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SK 불펜을 어찌 합니까…하재훈 없는 뒷문, '대체자'도 없다

    [IS 포커스] SK 불펜을 어찌 합니까…하재훈 없는 뒷문, '대체자'도 없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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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불펜이 붕괴 일보 직전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지난 20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소방수 하재훈(30)의 보직을 잠시 변경하고 당분간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순리대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재훈을 편한 상황에 등판시켜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할 생각이다"라며 "당분간 데이터에 따라 가장 좋은 투수들이 마무리를 맡을 예정이다. 정영일, 서진용, 김정빈, 박민호, 박희수 등이 후보다"라고 했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하재훈과 셋업맨 서진용의 부진이 화두에 오르자 "이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몇 년째 잘한 선수들이 아니라 작년에 처음 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며 "앞으로 3년간 이 선수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SK의 중간 투수 기둥이 만들어진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필승조에서 제외하는 일은 없다"고 힘을 실었다. 스스로 그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감독의 마음은 또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염 감독이 이같은 말을 한 바로 그날 KT전에서 하재훈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했다. 이틀 뒤인 19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다시 1점 리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⅓이닝 동안 안타 두 개와 볼넷 두 개를 내주고 2실점해 끝내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4경기째 이어진 블론세이브에 염 감독도 두 손을 들었다.  
     
    하재훈은 투수 전향 첫 해였던 지난해 61경기에서 59이닝을 소화하면서 36세이브를 올렸다.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등판해야 하는 소방수 보직이라 같은 이닝을 소화한 다른 불펜 투수들보다 피로도가 높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즌 막바지엔 체력적 문제로 시즌 초반부다 구위가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까지 연이어 치르면서 충분히 휴식하지도 못했다. 여러 모로 첫 해와 같은 퍼포먼스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하재훈의 성적은 22일까지 15경기에서 13이닝을 던져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 블론 세이브는 무려 6개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SK가 지난해만큼 많이 이기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세이브 기회를 탓하기엔 스스로의 등판 성적 자체가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하재훈의 특장점인 강속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은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2㎞까지 나왔지만, 올해는 단 한 번도 시속 150㎞를 넘기지 못한 채 시속 140㎞대 중반에 형성되고 있다. 하재훈에게는 확실히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하재훈 외에 다른 불펜 투수들도 썩 좋은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집단 마무리 선언' 첫 날인 20일 고척 경기가 그랬다. 필승조 서진용이 팽팽한 3-3 동점 상황에서 5회 2사 후부터 마운드에 올랐지만 1⅓이닝 동안 1점을 주고 패전 투수가 됐다. 뒤 이어 나온 정영일(1이닝 2실점)과 이원준(1이닝 3실점)도 대등하게 버티기는커녕 모두 점수를 줘 3-9 패배의 빌미를 줬다. 접전 승부에서 확신을 갖고 내보낼 만한 불펜 투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20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져 아직 실점이 없는 '미스터 제로' 김정빈만이 유일한 믿을 구석이다. 다만 그런 김정빈에게 고정적으로 마무리 투수를 맡기기엔 활용폭이 좁아질 위험이 있고, 풀타임 1군 경험이 없는 김정빈의 체력적·심리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SK 불펜이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