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무릎을 굽히는 순간 뛴다, 언더핸드 박종훈의 숙명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무릎을 굽히는 순간 뛴다, 언더핸드 박종훈의 숙명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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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박종훈은 리그에 흔하지 않은 정통 언더핸드 유형이다. 지표면에 가까운 쪽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된다. 생소함이 강점이지만 투구 동작 때문에 도루 허용이 많다. 오버핸드 유형보다 투구 동작이 길어 주자 입장에선 도루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온다. IS 포토

    SK 박종훈은 리그에 흔하지 않은 정통 언더핸드 유형이다. 지표면에 가까운 쪽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된다. 생소함이 강점이지만 투구 동작 때문에 도루 허용이 많다. 오버핸드 유형보다 투구 동작이 길어 주자 입장에선 도루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온다. IS 포토

     
    91.3%. SK 언더핸드 박종훈(29)의 시즌 도루 허용률이다.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허용한 도루가 벌써 21개다. 23번의 시도 중 2번만 잡아냈다. 도루 허용 부문 2위 김민우(한화·11개)를 멀찌감치 앞선 압도적인 1위. KBO 기록에 이름을 올릴 페이스다.
     
    역대 단일시즌 도루 허용률이 가장 높았던 선수(도루시도 20회 이상 기준)는 2013년 KIA 김진우로 96.4%(28/27)이다. 2위는 1995년 LG 김태원의 96.3%. 그 뒤를 2008년 KIA 데이비스(95.7%)와 2009년 한화 유원상(95.2%) 2008년 한화 송진우(92.3%)가 잇는다. 김진우의 기록은 '넘사벽'에 가깝지만 당장 송진우의 기록이 가시권이다. 추가로 3개 더 허용하면 역대 공동 5위 타이다.
     
    더 눈길을 끄는 기록은 단일시즌 도루 허용이다. 박종훈은 경기당 2.1개의 도루를 내주고 있다. 시즌 28~30경기를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40개 이상이 가능하다.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40도루 허용은 1982년 해태 김용남(42개)과 롯데 노상수(40개) 그리고 1985년 청보 장명부(40개)만 넘어섰다. 흔하지 않은데 공교롭게도 모두 프로야구 초창기에 나왔다.
     
    도루 허용은 포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언더핸드인 박종훈은 '숙명'에 가깝다. 평균 릴리스 포인트가 28㎝ 안팎에 형성된다. 마운드 높이(30.48cm)를 고려하면 사실상 지면에서 공이 발사되는 수준이다. 생소할 수 있는 투구 동작은 통산 52승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투구 시 무릎을 굽히고 오른팔을 내려야 하는 언더핸드여서 오버핸드 투수보다 투구 동작이 길다.
     
     
    2루 도루는 약 3.5초 정도에서 승부가 난다. 0.1초에 희비가 엇갈리는데 박종훈은 투구폼 자체가 빠르지 않고 팔의 궤적도 커 도루 타이밍이 쉽게 나온다. 무릎을 굽혀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주자들이 뛴다. 지난 시즌에도 28개(28경기)의 도루를 허용해 이 부문 1위였다. 2011년 데뷔 후 내준 도루가 총 121개(아웃 45회)로 같은 기간 리그 1위. 2위 니퍼트(전 KT·103개)를 크게 앞선다.
     
    박종훈은 생각이 많다. 도루 허용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누구보다 연구한다. 퀵 모션을 빨리 가져가기도 했고 투구 템포를 달리하면서 주자의 도루 흐름을 끊어내기도 했다. 세트 포지션 상황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공도 던져봤다. 2018년 일시적으로 효과(30경기·19개 허용)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보완점이 꽤 많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문제점이 노출됐다.
     
    멀티 도루 허용이 잦다. 시즌 첫 등판이던 5월 7일 인천 한화전에선 4개, 5월 20일 고척 키움전에선 5개를 내줬다. 6월 15일 인천 KT전에서도 5개를 헌납했다. 이성열(한화) 김현수(LG) 이지영(키움) 등 평소 잘 뛰지 않는 선수들도 박종훈이 마운드에 있을 때 달렸다. 특히 지난해까지 SK에서 투수코치를 맡았던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전에선 주자들이 특정 투구 습관을 간파한 듯 과감하게 시도했다. 포수 송구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꽤 났다. 1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상대의 분석도 더 치밀해진다. 
     
     
    미세한 균열을 낸다. 직전 등판인 6월 30일 대구 SK전에선 도루 허용이 1개였다. 하지만 공식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삼성의 작전이 꽤 나왔다. 구자욱은 2루에서 3루로 뛰는 시늉으로 혼란을 줬다. 주자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타자 바깥쪽으로 확연하게 빠지는 공이 자주 들어갔다. 결국 4⅔이닝 2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5회도 채우기 전에 투구수가 102개로 한계에 다다랐다.
        
    감독대행을 맡은 박경완 SK 수석코치는 박종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현역 시절 명포수였던 박 코치는 정대현을 비롯한 언더핸드 투수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그는 "정대현도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도 도루를 많이 준 기억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는 투수 유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려하고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종훈이는 어떤 팀을 만나도 핸디캡을 갖고 경기하는 거다"고 했다.
     
    과연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까. 언더핸드 박종훈이 극복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