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위해 시즌 2승 도전하는 두산 박종기

    아버지 위해 시즌 2승 도전하는 두산 박종기

    [중앙일보] 입력 2020.06.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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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오른손투수 박종기. 김민규 기자

    두산 오른손투수 박종기. 김민규 기자

    8년의 기다림은 이제 결실로 바뀌어 간다. 신고선수 출신 두산 베어스 투수 박종기(25)가 시즌 2승 도전에 나선다.
     
    박종기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4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 3실점) 이후 두 번째. 박종기는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 입문 8년 만에 거둔 기쁨이었다.
     
    박종기는 청주고 출신으로 2013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177㎝로 키도 크지 않았고, 빠른 공도 최고 시속 140㎞ 정도였지만 두산은 그의 가능성을 엿봤다. 결국 2년 만인 2015년 정식 선수로 전환돼 1군에서 세 차례 등판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먼저 하기로 했다.
     
    2년이란 시간은 만만치 않았다.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에 일하고, 야간 운동을 했다. 박종기는 "운동 도와주는 친구가 있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루틴도 만들었다"고 했다. 이따금 사회인 야구 팀에 나가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전역 이후에도 박종기는 퓨처스리그에서 조금씩 성장했다. 하지만 1군에는 올라오지 못했다. 박종기는 "솔직히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다가도 운동에 집중했다. 우리 팀 분위기가 그렇다. 다 같이 열심히 하니까 나도 열심히 했다. 특히 두산 2군 관계자 분들은 쉬는 날에도 나와서 신경써주신다. 시스템도 정말 좋다"고 했다.
    지난 20일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승리 기념구를 내보인 두산 투수 박종기. 김효경 기자

    지난 20일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승리 기념구를 내보인 두산 투수 박종기. 김효경 기자

     
    지난해엔 두 번 1군 콜업됐으나 등판 기회는 얻지 못했다. 박종기는 "기분이 좋긴 했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고 했다. 다시 1군에 오겠다는 다짐을 한 그는 지난해 10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호투했다. 일본 팀들을 상대로 선발로 나가 2승을 거뒀다. 공익에이전트 제도를 통해 계약한 현재의 에이전트도 그 때 처음 만났다. 박희진 브리온컴퍼니 팀장은 "포수 박유연이 '2군에선 종기 형 공이 제일 좋다'고 말해서 눈여겨봤다"고 했다.
     
    덕분에 1군 전지훈련도 처음으로 합류했다. 박종기는 "(함)덕주, 장승현 등 동기들과 집중 훈련할 수 있어 좋았다. 비시즌에도 같이 운동을 했고, 호주에도 일주일 먼저 넘어가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종기는 호주에서도 괜찮은 투구를 해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개막 후 타구를 무릎에 맞는 바람에 2군 등판은 늦어졌지만, 어렵게 온 1군에서의 기회를 잘 살렸다.
     
    박종기가 고마워하는 사람은 박철우 2군 감독과 권명철 투수코치다. 박 감독은 1군 선발진이 구멍나자 박종기를 추천했다. 권 코치는 박종기가 한 단계 성장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됐다. 박종기는 "지난해 중반부터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 전까지 나는 강하게 100% 힘으로 던져서 제구를 잡으려고 했다. 권 코치님은 선발투수는 힘을 빼고 포인트만 보면서 팔만 빠르게 던지라고 알려주셨다. 신기하게 제구도 좋아지고, 스피드도 돌라갔다"고 했다.
     
    박종기는 LG전에서 호투한 또다른 비결을 알려줬다. '1등'과 '퀄리티'다. 박종기는 "2군 멘털코치님이 루틴을 만들어서 경기 중에 써보라고 하셨다. LG 더그아웃 쪽에 광고판이 있는데 1등과 퀄리티란 단어가 눈에 띄더라. 호흡이 빨라지면 그 단어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웃었다.
     
    박종기가 더욱 기뻤던 건 아버지 생신(6월 27일)을 앞두고 거두고 따낸 승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들이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라도 좋은 성적을 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생신 전날인 26일 리그 1위 NC를 상대로 선발등판한다.
     
    박종기는 "승리한 다음 월요일에 청주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충청권에 코로나19 환자들이 늘어나 아버지가 오지말라고 하셨다"며 "NC는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던진 뒤 웃는 얼굴로 부모님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