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S] ”배우 자녀 픽업도…” 이순재 매니저 논란으로 본 '매니저 인권'

    [이슈IS] ”배우 자녀 픽업도…” 이순재 매니저 논란으로 본 '매니저 인권'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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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일과 수입을 관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원로배우 이순재 매니저의 일명 '갑질' '머슴살이' 논란이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다. 이번 논란으로 매니저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게 만들었다.  
     
    지난 6월 29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이순재의 매니저로 두 달간 일해온 김 모 씨가 갑질을 당하며 머슴살이를 했다고 고발했다. 이후 이순재와 소속사 측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순재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 사과하겠다"고 했고,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 측은 "매니저 계약과 관련한 문제는 배우와 무관하다. 머슴살이나 갑질 표현은 과장됐다"고 선을 그으며 "실망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 좀 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점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채용사이트를 통해 구한 40대 로드 매니저다. 10년 전 잠깐의 매니저 경험을 제외하면 매니저 경력이 없었지만 의지를 보고 채용했다는 소속사 측의 설명. 1인 기획사이고 프리랜서라고 생각해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급여는 업계 평균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김씨가 일한 기간인 두 달 동안 주말 포함 5일을 쉬었고 평균 55시간 이상의 근무를 했다는 점이다.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이 없었다는 점, 공적인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집안 업무가 추가된 것이 발단이 됐다. 김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관련 주장을 제소한 상황이다.  
     
    연예 부문의 매니저는 크게 로드 매니저·스케줄 매니저·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실장급과 본부장급·이사급·대표급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로드 매니저에게 일어난 일이다. 연예인 갑질이나 회사의 갑질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최약층'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 A씨는 매니저 처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주변에서 배우 자녀의 픽업을 하는 매니저를 봤다. 물론 그 매니저는 회사에서 고용해 전문적으로 픽업만 하는 매니저였지만 그렇지 않은 매니저가 픽업을 하는 경우도 봤다. 또 배우를 깨우고 아침을 차려주거나 가족 행사, 집안일 때문에 매니저를 부를 때도 있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잘 구분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연예인과 매니저가 보다 밀접해 사생활과 스케줄의 경계가 모호하다. 결국엔 배우들의 인식 개선 자체가 중요한데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여전히 있다. 톱스타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년 가까이 현업에 종사한 매니저 B씨는 "과거에 비해 매니저들의 인권은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게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매니저 C씨는 "예전엔 배우들의 개인 스케줄이나 늦은 술자리 대기 같은 상황이 많았다. 비서에 가까웠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배우들의 인식 자체가 개선되어야 하고, 관리 체계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니저의 관리 체계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니저 처우 개선을 외치지만 현 매니지먼트 업계의 분위기를 읽고 이를 역이용하는 매니저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스태프들 이외에 배우나 매니저 사이에서 주 52시간 근무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매니지먼트 업계 고위 관계자 D씨는 "이순재 선생님의 매니저 논란을 두고 노무사들이 주 52시간이 지켜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걸 봤다. 추가 수당을 주지 않거나 대체 휴무를 주지 못한 건 문제다. 하지만 엔터 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을 지켜 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진짜 상위 1% 회사들 이외에 매니저 교대 근무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배우의 개런티는 한계가 있다. 그 가운데 세금을 내고 배우와 회사가 일정 비율로 나눈 후 투자 비용을 뺀 나머지 순이익에서 매니저들의 월급이 나가는 방식. 촬영할 때 메이크업 및 대기 시간을 포함하면 근무 기준 시간을 초과하기 마련이다. D씨는 "스태프들은 촬영 A, B 팀이 있지만 배우들은 없다. 둘 다 뛰어야 한다. 매니저도 배우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주 52시간은 현실적으로 엄두도 못 낸다. 출연료는 정해져 있는데 교대 근무를 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엔터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것이다. 애초 근로계약을 할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회사와 매니저가 상세하게 논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조정윤리위원회 측은 "지난 2009년부터 매니저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신문고 제도가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고발하거나 안건 제출을 해달라"고 권고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