홀에서 1m가 안 돼 보이는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더니, 전반에만 보기 3개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유소연이 독주할 듯했는데, 한국여자오픈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소연은 2타 차 선두였던 9번 홀에서 1m 정도의 짧은 퍼트를 놓쳤다. 최근 롯데 칸타타 오픈에서 챔피언이 되는 등 물이 오른 같은 조 김효주가 한 타 차로 쫓아왔다.
     
    두 선수의 박빙 승부는 끝까지 이어졌다. 389m의 긴 18번 홀에서 두 선수의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졌다. 김효주는 그린 입구, 유소연은 그린 왼쪽 벙커였다. 쇼트 게임이 좋은 김효주가 공을 핀 2m 옆에 붙어 압박했다.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는데, 유소연은 핀 60㎝ 옆에 붙여 우승을 확정했다.
     
    유소연은 “경기감이 떨어져 기대가 적었는데, 그게 1, 2라운드 경기를 잘한 비결 같다. 다른 나라 내셔널 타이틀은 네 번 우승했는데, 우리나라 우승컵이 없어 아쉬웠다. 신지애 언니에게 연장전에서 패한 2008년 한국오픈은 국내 투어 중 가장 아쉬운 대회였는데, 이제는 ‘지애 언니랑 재미있는 연장전을 했었지’라고 좋은 기억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 이후 2년 만에 우승했다. 국내 대회 우승은 2015년 8월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KLPGA 투어 통산 10승이다. 유소연은 “후반 쫓기면서도 페이드나 드로 등 (어려운) 기술 샷을 쳤다. 오늘 버디가 하나밖에 없어 버디가 절실했고, 우승할 운명이라면 어떻게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 플레이를 버리고 다른 경기를 한다면 오히려 불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