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7년 무명 터널 지난 이성곤 ”나 스스로 답답했다”

    [IS 인터뷰] 7년 무명 터널 지난 이성곤 ”나 스스로 답답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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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1군 콜업 뒤 한 주간 맹타를 휘두른 이성곤. 삼성 제공

    지난달 24일 1군 콜업 뒤 한 주간 맹타를 휘두른 이성곤. 삼성 제공

     
    '만년 유망주' 삼성 왼손 타자 이성곤(28)이 알에서 깨어났다.
     
    이성곤은 지난주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5경기에 출전해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주간 타율은 0.643(14타수 9안타). 다른 선수들보다 1경기 덜 소화하고도 주간 최다안타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1군 데뷔 후 가장 인상적인 한 주를 보냈다.
     
    임팩트가 컸다. 6월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댄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튿날에는 아드리안 샘슨의 직구를 받아쳐 또 한 번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렸다. 이 경기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3안타를 몰아쳤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이성곤을 6월 마지막 주 주간 MVP로 선정했다.
     
    무명의 긴 터널을 지났다. 연세대 졸업 후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두산 지명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타자 유망주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두산의 두꺼운 선수층을 뚫어내지 못했다. 결국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삼성의 선택을 받아 팀을 옮겼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1군에서 뛰는 횟수가 제한적이었다. 프로 입단 후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전환했지만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주전 외야수가 부진하거나 아프면 '임시'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다. 5월 18일 1군에 등록돼 18일 동안 머물렀지만 별다른 활약은 없었다. 그런데 6월 5일 첫 번째 1군 엔트리 말소 후 2군에서 절치부심했고 24일 재등록된 뒤 180도 다른 타자가 됐다. 현역 시절 해태에서 활약한 이순철 현 해설위원의 아들이라는 '부자 스토리'가 맞물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내일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8일 롯데전 1회 초 2사 3루에서 삼성 이성곤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8일 롯데전 1회 초 2사 3루에서 삼성 이성곤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수상 소감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멍했다. 내가 이런 걸 받는 날이 오는구나 싶더라. 야구를 잘하는 스타들이나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주간 MVP가 다른 선수들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걸 받는 데 7년이 걸렸다. 얘기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타격 성적이 부쩍 향상됐는데.
    "큰 기술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아무래도 경기 출전 수가 이전에 비해 많아진 게 크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니까 타석에서 편하게 임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수훈 선수 인터뷰 때 하체 사용에 관해 얘기를 했었는데.
    "하체를 중심으로 훈련을 많이 했다. 타이밍 문제도 고치려고 했는데 이전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다. 2군에 다시 내려간 뒤 생각을 많이 했다. 여유 있게 하면 잘되지 않을까 싶더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했던 게 기술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
     
    -하체를 잘 쓰는 효과는 어떤 게 있나.
    "타격할 때 하체를 사용한다는 건 힘을 더 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상체가 앞으로 기울지 않으니까 배트를 앞에서 낼 수 있다. 타격 포인트가 앞쪽에서 형성되면 배트에 공이 맞는 면이 넓어져 콘택트 능력이 향상된다."
     
    -2군에서 답답함도 많았을 텐데.
    "기회는 선수가 만들어가는 거지만 적은 기회 속에서 많은 걸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거밖에 못 하지'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 답답했던 건 있었다. 점점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더 편안해지는 거 같다. 이전엔 그렇게 하지 못해서 힘들었다. 자책도 많이 했는데 그랬던 과거가 지금의 결과를 낸 것 같아서 좋다." 
     
    -익숙하지 않은 1루수로 출전 중인데.
    "경찰야구단에 있을 때 외야수와 1루수를 병행했다. 삼성에 와서는 외야만 했는데 감독님 새로 부임하신 뒤 '1루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하셨다. 뛸 수 있는 포지션이 많아지는 건 나 같은 선수에게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도전하게 됐다."
     
    -올 시즌 터닝 포인트가 됐던 안타나 장면이 있을까.
    "첫 홈런을 기록하기 전날 한화전(6월 25일)이다. 대수비로 들어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사이드암 신정락을 상대해) 안타를 쳤는데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더라. 그 생각을 밀고 나가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존재감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있다.
    "부담이라면 부담인데 민망하다. 이 정도 성적에 경기도 몇 경기 하지 않았다. 보여준 성적에 비해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거 같아서 기분은 좋지만 민망하다. 앞으로 잘 해 나가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내일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지난달 27일 롯데전 2회초 이성곤이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삼성 제공

    지난달 27일 롯데전 2회초 이성곤이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삼성 제공



    -2군에서 7년을 버틴 원동력이 있다면.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야구란 종목 자체가 너무 좋다. 야구 선수가 아닌 나를 생각하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어도 버텼고 때론 또 재밌기도 했다. 2군 생활이 너무 힘들고 답답해도 야구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버틸 수 있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놀라운 페이스 아닌가.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는 '쳤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3안타를 때린 뒤 숙소에 가서 '내가 이걸 했다고?'라는 놀라움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던 거 같다."
     
    -초구 공략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일단 상대했던 투수들이 대부분 외국인 선수였다. 각 팀의 1, 2선발 아닌가. 투수들의 공이 좋으니까 빠른 볼카운트에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볼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해지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볼카운트가 여유 있을 때 빨리 승부를 걸어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게 잘 맞아 떨어졌다." 
     
    -잔여 시즌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를 내세우기엔 아직 초라한 거 같다. 당장 저번 주 성적이 좋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야구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다른 목표는 없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